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 어머니께서는 건강이 좋지 않으신 것 같았다. 24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지도부를 만나고 난 후에는 더 지쳐 보이셨다. 이소선 어머니께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해서 꼭 당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다. 다소 중복되는 말이 있으나, 노구를 이끌고 울산북구를 찾은 ‘노동자의 어머니’의 말씀이기에 그대로 싣는다.

- 현대차 공장에 다녀오셨는데 어떠셨습니까.
“오늘 현대차 건물을 쳐다보니까 너무 마음이 안 좋아요. 분통이 터졌어요. 누가 노력해서 이렇게 만들었는데, 이제는 비정규직 정규직 만들어놓고 인간을 차별대우 하면서 일 시키고. 짐승처럼 두 가지를 만들어놓고 있는 게 누구 잘못인가 생각하니까 너무 분통이 터집니다. 비정규직들 만나니까 눈물이 납니다.”

- 비정규직노조도 만나고 오셨는데요.
“와서 물어보니까 비정규직들은 투표하러 잘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노동당’이 발전돼야 민주노총이 발전되고 민주노총이 커져야 비정규직도 동등한 노동자로 살 수 있다고 했어요. 민주노동당 찍는 것이 사는 길이다. 찍어놓고 안 해주면 안 해준다고 항의라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열심히 노동자가 하나 돼서 찍어야 한다고 했어요.
비정규직들을 만나고 왔는데, 그중에는 투쟁하다가 해고된 사람도 있다고 그럽디다. 말이 안 나오고, 위로도 하고, 눈물도 흘리고, 어떻게 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날이 오나 말했어요. 국회의원 만들어 놓고 항의하면 될 거 아니냐고 말했어요. 마음이 안 좋아요. 마음이 아파요. 정말 마음이 아파요. 똑같이 일하고 차별 받는데, 차별 받는 그 사람들 심정이 오죽 아플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 현장에서 보신 선거 분위기는 어떠셨습니까.
“몸이 아파서 현장에는 가지도 못했고, 사무실로만 갔어요. 현장 가보면 더 말할 수 없겠죠. 비정규직 그분들 보고 부탁은 했지만 한두사람 봐서 되겠어요. 무관심이 문제예요. 그것도 분열시키는 사람이 있어서 걱정이에요. 양보를 못하면 피차가 손해를 보는 건데, 걱정이에요.”


- 선거를 앞두고 울산에 있는 노동자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이제까지 투쟁해서 싸웠는데, 이제 정규직 비정규직 만들어두고, 그러니까 가슴이 아파요. 무조건 비정규직들이 민주노동당을 세워놓아야 해요. 정치하는 사람들이 법을 고치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울산에서 당선시켜야 해요. 무관심한 사람에게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설득시키고 해야 해요. 무관심하면 항의할 때도 없지 않겠어요. 노동당이 살아야 노동자가 살 수 있는 길인데, 노동당이 약해서 못했겠지 고치기 싫어서 못한 게 아니잖아요. 울산에서 당선되는 분은 비정규직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생각을 해 주셔야겠고요.”

- 지난 총선 때 민주노동당이 10석을 만들고 많이 좋아하시던 것이 기억납니다.
“10석 돼서 많이 좋아했다. (이 대목에서 이소선 어머니는 신이 나시는지 갑자기 말을 낮추셨다) 그때 참 좋아했다. 얼마나 좋아했는지 울었어요.”


- 조승수 의원이 의원직을 잃어서 마음이 안 좋으셨겠습니다.
“마음이 안 좋아요. 한 석을 꼭 더해야 해요. 지금 이 시기가 참 중요하고 어려운 때예요. 한사람 만들기가 열사람 만들기보다 더 어렵고 그런데, 집에서 잠이 안 와요. 그래서 건강도 안 좋으면서 별 도움도 안 되는 사람이 여기 왔어요.
내가 뭣 때문에 사는 줄 압니까. 노동자가 살고 민주노총이 살고, 비정규직 차별 없애고 그걸 보고 싶어서 살아요. 노동자가 피땀 흘려서 여기까지 왔는데, 누가 발전시켰는지도 모르는 기업주와 정치인들이 자기가 발전시켰다고 생각하면 착각이에요. 노동자 없으면 이만큼 발전할 수가 없잖아요. 사람 차별하고 멸시하면 그만큼 자기에게 돌아옵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남에게 지독하게 한 것은 자기가 받지 남 주지 않아요.”

이 즈음에서 기자는 인터뷰를 마치려고 했다. 말씀하시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더 뭘 물을 염치가 없어서였다. 그런데, 자리를 일어나려고 하는 기자를 이소선 어머니께서 잡으셨다.


“이 말은 꼭 써야 해요. 비정규직 사람들이 투표하러 가는 것에 무관심 하면 우리 사는 것도 무관심해지는 거예요. 울산에서 노동자들이 인정해서 의원을 뽑아내야지 안 그러면 노동당이 곤란해져요. 노동당이 곤란해지면 노동자가 곤란해져요. 와서 비정규직들 악수 한번 하고 손이라도 만져볼라고 왔어요.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이소선 어머니께서는 “기업주”들과 정부에게 “사람을 물건처럼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눠서 쓰는 것은 사람답지 못한 짓을 하는 것”이라고 꼭 쓰라고 하셨다. 또한 “가장 열심히 일한 사람이 열심히 일한 만큼 잘 살기 위해선 노동당이 잘 돼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하셨다. 노구의 투사는 기자가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도록 해주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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