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6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고위당정회의를 열고 ‘희망한국 21- 함께하는 복지’라는 사회안전망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점차 개선되는듯하던 빈곤율과 빈부격차 수준이 갈수록 악화되고 사회 양극화가 구조화 되는 현실에서 이제는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탈빈곤 근본적 대책은 빠져

주요 대책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대상자 확대, 차상위 계층의 주거, 의료, 보육, 일자리 창출 등 사회복지서비스 확충을 통한 빈곤 예방, 그리고 인구특성별(노인, 장애인, 아동) 지원 대책 강화 등 차상위계층까지 확대된 종합적 사회안전망 대책으로 더 이상 사회복지지출은 낭비가 아니라 사회발전을 위한 투자라는 관점을 명확히 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정부 발표대로 보더라도 최저생계비 이하의 비수급 빈곤층은 177만명에 이르는데 이번 대책으로 포괄될 수 있는 수급층은 11만6천명에 그쳐 160여만명이 그대로 방치되고 의료, 주거, 보육·교육 등의 차상위계층에 대한 빈곤예방 대책은 잔여적, 단계적 확대에 그쳐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게 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책의 구체적 실행방안과 예산 확보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정책이 구호성에 그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접근이 복지적 시각에서만 다루어져 빈곤을 야기하게 되는 근본원인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도 제시돼야

한국노동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 가구 중 55%는 취업해 있음에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빈곤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빈곤의 근본원인은 일을 해도 자신과 가족의 생계에 필요한 적정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없는 저임금, 고용불안정 등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물론 가구 지출 중 가장 큰 비용이 드는 의료, 주거, 교육비에 대해서는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이에 대한 복지 인프라와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개선이 없이는 희망 한국을 얘기할 수 없다. 희망 한국이 되려면 일을 하지만 여전히 빈곤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어떻게 빈곤의 악순환을 끊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사회적 권리를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한 희망의 사다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빈곤대책은 복지적 접근만이 아니라 최저임금제 개선 및 비정규보호입법 등을 포함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고용정책 등이 포괄된 사회통합정책으로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빈곤관리정책에 머물러선 안돼

그러나 이번 대책은 단계적 복지확충 대책으로 일관되어 탈빈곤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근로능력자가 일을 통해 빈곤에서 탈출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자활 및 고용지원부문의 대책도 수량적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여전히 일자리의 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 일자리를 잃게 되면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설혹 일자리를 구해 일을 한다 해도 빈곤에서 벗어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사회에서 희망 한국을 말할 수는 없다. 빈곤의 근본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노동정책, 고용정책이 빠져있는 복지적 접근만으로는 지금의 구조적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번 대책은 탈빈곤 대책이 아니라 근근이 살아가도록 하는 빈곤 관리정책이라고 말해야 될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거세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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