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 앞에는 오늘도 천막 농성장이 차려져 있다. 민주택시 노동조합에서 ‘6부제 쟁취’를 내걸고 농성중이다. 벌써 100일이 다 되어 간다. 얼마 전에는 광주시의 부랑인 수용시설에서 사회복지사들이 민주적이고 투명한 시설 운영을 요구하며 시청 앞에서 집회투쟁을 벌였다.

불편한 고백  

지난 겨울에는 광주시립 예술단 노조에서 현재의 오디션제도는 잘못된 평가제도라며 노동자들이 천막을 쳤었다. 그 전에는 환경위생 노동자들이 천막을 쳤고, 또 그 전에는 광주시 장애인 복지관 노동조합에서 날마다 시청 앞으로 나와 ‘제발’ 복지관 운영을 제대로 하라고 투쟁을 벌였다.

광주시의회로 출근한 지난 3년여 동안 노동자들의 시청 앞 투쟁은, 거의 하루를 빼지 않고 집회며, 농성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두’와 싸워야 하는 노동문제

의정활동 1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모 일간지와 인터뷰가 있었다. 가장 어려운 일이 뭐냐고 물었던 것 같다. 노동문제라고 답했다. 의아해 한다. 노동계 출신이니 노동문제라면 전문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 셈이다. 하지만 역시 노동문제가 제일 어렵다. 노동관련 업무가 국가사무인 탓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관련 문제는 누구의 힘도 빌리지 못한 체 모두와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사무감사 중이었다. 노동자들의 집회 소리 때문에 감사를 계속할 수 없다며 의원들이 정회소동을 벌인다. ‘중요한 의회의 감사활동을 방해’한다며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묻는 의원들과 싸워야 했다. 왜 이것이 노동자의 책임인가. 이런 사태까지 몰고 온 시장에게 항의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결국 고성이 오간다. 의정활동 대부분에 힘을 실어주었던 언론도 날마다 틀어대는 시위대의 방송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대적 진보 언론의 모 기자도 ‘나도 시끄러워서 못 참겠습니다’ 라며 이제 노동자들도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타인을 배려하며 싸우라는 것이다. 시위 노동자들은 해고의 위협 속에서 생존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말할 밖에. 시립예술단의 곡소리 시위에는 공무원직장협의회 마저 관할 경찰서에 소음피해로 고소장을 냈다. 시청주변 아파트 주민과 상가에서도 불편하다고 항의하기 일쑤다.    

자책하며 지켜보는 천막농성      

집회며 출근투쟁은 그래도 낫다. 하지만 시청 앞 광장에다 천막을 치겠다는 경우는 또 다르다. 더 이상 말귀가 안 통하니 이제 실력으로 해보겠다는 것 아닌가. 싸움판을 벌이는 것이다. 그러니 시작부터가 녹록치 않다. 전투복을 차려입은 한 무리의 경찰들이 분위기를 잡는다. 공무원들은 ‘여기는 청사 부지니까 안 된다’고 하고, 경찰들은 ‘집회 시간이 지났으니 안 된다’, ‘불법이다’며 안 된다고 한다. 천막을 치겠다는 쪽과 절대로 막겠다는 쪽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있다.

천막농성과 관련해서 노동조합으로부터 사전에 통보 받지는 못했다. 투쟁의 여러 방법들까지 세세하게 공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투쟁의 흐름을 알기에 천막농성을 인지했을 때는 대부분 현장을 지켰다.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고 싶었고 또 어쩌면 긴장되어 있을 조합원들에게 그래도 ‘의원뺏지’가 곁에서 얼쩡거리면 좀 낫겠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천막을 치던 노동자들은 어땠을까. ‘뺏지’가 옆에 있는 것이 없는 것 보다 나았을까. 아니면 딱 부러지게 거들지 않아 서운했을까.

시청 앞에 천막이 들어서면 늘 마음이 불편했다. 결국 천막농성까지 오도록 나는 무엇을 했을까. 현안질문이니 시장 면담이 무슨 소용인가. 자책이 앞서며 무력감을 느낀다. 농성이 길어지면 심적 부담도 더욱 중대된다. 아침 출근길에 천막에 들러 차 한 잔 얻어 마시는 일도 낯부끄럽고 미안해서 더는 못하겠다.


자료요구에서 시정질문까지, 하지만…

의회사무처나 시청에서 자료요구를 가장 많이 하는 의원으로 통한다. 아마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성가시고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다른 의원들은 아무도 하지 않는 중요한 업무가 더 있다. 바로 각종 노동관련 업무다. 자료를 통해 노동자들이 하는 투쟁의 정당성은 대부분 입증된다. 의원은 이 자료를 근거로 행정의 문제를 짚어가며 투쟁을 지원한다. 감사를 하기도 하고 시정질문을 하거나 현안질문, 5분발언 등 의회와 의원이 갖는 권한이 총 동원된다.

공무원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자료공개가 어렵다고 한다. 직접 권한이 없다고도 하고 공개사항이 아니라고도 한다. 관련법들을 살펴본다. 다시 관계 공무원들과 대화한다. 법조문을 들이밀고서야 겨우 자료를 건네받는다.

택시부가세 경감분 지급내역 관련 자료를 요구한다. 부가세 경감분에 대한 사용자의 부당사용과 이에 대한 행정지도와 감독의 부적절이 시민들에게 폭로된다. 복지시설 노동자들의 시설운영에 대한 문제제기는 행정감사를 통해 드러난다. 친인척들이 시설의 주요 보직을 맡으며 시설을 사유화하고 법인 부담금과 후원금의 관리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분뇨정화조 청소 업무 처리에 대한 용역결과 보고서를 들춰본다. 정책결정의 오류를 발견한다. 공공기관 청소용역 업체에 대한 도급비 산정내용을 요구한다. 용역업체에서 작성한 비용 산출과 노동자에게 지급된 금액이 다르다.

이제 사용자측의 의원실 방문이 잦아진다. 해명하겠다고 하기도 하고 또 항의하기도 한다. 때로는 중재를 나서달라고도 한다. 노사가 만나는 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공청회 등을 개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자료를 통한 다양한 활동이 곧바로 노사문제의 해결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이게 미칠 일이다. 
 
이제 내게 묻는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노동자’의원의 활동에 대해 소개해 달라고 한다. 반갑고 고맙다. 할 말이 많았다. 민주노총은 아직 의원의 권한과 한계를 잘 모른다. 아니 한계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활용은 미흡하다. 의회가 결국은 계급투쟁의 장이라고 한다. 예산을 보라고 한다. 누가 힘이 센지 금방 알 수 있다.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인다. 국가권력뿐만 아니라 지방권력도 그렇다.

투쟁사업장에서 연대사며 인사말을 하라고 한다.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한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투쟁하는 당사자들이 받는 압박과 고통은 내가 상상하는 이상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만든 의원에게 한 가닥 기대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여전히 문제해결은 자신들의 몫이다. 염치불구하고 호소한다. 하나뿐이어서 그렇다고 변명한다. 그리고 더 많은 의원 만들어 달라고 한다. 아니 시장도 우리가 하자고 한다.

그리고 내게 묻는다. 혼자지만 최선을 다했는지. 누군가 홈페이지에 비난하며 올려놓은 글처럼 머리를 깎고, 시장실을 점거하면 되는지. 정말 그게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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