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2일 노동계, 경영계,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농민, 여성, 전문가와 정당 등이 참여하는 ‘국민대통합 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한 것 관련, 사회적 대화의 방식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대화’는 노·사·정을 중심으로 한 3자 기구인 노사정위원회가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 왔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노사정위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사회적 대화의 방식을 변경하려 하고 있는 것. 노사정 3자 중심이 아닌 외연을 확대해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농민, 여성계 등 광범위한 사회주체들을 참여시켜 사회양극화, 노사관계 등 다양한 문제를 놓고 ‘대화’를 해보자는 모양새다.

대통령이 제안한 ‘연석회의’를 놓고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정부의 철학과 의지, 프로그램 부족이 여전한데 ‘판’이 커진다고 안 되던 대화가 갑자기 될 수 있겠냐는 지점이다.

노사관계 한 전문가는 “참여정부 들어 노사정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원인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계 대표들이 대화를 강하게 원하는 등 어느 때보다 좋은 조건이었지만 정부는 ‘사회적 대화’의 명확한 철학과 의지, 프로그램 없이 모양새만 갖추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것이 사회적 대화가 불발로 끝난 중요한 요인”이라며 “연석회의를 말하는 현재, 정부 내 변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대화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대표성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노사관계 전문가는 “연석회의가 아일랜드의 국가사회경제포럼(노사정, 농민, 정당, 시민단체 등 60여명으로 구성) 모델과 가장 가까운 것 같다”며 “아일랜드는 국민들의 65%가 시민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등 (시민단체의) 대표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적 협약에서 중요한 것은 합의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실행력”이라며 “아직까지 대표성이 미약한 시민단체, 종교계, 농민들까지 대화에 나설 경우 합의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천력은 전혀 담보 될 수 없는 ‘이벤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연석회의를 관장할 국무총리 산하에만 이런저런 이름의 위원회가 지난 2년간 무려 15개나 늘어 현재 48개나 이르는 점 등을 볼 때 ‘사회적 대화’의 전문성과 실효성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연석회의’에 무게중심이 옮겨갈 경우, 노사정위원회마저 ‘회복불능’ 상태로 빠져 사회적 대화 자체가 ‘용도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빨리 가는 것보다 제대로 가는 것, 모양새 좋은 상품보다 실질적인 틀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사회적 대화’의 시작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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