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1일, 삼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부산교도소에 수감중인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의 2심 8개월 형 만료 날짜이다. 그러나 일주일을 남긴 10월14일 현재 대법원은 상고심 일정조차 잡고 있지 않다. 21일을 넘기면 김성환 위원장은 자동으로 풀려나게 되지만 상고심을 계속 지켜봐야 할 입장. 누구보다도 애가 타는 이는 김성환 위원장의 2심 사건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산하의 이영기(47) 변호사<사진>다.

허위사실은 ‘사실’로…‘공익성’ 판단여부만

“파기환송이냐 기각이냐의 결정인데, 결과는 불투명합니다.” ‘이유 없다’는 기각 판정을 받으면 2003년도에 내려진 3년 형(집형유예 4년) 때문에 추가로 옥살이를 해야 한다. 파기환송이 결정된다면 다시 재판이 열려 형량이 대폭 줄거나 벌금형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김성환 위원장은 21일자로 이미 2심 재판의 8개월 형을 모두 마치게 되는 상태. “파기환송 된다면 무노조 삼성과 새한노조 탄압, 김명진씨 산재신청 과정 등을 비판했던 김성환 위원장의 명예가 회복되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되죠.”

현재 변론 없이 서류심사로 이뤄지는 상고심의 핵심문제는 ‘공익성’ 여부이다. 검찰의 공소내용 7개항 가운데 5개항은 허위사실에서 ‘허위’를 뺌으로써 이미 검찰에서도 ‘사실’로 인정한 부분이다. 결국 남는 것은 삼성SDI 분신방화사건의 허위사실 여부와 김 위원장측이 정당성을 떠나 인정한 ‘공용표시 무효죄’, 즉 삼성SDI 앞에서 시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가처분 신청을 무시하고 시위를 한 그 2개 항이다.

“명예훼손 혐의에서 진실성은 이미 인정받은 것이고 공익성에 대한 판단만 남았죠.” 허위사실을 악의적으로 비방한 것이냐, 공익적 차원에서 비판한 것이냐. 이미 허위는 사실로 드러났다. 국회 국정감사가 삼성국감 이었을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삼성으로 쏠렸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그간의 활동이 ‘공익’이 아닌 ‘악의적 비방’이라는 증명은 어렵지 않을까?

검사 역할 대신한 삼성 맞선 1심 대응 아쉬움 커

삼성은 이번 1, 2심 재판 과정에서 탄원서를 무려 5~6차례 보내면서 김성환 위원장을 ‘꼭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것도 삼성SDI 대표이사 명의로. “굉장히 이례적이죠. 검사가 해야 할 역할을 삼성이 대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삼성으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김성환 위원장을 어떤 식으로든 붙잡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리라.

상고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불투명하다. “최근 부친상을 당했을 때도 합의부 4명의 대법관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휴일이라 결제를 받을 수가 없었어요. 현재 대법원은 이를 보완할 시스템이 없어요.” 이영기 변호사는 재판부의 적극적 판결을 기대하면서도 부정적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주일여를 남기고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은 기존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과 성향으로 미뤄 봤을 때 회의적입니다.”

김 위원장의 1심 판결 등 억울한 사연을 늦게 알게 된 이영기 변호사는 2심 변론을 자처했다. 상고심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영기 변호사는 또 하나의 아쉬움이 있다. “삼성과의 전면전이라 봐도 좋을 재판인데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부분이 잘 납득이 가지 않아요.” 1심에서부터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부분 때문이다.

“1년 넘게 진행된 1심 증인신문에서 검찰은 무려 6명의 증인을 불렀는데, 이쪽에선 3명밖에 부르질 못했어요. 증인신문 내용이 불리하게 작성된 것은 물론이죠.” 1심에서는 금속연맹 법률원 소속 변호사들 5~6명의 명단이 들어가 있긴 했으나 실질적으로 김 위원장 혼자 변호사도 없이 재판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삼성과의 전쟁을 선포한 김성환 위원장 재판의 상징성과 무게감에 비춰 진보진영의 대응은 너무나 취약했다는 것. 대법원이 10월21일 이전 ‘파기환송’ 또는 ‘기각’ 결정을 내릴지, 아니면 40개월을 끌었던 현대미포조선 김석진씨의 부당해고 사례처럼 유야무야 판결을 미룰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로잡습니다
위 기사에서 "1심에서는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변호사들 5~6명의 명단이 들어가 있긴 했으나 실질적으로 김 위원장 혼자 변호사도 없이 재판을 진행했기 때문이다."는 내용 중 "민주노총 법률원"이 아니라 "금속연맹 법률원"이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