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택시노련 부산지역본부에 들어가 상근자로 활동하면서 한국노총과 약 12년의 인연을 맺어온 임채웅(38) 한국노총 교육문화실 국장이 지난 9일부로 한국노총을 떠났다. 지난해 6월 한국노총 사무총국에 들어온 지 1년 3개월만이기도 하다.

임채웅 국장은 “지난 6월 충주에서 김태환 열사 투쟁을 진행하면서 지역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 위해 한국노총을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13일 그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한국노총에서의 지난 삶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12년 동안 한국노총에 몸 담았다.
“지난 92년 택시노련 부산본부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한국노총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부산대에서 학생운동을 하면서 연을 맺은 선배의 권유로 같이 활동하게 됐다. 처음에 노총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문화가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이를 개혁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나를 비롯해서 학생운동을 했던 젊은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함께 친정부적이고 보수적인 한국노총의 모습을 바꿔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사실 한계도 많았다.”

- 지난해부터는 한국노총 중앙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선거캠프를 도와주면서 택시노련 부산본부와 갈등이 많았다. 당시 노무현 후보가 주장했던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대통합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아서 선거운동을 도와주게 됐다. 그러나 이같은 생각은 부산 정서와는 많이 달랐다. 그 때 불거진 갈등으로 결국 2003년에 택시노련을 나와야 했다. 그리고 지난해 한국노총 중앙에 들어오게 됐다. 지역 활동의 경험을 한국노총 중앙에서 접목시켜보자는 생각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이용득 위원장 체제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노총이 중앙집권적이라는 평가가 있었기에 지역 경험이 한국노총 변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 12년간 일을 하면서 느낀 노동운동의 문제점은.
“활동하면서 느낀 것은 노동운동이 내가 생각하기에도 국민 대중으로부터 너무 괴리돼 있다는 것이었다. 노총 중앙에 와서 지난해 비정규 법안과 김태환 열사 투쟁을 진행하면서 천막노숙투쟁도 했고 집회도 열었다. 집에 들어가지 못한 날도 많았고 열심히 뛰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노총이 얼마만큼 현장과 국민들과 함께 했는지, 함께 하기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 개인적인 성과라고 한다면.
“한국노총 중앙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배웠던 것은 전국적인 차원에서 큰 시선으로 노동현실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법안 투쟁과 김태환 열사 투쟁을 진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김태환 열사 투쟁을 하면서 지역의 투쟁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그러나 사무총국에서 나뿐만 아니라 노총 간부들 간에도 상호 신뢰와 동지적 유대를 쌓기 위한 소통들은 많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이에 따라 사무총국 업무가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면도 있다. 이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인 만큼 옆에 동지를 소중한 재산으로 여길 때만이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앞으로의 계획은.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다음해 있을 지자체 선거에서 시의원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지난 5월에 이미 열린우리당 부산시당에서 권유가 있었다. 결정을 못하고 있다가 김태환 열사 투쟁을 경험하면서 지역운동에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노동운동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12년간 노동계에 몸담아 왔고 선거에 나가더라도 그 꼬리표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본다. 당선되면 지역발전과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노총은 개혁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세상이 한국노총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노총에서도 이용득 위원장처럼 개혁적인 지도자가 들어선 적이 없었다. 변화해야 할 시기에 이같은 지도자가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보다 대중성 있는 지도력과 이를 통한 지지를 획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같은 점만 보충한다면 한국노총도 과거의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비록 한국노총을 떠나지만 발전 가능성은 분명 지금 현 체제 안에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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