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비정규보호법안 관련 노사정-국회 교섭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보장에 대해 정부가 노동계와의 교섭에서 다루겠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16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국무총리와의 회동 이후 정부여당과 이후 비정규법안 교섭에 대해 협의한 결과,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에 대해 어떤 수준으로든 올해 하반기 교섭에서 다루겠다는 의사를 전달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비정규법안에서 특수고용직에 대한 내용이 빠진 상태로 교섭이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석행 사무총장은 “최근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비정규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에 대해 열어놓고 대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지금은 사실상 두절된 상태”라며 “남은 정기국회 기간동안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특수고용 노동3권보장,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또 “우리 집행부는 비정규보호법안 교섭을 위해 2년을 준비했고 내용도 없이 누군가가 (지도부 사퇴 이후를) 책임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지도부가 총사퇴를 내년으로 미루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이석행 총장과의 일문일답

- 민주노총 지도부가 하반기 비정규투쟁 등을 이유로 투쟁이 끝난 뒤 사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설득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집행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교섭이나, 투쟁을 함께 해 온 것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비대위 체계로는 비정규법안 문제 등을 해결해 나가기가 만만치 않다는 의견들을 수용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도 후속조치를 할 수 없는 현실, 비정규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문제,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특수고용직을 포함해 죽음으로 항거하는 현실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한사람으로서 올해에 우리도 승부를 걸어야 된다. 더이상 끌 수가 없다. 이런 판단이 선 것이다.”

- 비리 문제로 지도력을 상실한 지도부보다는 오히려 비대위가 낫다는 주장이다.
“투쟁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면 즉각 내려가는 것도 방법이다. 비대위 경험을 두차례에 걸쳐 해봤다. 발전 파업 때 지도부가 사퇴한 뒤 비대위가 이룬 게 뭔가. 발전노조 문제 등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98년 노사정위 정리해고에 합의한 뒤 나온 비대위는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하지 못했다. 우리도 2년 준비했다. 임기하면서부터 시작해서 끌고 온 것이다. 사업과 투쟁의 연속성을 고려해야 한다. 내용 없이 (지도부가 총사퇴 한 뒤) 누가 책임진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10일 중집회의에서 메이저급 산별연맹 위원장들이 비대위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각 연맹에서 한명을 파견하자는 정도의 안만 나왔다. 연맹위원장들이 확실하게 비대위를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물러날 수 있다.”


- 어차피 내년 지방선거 등으로 비정규법안을 올해 처리 안 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정부는 자기들의 법안을 비정규직을 위한 성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지자체선거 안에 통과시키려 할 것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이 무력화 돼 법안이 통과되면 자기들의 성과로 볼 것이다.

지난달 정부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지난 4월까지 논의된 결과에 더해 노사의견만을 들은 뒤 법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들었다. 게다가 민주노동당도 의원단과 최고위원회에서 이번에는 국회를 점거하지 않겠다고 결정해 통보해 왔다.

지금 민주노총 조직이 분열된다면 정부는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할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다. 그러면 민주노총은 배제된 채 경총과 한국노총하고만 협의를 마무리하고 정부안을 토대로 강행처리 할 것이다. 특히 그러면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는 제외되고 기간제, 파견 문제도 정부안 골격이 유지된다.”

- 민주노총이 참가한다고 특수고용직 문제 등이 해결될 가능성이 있나.
“총리와 회동한 뒤 정부여당과 노사-국회간 교섭 재개를 위해 협의를 해 왔다. 이 과정에서 특수고용직 노동3권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다루고 법안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전달 받았다. 단병호 의원이 이미 특수고용직법안을 제출했다. 우리는 단의원 법안을 중심으로 내용이 관철되도록 교섭하고 투쟁하면 되는 것이다. 지난 4월 교섭까지 불법파견문제도 사용자가 인지했을 경우 고용의제를 적용한다는 안까지 나왔다. 지금까지 비정규 교섭의 성과는 크다. 최종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충분히 쟁점화는 시켰다.”

- 정부쪽에서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말인가.
“민주노총은 노동정책에 대한 변화를 촉구했고 인적청산을 요구했다. 노동담당 비서관이 바뀌게 됐고, 비정규법안과 로드맵까지도 열어놓고 대화해보자라고 하는 말이 진행됐다. 그러다가 강승규 전 수석사건이 터지고 (협의가) 두절됐다. 다시 한번 강행처리되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노정대화가 복원되는 분위기였다.

지도부더러 사퇴하라는 요구는 무리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짜 책임진다는게 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한두달 임기를 연장해서 뭘 도모하겠다는 건가.

비정규법안을 올해 마무리하지 못하면 내년에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차기정권이 들어선 후가 되는 3~4년 후에나 법안논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 내부 조직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소외받는 다수의 민중들과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지 않은 비정규노동자들 앞에서 민주노총은 역사적으로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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