‘자유, 평등, 정의’의 글귀가 선명한 대법원 앞에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의 ‘무죄석방’을 촉구하는 분노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김성환을 석방하고 이건희를 구속하라!” “비리왕국 노동탄압왕국 삼성왕국 규탄한다!” 김 위원장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을 하루 앞둔 27일 오전,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 무죄석방 대책위’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무죄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규탄집회에는 20여명의 각계 인사들이 참여했고, 김성환 위원장의 부인 임경옥씨가 직접 나서 규탄사를 낭독했다. 오토바이로 우유배달을 하며 세 자녀를 돌보고 있는 임경옥씨. 이날도 우유배달을 일찍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임씨는 “양심이 있으면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겠죠"라면서, "만약 실형이 확정된다면 본격적인 싸움을 대책위와 함께 해나갈 생각”이라며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상고심 판결은 지난 1, 2심 판결에 대한 심판”

임씨는 김 위원장이 옥중에서 보낸 편지글로 규탄사를 대신했다.

“나는, 대법원 판결이 어떠하던 심한 마음의 동요는 없을 것이다. 부모님 두 분을 감옥살이 하면서 저 세상으로 보내드렸는데, 더이상의 충격이 있겠는가. 지난 8개월의 감옥살이에서 내 뼈와 살이 녹아내리면서 같이 사법권력에 대한 정의마저 녹아내린 생활이었다. 이제 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내 개인적인 판결이 아니다. 나를 1심, 2심에서 심판한 판·검사에 대한 판결이다. 물신에 머리 조아리고 사법권위를 스스로 훼손한 더러운 판·검사들의 행위에 대한 재판이 내 상고심 재판을 통해 대법원은 국민들이 납득하고 법관 스스로가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2005년 10월16일 부산교도소에서)

또다른 편지글은 김 위원장의 타협 없는 투쟁정신을 보여준다.

“만약, 상고심에서 실형이 확정되어 감옥살이가 장기화되고, 나의 삼성족벌과의 투쟁의 최전선이 교도소라면, 감옥살이를 베개로 하고 독거방을 무덤으로 하는 싸움 역시 피하지 않겠다. (중략) 지금 확실한 것은, 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 무엇과도 삼성족벌과의 타협은 없다는 것뿐이다.”(2005년 10월19일 부산교도소에서)

이날 집회에서 유선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연대사를 통해 “조승수 의원 벌금형, 학교급식 위헌 등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이 원성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또다시 김 위원장에게 실형 선고가 내려진다면 대법원은 재벌보호, 인권유린, 수구보수 집단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성철 민주노총 해복투 연대사업국장은 “재벌 삼성과 그를 비호하는 노무현 정권에 맞서 투쟁해나갈 것”이라며 “악질재벌 이건희를 구속하라”고 말했다. 이정구 '다함께' 활동가도 “국회에 와서 보니 삼성장학생의 실체와 규모를 새삼 실감했다는 노회찬 의원 말처럼 김성환 위원장은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먼저 이야기 했을 뿐”이라며 “이건희를 구속하고 김 위원장은 즉각 석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계 인사 700여명 ‘무죄석방’ 촉구

조순덕 민가협 의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우리는 오늘 사뭇 치떨리는 가슴을 안고 법과 정의의 보루를 자처하는 대법원 철문 앞에 서 있다”며 “10월28일 대법원이 또다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불공정한 판결을 내린다면 우리는 진보적인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힘을 합쳐 사법부를 대개혁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의 큰 아들 갈음군의 고등학교 선생님 8명을 포함한 사회 각계인사 700인은 26일 대법원에 ‘무죄석방’을 촉구하는 공동의견서를 제출했다. 김성환 위원장의 상고심 판결은 28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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