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은 수익 안 올립니까, 우리도 사기 진작 좀 시켜주시죠." 최근 조흥은행은 직원들에게 데스크탑PC, LCD모니터, PDA, 노트북 등 IT기기를 7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은행은 지원 이유를 직원들의 사기진작 차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문 마지막줄에 '대상자는 정규직 임직원'이라고 명시했다. 이후 금융노조와 조흥은행지부 게시판에는 조흥은행 비정규직들의 비난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자신을 비정규직 직원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비정규직들은 인간 아니랍니까? 비정규직들은 수익 안 올립니까? 비정규직들이 수익 올려서 정규직들 배채워주는 듯한 느낌은 왜 자꾸 드는 건지, 힘빠져서 일 못하겠습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은행쪽 관계자는 "지금까지 비정규직 직원에게는 이러한 지원을 한 사례가 없었으며 정규직 직원에게만 지원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직원들의 비난의 화살은 노조에게도 향해졌다. 한 직원은 '치사한 집행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노조 가입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번에 비정규직이 제외됐을 땐 입 한번 벙긋 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에대해 조흥지부는 '답답할 뿐'이라는 답변을 했다. 지부 관계자는 "지난 1분기 노사협의 때 노조가 은행에 각종 수당 지급의 정례화를 요구했고 이를 은행이 거부하자 PDA 지급을 요구했다"며 "당시 은행이 이를 거부했다가 갑자기 이달 들어 공문을 내려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조는 지금까지 은행과 협의할 때 비정규직 직원도 동등한 처우를 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며 "하지만 이번 건은 은행이 '근로조건의 저하가 아니기 때문에 협의할 필요가 없다'며 일방적으로 대상자를 선정해 지급했다"고 말했다.

한편 조흥은행은 올해 추석 상여금으로 정규직 직원들에게는 급여의 50%를 지급했고 비정규직 직원들에게는 20만원을 일괄 지급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