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기업퇴출 판정 이후 건설업계에 본격적인 한파가 엄습했다.

동아건설과 삼익건설·우방·청구 등 14개 업체(무실적업체 3곳포함)가 청산·법정관리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아파트 입주의 차질과 하도급업체의 연쇄 도산, 실업자 양산 등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조건부 회생’ 판정을 받은 도급순위 1위 현대건설마저 법정관리 불가피론이 확산되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물론 업계 전체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건설업체의 무더기 퇴출 판정으로 직·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아파트는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에서 5만여가구에 달한다.

이 중 재건축분 1만8천가구는 재건축조합의 시공사 변경이 가능해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3만2천여가구도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받아 시공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입주 일정이 최소 6개월 이상 늦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현대건설이 37곳에 2만1천여 가구를 시공중이어서 법정관리설이현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

건교부 관계자도 “시공자재선정 등으로 공사 자체가 전면 중단되는 일은 없겠지만 개별 업체들의 시공사업에 대한 심사와 처리방식 결정 등에 적잖은 시간이 걸려 무더기 입주지연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공공공사 91건(1조4천6백억원 규모)과 해외 수주공사 27건(75억달러 규모) 등 퇴출 판정 업체들이 시공중인 사업도 공기 지연 등 차질이 불가피하다.

건설업계로선 하도급업체들의 연쇄 도산과 실업자 양산이 최대 걱정거리다. 동아건설의 하도급업체는 500여개, 현대건설은 2,500개를 웃돈다. 해당업체에서는 벌써부터 퇴출에 따른 실직사태를 걱정하는 직원들의 전직 시도 등이 나타나고 있다.

건교부 집계에 따르면 퇴출판정 14개 업체의 직원수는7,760명. 우량 건설업체들도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대비해 인원감축 등 감량경영을 하고 있어 이들을 수용할 여력이 없다.

여기에 정부가 이번 퇴출 판정을 계기로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본격화한다는 입장이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건교부는 이미 올해말까지 800개, 2001년 6월까지 700개, 2001년말까지 1,000개사 등 모두 2,500개에 달하는 부실 건설업체에 대한 단계별 정리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침몰하는 배와 함께 모두 죽든지 아니면 구명정을 내려 일부 승객만이라도 건져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며 “경쟁력이 없는 부실업체는 침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에 이어 현대마저 휘청거리면서 업체 판도 변화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LG건설, 대림산업 등이 새로운 강자 자리를 두고다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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