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 ‘용인여성문화학교’라는 대중강좌를 준비하면서 왜 여성조직이 필요하고 여성조직을 잘 끌고 가야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용인은 여성들의 문화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여성조직도 드물다. 그 만큼 여성들의 문화생활과 사회참여에 대한 요구가 높고 다양하다. 작년 용인여성회에서 진행한 특별강좌에서 만난 많은 여성들을 보면서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범한 주부들이 리플렛 들고 나서다

그러나 몇몇에 의해 만들어지는 일방적인 프로그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각 동아리별로 자신들이 듣고 싶은 강좌를 생각하고 강사진도 만들어보자고 하였다. 처음에는 내용이 분명하지 않거나 동아리 성격에 맞지 않은 강좌내용이 나오는 등 곡절이 있었지만 수차례 의견을 나누고 조절하는 가운데 훌륭한 강좌내용과 강사진이 마련되었다.

생각보다 훌륭한 내용과 강사진이 구성된 것을 보면서 여성들이 모이면 한 명의 재주 있는 사람보다 더 큰 일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기뻤다. 훌륭한 강좌내용과 강사진으로도 용인여성문화학교가 잘 진행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좋은 강좌를 몇몇만 듣는 것이 아깝기는 했던 것 같다. 회원들은 수다로 대했던 이웃을 찾아가 진지하게 리플렛을 건네기도 하고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강좌를 들으라고 홍보하게 되었다.

하루는 홍보 캠페인을 위해 회원 전체가 모였다. 포스터 붙이는 조와 아주머니들이 많이 모이는 병원이나 은행, 슈퍼마켓 앞에서 리플렛을 나눠주는 조로 나누어 2명씩 짝을 지어 각자 다른 지역으로 가게 하였다. 그리고 1시간 뒤 한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먹으며 각자 한 일과 소감을 나누었는데 정말 재미있고 기특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낯선 사람들을 대하려니 쑥스러웠을 텐데 어떤 엄마는 길거리에서 광고지를 나눠주는 남자 분에게서 광고지를 받고는 “결혼하셨어요?”라고 갑자기 묻더란다. 그리고는 “결혼하셨으면 제 전단지 부인에게 갖다 주세요”라고 하면서 자신도 당신 광고지를 받았으니 내 것도 받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모두 요절복통을 하면서도 그 적극성에 모두 박수를 보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그 동아리장도 그 엄마가 그런 면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하면서 자신보다 낫다고 했다.

어떤 회원은 옆 아파트의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포스터를 붙여달라고 부탁했더니 기꺼이 붙여 주더라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해하기도 했다. 어떤 회원은 건강이 좋지 않은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든 강좌와 강사를 만나게 하고 싶어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장날에 혼자서 주민들을 만나 상세히 설명을 하며 리플렛을 나눠주어 타 지역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강좌신청을 하게 하기도 했다.

이상의 내용은 활동하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작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는 작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성회의 회원들은 모두 3,40대의 주부들이다. 사회생활을 많이 하지 않은 채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현재 주부로서 생활하는 그야말로 평범한 주부들이다. 그러나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우연한 기회에 여성회를 만나고 동아리와 여성회의 활동을 통해서 집단생활의 재미를 느꼈고 여성들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성의 적극성은 세상을 바로잡는 몸짓

그들이 앞서보았던 그런 적극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더 잘 실현하고자 하는 자주적 요구에서 시작하였으며 이를 여성회라는 조직이 실현할 수 있는 받침이 되고 함께 하는 회원들이 힘이 되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에서 차지하는 주부의 힘도 막강한데 여러 주부의 힘이 하나로 뭉쳐지면 그 힘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막강한 힘이 될 것이다. 그 힘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여성들의 적극성,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적극성은 세상을 바로잡을 큰 몸짓이다. 그 몸짓을 담을 그릇이 필요하다. 그 그릇을 튼튼히 하고자 오늘도 나는 고군분투한다. 아줌마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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