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해법이 법정관리 대신 출자전환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여신 만기연장 조건으로 감자-출자전환 동의서를 요구한 것이다. 이는 현대건설이 자구회생과 법정관리 중 양자택일에서 출자전환 후 경영권 박탈 카드도 적용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출자전환은 종전 3대그룹의 구조조정을 자구노력으로 해결한다는 정부 방침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특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신 현대에 현대중공업 등 현대그룹 차원의 자구계획을 추가로 종용,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건설 출자전환 길 트여=가장 주목할 대목은 정부와 채권단이 출자전환의 가능성을 열어둔 점이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대주주의 감자 및 출자전환 동의서를 받아 부도 전에 채권단이 출자전환 후 경영권을 박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법정관리 강행 때 해외수주 입찰자격이 사라지고 협력-하도급업체의 연쇄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현대건설은 자금결제 불능위기에 직면하면 감자→출자전환→경영권 박탈→새 경영진 재편 등의 수순으로 회생의 길을 가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해법은 4대그룹은 자구노력으로 해결토록 한다는 종전의 정부 방침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으로 특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부담은 대규모 부실로 전가돼 고스란히 공적자금으로 메워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현대가 유동성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부도 후 법정관리로 가는 게 첫째 원칙이며, 출자전환의 경우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법정관리를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그룹 차원의 자구계획 이행=정부는 대신 현대그룹 차원의 자구계획을 요구, 압박수위를 높이는 카드도 동원했다. 이는 정몽준(MJ) 계열인 현대중공업과 상선-전자-상선 등 계열사들이 자금을 지원하든지 전자-증권과 같은 알짜 계열사 매각에 나서라는 메시지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현대가 그룹 차원의 자구계획을 내놓지 않거나 출자-감자 동의서를 내지 않을 경우 2금융권이 포함된 확대채권금융기관회의에서 여신의 만기연장 조치가 수용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조건을 수용치 않을 경우 최종부도 처리 후 법정관리를 강행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대가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현대건설을 도울 수 있는 곳은 현대자동차와 중공업이지만 이들 기업의 경우 계열분리된 상태이고 나머지 전자-증권 등 정몽헌(MH) 계열사들은 자금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전자와 증권 등 알짜기업의 매각 외에는 대안이 없는 셈이다.

◇이번주가 최대고비=이번주가 현대건설의 생사를 가름하는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이번주중 경영권 포기각서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요구하고 여신 만기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주변에서는 현대가 건설을 포기하는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현대는 건설의 상선 지분 23% 가량을 MH와 현대엘레베이터 쪽으로 옮겨 사실상 건설 떼내기에 나선 게 사실이다. 이 경우 MH와 현대 계열사들이 건설지분만 포기하면 건설의 부실은 고스란히 채권단이 떠안게 된다.

정부가 이같은 움직임에 주목, 그룹 차원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가 건설을 포기하기 전에 최대한 자구노력을 종용, 건설손실분을 메우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서는 이와 관련, 결국 MH가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계열사의 손실분담을 전제로 현대건설을 포기하는 수준에서 출자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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