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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계약직 노동자의 자화상
  • 전종덕 한국노총 경기일반노동조합 사무국장
  • 승인 2005.09.1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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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따르릉” 위원장에게 전화가 왔다. 예전에 잠깐 스쳤던 인연인데 노조에 가입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단다. 당시 “맨땅에 헤딩하기”, “구박받으며 줄기차게 찾아가기”의 조직화 방식에서 먼저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온 것은 신선한 흥분으로 다가왔다.

노조가 들어서다

회사 차고지 근처에서 주위의 시선을 피해가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마을버스 20대에 노동자수가 40여명으로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마을버스 운수업체였다. 회사는 황금노선으로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지만 비용 중 일부를 운전자에게 부담시켜 왔으며 항시적인 징계와 고용불안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특히 평상시 심한 욕설과 모욕으로 굴욕감을 느껴 노조 가입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가입원서를 받아가며 조직화에 열중할 무렵, 노조가입 사실이 회사에 흘러들어갔고 당초 노조가입을 주도했던 사람이 회사를 사직했다는 것이다. 그만두는 대가로 500만원을 받았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번졌다. 아마도 회사에서 주동자를 ‘돈’으로 매수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다.

뒷통수를 맞고 헤프닝으로 끝날 즈음, 과거 노동조합 경험이 있다며 반장 중 한 명이 조원들과 논의한 끝에 모두 노조에 가입한 것이다. 노조는 꺼져가던 불씨를 살리고 본격적인 활동 준비에 들어갔다.

매수와 협박, 회유 탄압에 맞서다

회사 대표는 노조가 들어서자 출근을 하지 않았다. 전혀 얼굴을 보여 볼 수 없었다. 휴대전화도 받지 않았다. 중간관리자와 반장들이 나서 조합원들을 모조리 해고하겠다며 탈퇴원서를 받기 시작했다.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과는 일을 못하겠다며 온갖 협박과 욕설을 퍼부었고, 심심찮게 다툼이 일어났다. 한편에선 아무런 연고도 관계도 없는 노조를 끌어들이냐며 노조를 배제하고 반장 중심으로 노사협의를 갖자며 회유가 들어왔다.

회사는 매수와 협박, 회유로 노조를 와해시키고자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본격적으로 탄압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의 계약기간을 이유로 승무를 정지시키고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조합원들은 누구도 자신이 계약직 신분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회사는 별도의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4년 4월경 일률적으로 입사일로 소급해 고용계약을 1년으로 하는 근로계약서를 체결했던 것이다.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쓰는 거라며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서명을 받았다.

회사는 근로계약 기간을 이유로 조합원을 해고해 일단 노조의 확산을 막고 조합원들에게 본보기(?)를 보인 것이다. 조합원 가운데 두 명이 연쇄적으로 승무정지를 당하고 해고되자 조합원들 내에서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비조합원들의 반응도 갑자기 냉랭해졌다. 조합원들은 1년이 되면 모조리 해고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강력한 투쟁을 주문했다. 차를 세우자는 요구가 거세졌다.

노조는 우선 회사쪽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문은 언제나 굳게 잠겨 있었다. 회사를 공적 장소로 끌어내 대화를 시도했다.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최종 중요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하고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회사는 노동부와 노동위원회의 출석 요구서의 수령을 거부하고 심지어 돌려보내기까지 했다. 지자체의 중재도 기피했다. 노동위원회의 조정은 회사쪽의 거부로 성립되지 않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노조는 파업 출정식을 갖고 2005년 1월13일부로 파업에 돌입했다.

조합원들 모두 거리로 내몰리다

노조는 오전에는 파업 기간 중 3곳의 거점 지역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후에는 지자체와 노동부 항의 방문 형식으로 파업투쟁을 전개했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대략 50% 정도가 파업에 참여했지만 회사는 1일2교대 근무를 전일제 근무로 돌리고 신규채용으로 맞섰다. 또한 겨울철 방학기간은 마을버스의 비수기였기 때문에 파업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길지 않은 파업 기간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조급해 했다.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자 균열의 조짐이 일었다. 도로를 점거해 마을버스의 운행을 막자는 의견이 나왔다. 파업을 풀자는 의견도 고개를 들었다. 조합원들과 숙의 끝에 해고 문제에 대해 법적 투쟁에 전념하고 파업을 중단하되 장기적 투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노조는 파업을 풀고 근무 복귀를 회사에 알렸지만,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는 차량을 배차하지 않았다.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찾아올 것을 주문하고 회사에 찾아온 조합원들에게는 여지없이 노조 탈퇴원서와 각서를 제시한 것이다. 탈퇴를 거부한 조합원들은 자동적으로 해고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모두 인정하고 원직복직과 임금지급을 명령했으나 회사의 재심신청으로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계류중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한그루의 나무가 뿌리내리기까지 심한 비바람과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하듯, 중소 영세사업장 내에 노조를 안착하는 것은 그 이상의 고충이 따른다. 때문에 사전에 철저히 조직해야 하고 교육훈련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기 일쑤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중소 영세업체 계약직 노동자들이 감히 단결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생존을 건 도박이다. 교섭도 해보지 못하고 해고되기 일쑤다. 1년여의 투쟁을 통해 복직이 되지만 그 기간 동안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정당한 이유 없이 지부장(부당전보)과 부지부장(해고)을 징계
- 주휴, 연장, 야간, 휴일, 연차, 월차, 상여금 등 미지급
- 6개월 내에 사직 시 위약금 100원 지불 (위약예정 금지 위반)
- 취업규칙 게시 및 주지의무 위반
-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 해태, 거부의 부당노동행위
- 노조 가입을 이유로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
- 정당한 단체행동에 참여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
- 쟁의 기간 중 신규 채용


당장 효과가 있는 해고 등 회사의 불법행위는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직격탄이다. 우선 잘라놓고 보자는 회사의 '막가파'식 행위는 조합원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준비가 부족한 투쟁으로 내몰리게 된다.

노동부는 현재 위와 같은 8건의 위법행위에 대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상태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이미 거리로 내몰린 상태다. 더욱이 가슴 속에 커다란 상처를 않은 채 하루 하루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해고 조합원들에게 생존비라도 지급할 수 있다면 무거운 짐 하나를 벗을 수 있을 텐데.

복직 후 투쟁을 준비한다

1차 투쟁은 노조의 패배임을 시인한다.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고 조합원의 일부가 이탈했다. 비록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했지만 현재 남은 조합원들은 모두 해고 상태이다. 물론 회사의 행태와 기세를 보면 해고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갈 것이 예측된다.

그간의 경험에서 중노위 재심 판정을 전후해 가용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에 투쟁을 집중한다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이 끝나는 올해 내로 모두 복직될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복직 투쟁을 준비한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며칠 뒤면 추석이다. 조합원 동지들에게 동지애를 한 아름 보낸다.

* 필자의 요청으로 사진과 약력은 싣지 않습니다.

전종덕 한국노총 경기일반노동조합 사무국장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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