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운동의 현 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을 짚기 위해 매주 <매일노동뉴스(레이버투데이)>가 연재 중인 산별노조(연맹) 위원장 인터뷰 일환으로 지난주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에 이어 6일자로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 인터뷰가 실렸다. 그런데 현재 금속노조는 경선으로 치러지고 있는 4기 임원선거 중이고 김 위원장은 4기 위원장 후보이기도 하다. 양 후보 진영의 양해를 구해 오늘은 상대후보인 문영만 후보의 인터뷰를 싣는다. <편집자 주>



“3기 금속노조는 현장 조합원의 의견을 모아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몇몇 지도부만의 조직으로 운영이 되고, 조합원이 노조 주체로 나서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바꾸는 금속노조 위원장이 되겠다.”

4기 금속노조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문영만 부산양산지부장의 출사표다. 지난달 31일 금속연맹 울산집결투쟁이 끝난 뒤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인근의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올해 금속노조 선거는 현 집행부인 김창한 후보조와 문영만 후보조의 경선으로 치러진다.

금속노조 5년 역사상 처음 진행되는 경선에 대해서 문영만 후보는 “최초로 경선을 하다 보니 많은 조합원들이 조직이 분열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상호비방 하지 않고 정책선거를 중심으로 침체된 금속노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3기 금속노조, '밀어붙이기'식 조직운영 해 왔다”

올해 금속노조 선거에서 양쪽 후보 진영이 내놓은 핵심공약은 ‘현장 조직력의 복원과 산별노조 완성’으로 정책상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3기 집행부에 대한 입장은 조금 상이하다. 현 금속노조 위원장인 김창한 후보가 손배·가압류 철폐 합의, 산업최저임금 현실화, 산업공동화 부분에서 일정정도 성과를 냈다고 보는 반면, 문영만 후보는 중요한 사업과 관련해 상호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등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금속노조 1, 2기를 통해 우리는 금속노조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 왔고, '한다면 한다'는 자신감도 가지게 됐다. 그러나 3기 들어 금속노조는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조차 힘있게 하지 못하고 또 결정한 사항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이는 통합집행부였던 3기가 그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평가한다.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밀어붙이기'식으로 조직을 운영해 왔다.”

문영만 후보는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4기 금속노조는 아래로부터의 참여를 통한 토론과 설득으로 합의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그는 3대 핵심공약 가운데 하나인 ‘현장 중심의 민주적 조직운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합원의 생각 하나하나를 위로 모아 요구를 만들고 투쟁을 기획하는 매우 상식적인 조직운영이 필요하다. 물론 지도부 입장에서 반드시 투쟁과 동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세도 있다. 이럴 경우 사전에 투쟁계획서를 제출해 현장에서 토론되고 투쟁의 필요성을 조합원 하나하나가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소통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현장토론을 제도화해 조합원을 조직운영의 주인공으로 세우겠다.”

문영만 후보의 핵심공약 가운데 또 하나는 ‘2006년 15만 산별완성으로 통합지도력 구축’이다. 2006년 상반기 대공장노조의 산별전환, 2006년 하반기 조기선거를 통한 통합지도력 구축은 김창한 후보의 산별완성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금속노조가 금속연맹의 산별전환과 관련해 좀더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에서 차별성을 지닌다고 역설했다.

산별전환, 금속노조가 주도하겠다

약력
1983년  대우정밀 입사
1987년  대우정밀노조 초대 쟁의차장
1989년  대우정밀노조 부위원장
1991년  대우정밀노조 위원장 직무대행
              전노협사수파업 주도로 해고 및
              구속(1년6월 실형)
1994년  전노협 부산노련 3-4대 위원장
               3자 개입금지 위반으로 구속
1995년  전노협 부산노련 의장 겸 전노협
               부위원장
1996년  민주금속연맹 초대 사무처장
2000년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2004년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현)
“금속노조는 2007년 복수노조에 대비해서 2006년 산별전환 성사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속연맹 산별완성위원회에 맡겨놓는 식이 아니라 금속노조가 주동적으로 산별전환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속노조의 조직체계와 운영, 규약·규정 등 필요한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금속노조의 성과와 정신을 이어받아 15만의 새로운 지도력을 갖추어 2007년 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하겠다. 또 산별조직 발전전망과 산별협약 발전전략을 수립, 조합원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기획되고 준비된 투쟁으로 한 단계 조직을 발전시켜 나가겠다.”

문영만 후보는 이어 “아직까지 금속산업을 대표하기에 금속노조는 여전히 규모의 한계를 갖고 있다"며, 현재 금속 노동운동 상황을 "특히 복수노조 체제를 앞두고 있는 지금, 아직까지 대공장노조들의 산별전환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어 금속산별운동의 발전이 가로막혀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07년 복수노조체제가 되면 자본의 공세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2006년은 금속노동자들이 하나의 산별노조로 뭉칠 수 있느냐, 아니면 일본식 노무관리 조직으로 전락하느냐 하는 갈림길이다. 금속노조는 2006년 산별전환 성사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힘을 쏟겠다.” 문영만 후보의 약속이다.

하지만, 문 후보의 이런 자신감과 달리 현재 금속노조 일부에서는 산별노조 탈퇴, 기업별노조로의 회귀가 진행되고 있다. 경주지부의 동진지회, 부산양산지부의 동신유화지회, 대구 현대금속지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본의 산별노조 거부와 금속노조 탈퇴 압력은 한 두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2001년 결성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이런 시도가 나타났지만 금속노조 대다수 사업장들은 기업을 넘어선 연대투쟁으로 이를 극복해 왔다. 이후 금속노조는 민주노총·민주노동당과의 공조체계를 굳건히 하면서 재벌대기업에 대한 투쟁에 힘을 쏟는 가운데 해당 사업장의 현장조직력 강화를 통해 극복할 것이다.”

올해 금속노조는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 기아차화성사내하청지회,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등 비정규 사업장의 금속노조 가입이 증가 추세에 있다. 이를 감안한 듯 문영만 후보는 비정규-미조직사업의 강화를 위한 예산, 할당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노조운동의 산별전환은 단순히 기존 노조를 산별노조 체계로 흡수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산별노조는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계급적 대산별을 이뤄내는 것, 이것이 노동해방의 길에 복무하는 것이다.”

문영만 후보는 각 조직의 회의안건과 조직예산의 일정 부분을 ‘비정규문제에 할당’하도록 제도화 할 방침이다. 안건과 예산 할당제의 도입으로 정규직·비정규직간의 통합기능을 높이겠다는 것.

그렇다면 개인 문영만은 어떤 사람일까. 인터뷰 말미, 자신을 소개해 달라는 이야기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지난달 22일 후보등록 이후 23일 처음 찾은 곳이 양산의 솥발산 공원입니다. 박창수, 배달호, 김주익, 곽재규 열사가 묻혀있는 그곳에서 이렇게 약속을 드렸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을 이만큼 성장시키고 발전시켰던 것은 당신들의 비타협적인 투쟁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금속노조를 그 투쟁정신으로 올곧게 세우겠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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