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의 퇴출기업 발표로 직장인들이 또다시 ‘실업공포’에 빠졌다. 청산이나 법정관리 대상기업의 5만명 이상 근로자들이 사실상 ‘실직’이라는 칼날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퇴출기업 직원들은 물론 일반 샐러리맨들도 벌써부터 자신에게 불어닥칠 ‘감원한파’에 크게 술렁되는 분위기다.

강순희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4일 “기업퇴출 등 구조조정으로 실업자 수가 9월 말 현재 80만4000명보다 5만명 가까이 늘어난 85만400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금융기관과 공공기업 구조조정의 가닥이 잡히는 올 연말에는 실업자 수가 이보다 훨씬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올 3/4분기 3.6%에서 최악의 경우 4%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높다.

최광식 명지대 교수(노동경제학)는 “IMF 위기 당시 상황과 같은 대규모 실업사태는 없겠지만 일자리를 잃는 직장인이 적어도 수만명에 이를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퇴출기업 가운데는 특히 건설업체가 상당수 끼어 있어 하청업체들의 연쇄부도와 일감 부족으로 ‘일자리 없는 근로자’의 대량 양산이 불가피하다.

청산대상에 포함된 삼익건설 총무팀의 양모 계장(30)은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건설업체가 정리될 경우 실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자명하다”고 말했다.

실업대란이 우려되면서 근로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대구 삼성상용차 직원 900여명은 3일 오후 퇴출기업으로 확정되자 항의집회를 갖고 생산 트럭 7대에 불을 지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집회에 참석한 근로자 이모 씨(43)는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이 소중한일자리를 앗아갔다”며 “‘고용 보장 확약’을 받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퇴출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화의(和義)인가를 받은 삼익건설직원들은 4일 출근했으나 정상적인 근무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준섭 인사부 과장(38)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앞으로의 대응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법정관리 상태에서 청산명령을 받은 우성건설 직원들도 이날 출근했으나 일손을 놓은 채 부서별로 ‘대책회의’를 갖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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