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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으로 이어지는 성차별
  • 성은미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
  • 승인 2005.10.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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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노후생활을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이런 질문에 사람들은 여러 가지 대답을 한다. 지금 살기도 어려운데 노후를 어떻게 보장하느냐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 보험을 가입해놨다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있다.

언젠가는 다가올 노후, 그 부담에 한쪽 가슴이 뻐근하다. 최근 국민연금관리공단은 TV광고를 통해 국민연금이 노후생활보장의 기본이라고 이야기 한다. 국가와 의사가 하는 말을 의심부터 하고보는 우리들에게도 국민연금은 노후생활보장의 기본인 것만 같다.

여성이 재혼하면 연금은 사라진다?

▲ 성은미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
그런데 국민연금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여성에게 부당하다. 이는 국민연금이 여성에게 아예 무관심해서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과 부당함을 그대로 재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연금은 여성을 철저하게 남성에게 얹혀사는 존재로 본다. 남성과 여성이 결혼해서 살다가 이혼하면, 여성은 연금분할권을 가진다. 이혼할 때 여성이 재산분할권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혼한 여성이 다른 남성과 재혼하면, 이 연금분할권도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재혼한 남성이 여성의 노후를 책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혼시 여성이 연금분할권을 가지는 이유는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 때문이다. 그런데 재혼시 연금분할권이 없어진다니, 그 동안 해온 여성의 가사노동이 재혼과 함께 사라져 버리는가 보다. 아니면, 이혼한 여성은 재혼하지 말라는 것이거나 말이다. 이는 결국, 국민연금제도에서 ‘여성은 남성에 의해 노후를 보장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노동시장에서 여러 가지 차별을 경험한다. 취업에서 퇴직까지 여성은 저임금과 임신·육아 문제 때문에 고통 받는다. 그리고 여성은 남성에 비해 퇴직연령도 낮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일정부분 소득비례방식이기 때문에 돈을 많이 내고, 오래 낼수록 더 많은 연금을 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부분 저임금인 여성은 남성에 비해 연금기여도 낮고, 퇴직이 빨라서 연금을 내는 기간도 짧다. 그러니 당연하게 여성은 남성에 비해 낮은 연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성은 얹혀사는 존재란 말인가

만약, 개인의 능력과 노력 부족 때문에 연금 기여가 낮고 그에 따라 연금급여가 낮은 것이라면, 이는 자연스러운 것만 같다. 그러나 여성이 처한 상황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성차별은 여성 개인의 노력, 능력으로 헤쳐 나가기 어렵거나 혹은 헤쳐 나갈 수 없다.

그런데 현재 국민연금은 노동시장 내 여성의 성차별을 무시하고 남성, 여성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노동시장 내 성차별이 노후의 국민연금에도 그대로 재생산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의 연금급여시기를 남성보다 앞당겨 실시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낮은 퇴직연령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여성에게 또 하나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임신과 출산의 문제이다. 태어난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여성에게 전적으로 부담 지워지고 있다. 아동을 양육하는 시기 동안 여성은 경제활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연금 기여도 하지 못한다. 아동 양육 시기 동안 국민연금 기여가 단절되는 것이다. 그러하다보니 국민연금을 내는 기간이 남성에 비해 짧고, 연금 급여도 낮다. 혼자 낳은 아이도 아닌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담해서 아동을 양육하고, 이 시기 때문에

연금급여도 낮아진다니 여성에게 부당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연금 크레딧(credit)제도를 도입해 국가가 이 시기 동안 연금기여를 대신 해주는 국가들이 있다. 그러나 한국 국민연금에는 연금 크레딧도 노동시장 내 성차별이 재생산되는 것을 막아낼 방책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니까, 여성이 연금을 적게 받아도 오래 받으니 이건 불공평한 것이 아니라고. 아이 낳고 키우느라 뼈골 빠지고, 손주들 키워주느라 당신들 나이도 잊어먹은 우리 어머니들은 또 다시 낮은 연금 때문에 오래 오래 자식에서 얹혀살아야 하나보다.

성은미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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