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본부장 최용국)가 8일 한솔교육, 부산교통공단(지하철 매표소 민간위탁), 솔로몬저축은행 등 부산지역 장기투쟁사업장 3곳을 집중타격 하는 버스순회투쟁을 벌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각 사업장을 순회하며 집회를 여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투쟁에는 해당사업장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일반노조 등 노동자 60여명이 참가했다.<사진>


이번 투쟁은 지난 2일 부산지역본부가 투쟁사업장 대표자 간담회를 갖고 ‘악성 노동탄압 사업장’으로 지목된 5개 사업장 조합원들의 투쟁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9일에 이어 15일에는 풍산마이크로텍과 해운대 까르푸가 표적이 된다.

5개 사업장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측의 탄압으로 해고 또는 해고 위기에 몰린 사업장으로 연대투쟁이 절실했던 곳이다. 최 본부장은 이번 투쟁의 의미를 “막바지까지 몰려 이를 악물고 싸우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긴급하게 힘을 주고, 하반기 더 큰 연대투쟁으로 꼭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선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사업장은 특수고용노동자인 학습지 교사들이 노동자성 인정과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한솔교육. 올초 부당한 수수료 인하에 맞서 120여명의 교사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사측과 단체교섭을 벌였으나 돌아온 것은 계약해지였다. 이 와중에 법원이 사측이 낸 단체행동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고, 현재 해고자 10여명이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솔교육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교사들은 “서너명 모여서 힘들게 집회를 했는데 오늘 많은 동지들과 함께 해 힘이 난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두번째는 부산교통공단. 2002년 매표업무 민간위탁으로 지하철 매표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2004년부터 진행된 매표소 무인화에 따라 이틀 뒤인 9월10일로 계약해지 통지서를 받은 상태다. 노동부가 2002년 매표업무 민간위탁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지만, 이후 행정심판위원회와 검찰이 이를 뒤집는 처분을 내렸다. 대부분의 매표소 노동자들이 이미 현장을 떠났고, 25명의 조합원들만 남아 2006년 출범하는 부산교통공사로의 고용승계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버스순회투쟁단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솔로몬저축은행. 한마음상호저축은행이 솔로몬저축은행에 인수되면서 고용을 보장받지 못한 노동자 56명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73일째 투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자산매각방식의 인수이기 때문에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노동자들은 자산매각은 꺼풀일 뿐 실제로는 영업양수양도이기 때문에 고용승계의무가 있다고 입장이다. 특히 솔로몬저축은행이 신규직원 채용광고를 신문에 내면서 노동자들은 격앙된 상태다.

<현장 인터뷰>
- 어떻게 투쟁을 시작했나.
"지난 1월 한솔교육이 일방적으로 학습지 교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9% 인하한 계약을 요구했다. 어느 한 곳 하소연할 데가 없어 교사들 스스로 노조를 결성하고 싸웠지만, 사측이 계약해지를 내세워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바람에 한 명씩 빠져나갔다. 지금은 10여명이 남아 있다."


- 힘든 싸움인데.
"남아 있거나 나갔거나 노동자성 인정과 정규직화에 대한 교사들의 마음은 같다고 생각한다. 힘들지만 남은 조합원들이 모여 일주일에 두 번씩 한솔교육 본사와 학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렇게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업장 동지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 끝까지 이렇게 싸우는 이유는.
"특수고용직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누군가 싸워서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 철폐투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영원히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럴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다. ‘특수’라는 이름만 붙인다고 노동자가 사업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잃어버린 노동자의 권리, 특히 여성이 대부분인 학습지 교사들이 찾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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