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의 임단협이 타결된 직후 울산공장은 고요하다. 21일까지 추석연휴인 현대차는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 숨죽인 공장 안에서 현대차비정규직노조 간부 및 조합원 9명이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03년 8월 한시하청이라는 이유로 해고돼 그해 11월21일 경찰에 연행, 1년6개월이 지난 5월22일 만기출소한 김상록 현대차비정규직노조 부위원장<사진>은 출소 직후 바로 위원장 직무대행직을 맡아 상반기 불법파견 투쟁을 이끌었다.

김상록 위원장 직무대행은 21일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서 “불법파견 투쟁이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패배감에 젖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금 우리가 자본을 상대로 하는 투쟁의 과정을 가슴에 담으면서 또다시 투쟁으로 일어서고, 이러한 단련의 과정을 통해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의 마음을 얻는다면 분명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4일부터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상집간부들과 함께 ‘류기혁 열사 명예회복, 불법파견 정규직화, 2·3차 동일적용,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김상록 직무대행. 이미 그는 지난달 31일 현대차노조의 임단투 기간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5일간 단식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현 시기 단식농성을 선택한 이유는.
“현대세신 여성 조합원들이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주일째 단식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이 투쟁을 지지·지원하는 것, 그리고 계속된 탄압으로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우리의 요구가 부각되지 못한 점을 다시 되살리기 위한 것이다. 서러운 하청인생을 살다가 목숨을 끊은 류기혁 열사의 정신을 되새기고 나누기 위한 투쟁이다.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열린다고 하지만 비정규직노조가 여전히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 류기혁씨의 자살과 관련, 유감스럽지만 '열사 논쟁'이 불거졌다.
“열사냐 아니냐는 논란 자체가 유감스럽다. 고용안정이 담보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가입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다. 하청관리자들의 감시 속에서 류기혁 열사는 힘들어했고 노조 탈퇴를 고민했던 그에게 차라리 탈퇴서를 쓰라고 했어야 하는 건 아니었는지 후회가 된다. 우리 역시 그를 죽음으로 내 몬 공범이다.”

- 다음달 1일부로 2기 집행부가 구성된다. 지금 시기 선거를 진행하는 이유는.
“사실상 1기 집행부의 임기는 지난 7월8일 끝났다. 당시 정규직노조의 임단투 내 불법파견 총력투쟁을 책임지기 위해 선거를 미뤘었다. 임단투가 끝났고 여전히 불법파견 투쟁은 마무리되지 못했다.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실상’ 사퇴를 표명했다. 공식적인 사퇴표명은 2기 집행부가 구성되기 전 밝힐 생각이다.”

- 5공장 농성단이 8개월간의 농성을 접고 장외투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정규직노조 임단투 기간 내 비정규직과 관련해서 8월12일 이후 징계자에 대한 언급만 있었을 뿐 5공장 농성자들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8개월간의 지난한 투쟁을 벌였던 조합원들이 공황상태에 있다. 더욱이 생계곤란으로 많이 지쳐 있어 더 이상 투쟁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이들의 생계와 관련된 문제를 1차적으로 해결한 후 ‘불법파견 실천단’의 형태 등 추후 투쟁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 비정규노조의 불법파견 투쟁을 평가하면.
“평가는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끝나는 순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비정규노조는 임단투 기간 불법파견과 관련한 총력투쟁을 이야기했다. 왜 우리가 임단투 기간 총력투쟁을 외쳤는지, 그 당위성에 대해서 목숨을 걸었었는지,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끝나는 그 결과물을 가지고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독자파업으로 인한 ‘연대’ 정신의 훼손문제 등 특별교섭이 끝난 후 과연 우리의 투쟁이 정당했는지 여부가 재평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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