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됐던 대로 전재환 금속연맹 위원장이 지도부가 총사퇴한 민주노총을 일시적으로 이끌게 됐다.

지난 21일 열린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는 대부분의 중집위원들이 비대위원장 적임자로 전 위원장을 지목했으며, 이를 전 위원장이 수락하면서 빠른 속도로 비대위원장 선출을 마무리지었다.

전재환 위원장<사진>은 22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노총 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금속연맹이 책임있게 담보해 달라는 주문을 수용한 것”이라며 비대위원장 수락 이유를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또 하반기 비정규투쟁과 관련해 “지난 오랜 투쟁동안 쌓여 온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그동안 현실을 이유로 나서지 못했던 조직도 한걸음 나아간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법안 노사정 교섭에 대해서는 “교섭이 필요하다"며 "사용자나 정부가 교섭에 임하겠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다만 “현재의 노사정위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민주노총 결의가 있었고,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사정위 개편방안도 구체적이지 않다”며 “비대위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과의 공조와 관련해서는 “비정규법안과 로드맵 등에 대해서는 공동투쟁이 필요하다”면서도 이수호 전 집행부가 추진해 왔던 상설공투본 구성에 대해서는 “비대위에서 정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인 ‘비리척결’과 관련해서는 지난 18일 민주노총이 발표했던 근절대책을 기본으로 “간부 활동가들의 도덕성을 재무장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반기투쟁, 비리척결과 함께 비대위 목표중 하나인 차기 지도부 선출에 대해 전 위원장은 “현재 규약을 존중하는 게 맞다”며 6개월 이상 임기가 남았을 경우 보궐선거를 치르도록 돼 있는 현재 규약에 무게를 실었다. 전 위원장은 다만 “조직내에서 여러 가지 변화된 상황들에 맞춰서 새로운 규약 개정이 요구된다면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재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비대위원장을 수락한 이유는.
“최대 조직이고 그동안 민주노총 투쟁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 (전재환 개인이 아닌) 금속연맹이라는 조직이 책임을 담보해 달라는 주문이 민주노총 내에서 있었고 이를 수용한 것이다.”

“금속연맹 책임주문, 수락”

- 지도부 사퇴 논란 과정에서 금속, 공공연맹 등에 대한 책임 논란이 있었다.
“예를 들어 ‘사퇴를 하면 금속연맹이 책임있게 나서서 할 수 있느냐’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언론을 통해 ‘책임있게 나서는 쪽이 없다’는 말이 나오니까 의사를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봤고 그래서 밝힌 것이다.

또 하나 화가 난 것은, ‘금속연맹이 지난 10일 중집회의에서 하반기 투쟁 못하겠다고 밝혔다’는 주장이다. 10일 중집회의에서는 ‘대우차 창원지부 집행부가 불신임을 받고, 기아차노조 원하청 공동투쟁 승리 38% 찬성률 등 정규직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심장부에서 이런 일(강승규 전 수석 비리혐의)이 터졌으니 하반기 투쟁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민주노총 비리문제와 관련해 냉소적인 분위기라도 바꿔야 힘 있는 투쟁이 되겠다는 생각에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한 것이다. 앞뒤 정황을 빼고 말 한마디만 부각된 것이다.“

실제 전재환 위원장은 지난 18일 중집회의에서 ‘비대위가 됐든 뭐가 됐든 그동안 조금이라도 한발 앞서 나간 금속연맹이,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이석행 전 사무총장을 만나 ‘금속연맹이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비대위에 대한 우려도 있다.
“비대위라고 하는 것이 한시적 기구이기 때문에 책임성에 대해 분명치 않은 부분이 있다. 지도부 공백을 메우는 비대위원들이라고 하면, 70만 조직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자기결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비대위 맡으면서도 상근이 전제임을 분명히 했다. 금속연맹도 내부절차를 거쳐 가겠지만 직무대행을 내세우고 제가 민주노총 가서 상근하면서 책임지려고 한다. 그래야 지도부 공백이 메울 수 있다.”

연맹 및 사업장 투쟁 조직, “과거대로 하면 안돼”

- 비리혐의에, 조직 내분이 하반기 투쟁에 영향을 미쳤다. 대책은.
“하반기 비정규보호입법을 쟁취해 내겠다고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했다. 비리문제도 영향이 있겠지만 투쟁 조직화 과정이 스스로 관성화 돼 있는 것 같다. 거슬러 올라가면 93년 근로자파견법안 저지, 96~97년 노개투 등 지금까지 비정규직 관련 투쟁을 해 왔고 지난해 11월26일 파업도 했다. 그러다 보니 현장조합원들한테 달라 붙어서 ‘끝장을 내겠다’는 것보다는 ‘적당히 하면 넘어가겠지’하는 생각들이 있다.

교육, 선전전의 일상화를 만들어 내야한다. ‘연맹, 사업장 조건이 있으니 이해해 달라’는 식으로 가서는 안된다. 과거에 안됐으면 한발짝 나아간 투쟁 내용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

- 비정규법안 노사정 교섭 기조는 유지되는 것인가.
“노정교섭이 필요하다고 본다. (언론 등에서 특정정파는 교섭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지도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상대방의 문제다. 정부가 내 놓은 법안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내용이고, 정부와 민주노총의 의견차는 분명히 있다. 그런 지점과 관련해 우리 주장을 관철시키려면, 정부가 교섭에 임하겠다면 우리는 거부할 이유가 없다.

다만 노사정위원회와 관련해서는 99년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복귀여부를 비대위원장이 결정할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편안도 구체화돼 있지 않고 최종 판단해야 한다. 그런 사업들까지 비대위 체계에서 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비대위의 임무는 하반기 투쟁과 비리근절, 차기 지도부 선출이다.“

“주요 현안, 한국노총과 공조”

- 비리근절 방안은 지난 18일 민주노총이 발표한 것 외에 추가로 생각하는 것이 있나.
“할 수 있는 방법은 다해봐야 한다.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리제보 접수가 익명도 받고 있지만 적절치 않다. 신분보장을 지켜주고 실명으로 해야 한다. 익명으로 한다면 더 큰 혼란을 자초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한테 있는 정보가 미약한 근거라도 있으면 직접 검찰에 고발한다던지 스스로 뿌리 뽑도록 하겠다. 아프지만 칼을 들이대고 민주노총의 도덕성에 대한 신성함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18일 기자회견에 다 포함돼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간부활동가들의 도덕성 재무장이 시급하다.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소비조합운영과 건강검진병원 선정 문제 등 간부들은 여전히 비리에 현혹될 수 있는 사업에 노출돼 있다. 업자들을 만날 때 혼자서 못 나가도록 하는 등의 제도들을 종합해서 만들 필요가 있다.“

- 한국노총과의 공조는 어떻게 돼나.
“한국노총과 거리를 두겠다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 로드맵이 현안인데. 공동으로 투쟁하면 힘이 배가되고 오히려 유리하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굳이 한국노총을 배제하고 혼자 가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함께 할 수 있다면 함께 하자는 것이다. 다만 상설공투본 문제는 비대위에서 정리하기는 적절치 않다. 현안 투쟁에 대해 공조를 유지하되, 상설적으로 하는 부분은 차기 지도부가 사업을 펼쳐야 한다. (상설 공투본 문제는) 비대위에서 정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는 규약대로, 필요하면 규약개정 논의

- 차기 선거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 보궐선거와 조기선거 두가지 방안이 있다.
“조직 내에 이견이 있을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6개월 이상 임기가 남았을 경우 보궐선거를 치르게 돼 있는) 현재 규약을 존중하는 게 맞다. 다만 조직 내에서 여러 가지 변화된 상황들에 맞추어서, 새로운 규약과 개정이 요구된다면 논의는 해 볼 수 있다고 본다. 일단 규약과 규정에 의거해 집행하는 게 우선이다. 비대위가 규약을 무시할 수 없다. (보궐선거냐 조기선거냐를 놓고) 논란이 될 것 같다.”

- 선거시기는 어떻게 되나.
“약간 유동적이다. 규약에 1월 임시대대 소집으로 돼 있고 규약에 맞추도록 시기조정할 것이다. 하지만 투쟁 중에 선거를 치르는 것은 부적절하다. 투쟁이 종료되는 시점이라면 빠른 시간안에 해보도록 할 것이다.

지난 21일 중집회의에서는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시점, 또는 연장된 임시국회에서 비정규법안문제가 종료되는 시점에 선거를 치르기 위한 중앙위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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