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현자비정규노조 고 류기혁 조합원 자살과 관련해 총연맹 차원의 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6일 중집회의에서 고 류기혁 씨에 대한 투쟁대책을 논의한 결과 이렇게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또 현대자동차노조가 대책위 참가에 대해 난항을 표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현대자동차노조가 참가하지 않아도 대책위는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건은 불법파견과 노조탄압에서 발생했고 자본과 정권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규정했다.

이밖에 민주노총은 오는 9일 오후 5시30분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에서 금속연맹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공동주최하는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집회를 대책위 주최가 아닌 금속연맹과 울산지역본부 주최로 한 것과 관련해 민주노총은 “아직 현대차노조가 대책위 참가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원하청연대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연맹과 지역본부 주최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오후 2시에 영등포에서 예정된 중앙위원회를 울산에서 여는 방안도 적극 고려하기로 했다.

이밖에 민주노총은 8일 고 류기혁 씨 사망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모든 단위사업장에 현대자본을 규탄하는 플래카드 등을 내 걸 것을 지침으로 내릴 예정이다.

한편 이날 중집 결정은 5일 울산에서 민주노총과 금속연맹이 현대자동차노조에 제안한 내용을 대부분 반영한 것이다.



<3신> “차별 없는 세상에서 편안히 쉬시기를”
고 류기혁씨 장례식 6일 가족장으로 치러져


곡소리 한번 크게 들리지 않은 장례식 일정이었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2박3일, 빈소도 끝내 조용했고, 영결식도 간소하다 못해 초라할 지경이었다. 유족들은 젊디젊은 영정 앞에서 할 말을 잃었고, 동지임을 자청하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무력함에 분루를 삼킬 뿐이었다. 다만, 하늘만이 2박3일 내내 맘껏 눈물을 쏟으며 고인을 달랬다.

고 류기혁씨 장례식은 유족들 뜻대로 6일 오전 9시20분 울산 시티병원에서 가족장으로 진행됐다. 어머니와 동생을 포함 20여명의 가족, 친지들과 50여명의 노동자들이 이날 자리를 지킨 것이 전부였다. 영결식과 발인까지 채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영구차에 실린 고인은 노동자들이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비정규직 철폐’ 구호를 뒤로 하고 화장장으로 향했다. 이것이 끝이었다. 투쟁조끼와 구호만 없었다면 여느 장례식과 다를 바 없는 쓸쓸한 풍경이었다.


장례 일정 내내 가족들은 말을 아꼈다. 고인의 동료들과도 거리를 뒀고, 특히 기자들에게는 한마디의 말도, 한 장의 사진도 허락하지 않았다. 자식을 먼저 보내는 어머니의 심정은 영결식장 배경음악처럼 깔린 “아이고, 아이고” 낮은 곡소리에서 미뤄 짐작될 뿐이었다.

가족들의 이러한 거리두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동지를 보내면서도 운구에도 끼지 못했고, 추도사도 바치지 못했다. 구경꾼처럼 손을 놓고 마음으로만 고인의 영면을 빌 수밖에 없었다.

“죽기 이틀 전에 만났는데 몸이 좋지 않았다. 그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같이 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한때 현대자동차 2공장에서 고 류기혁씨와 함께 일했다는 손종현(29)씨의 말이다. 살아 생전 못 다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죄책감처럼 사무치는 듯 했다. 전날 울산으로 내려와 밤샘 회의를 이끌었던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충혈된 눈으로 장례식을 조용히 지켜봤다.

임단협 기간 중인 현대차노조는 이날 역시 주·야 4시간 파업을 벌였다.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주간 파업조는 낮 12시 각 사업부별로 보고대회를 진행, 고 류기혁씨의 죽음을 애도하고 2005 임단투 승리를 결의했다.

적막감이 감도는 울산공장, 고 류기혁씨 사망과 관련한 대책위 구성 문제로 지난 밤 현대차노조 사무실은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그러나 오전 9시 총연맹과 금속연맹 등 상급단체들이 모두 자리를 떠나자 공식 일정이 없는 현대차노조도 잠시 휴식을 취했다.

고 류기혁씨가 사망한 지 3일이 지났지만 노동계의 행보는 여전히 조용하다. 추모집회도 없었고, 그 흔한 선전전조차 없었다. 다만 각 사업부별로 진행된 보고대회에서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날 1공장 사업부 보고대회에서 만난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은 고 류기혁씨의 사망과 관련, 한참을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일부에서 류씨가 신변상의 이유로 죽었을지도 모른다며 열사 호칭을 꺼려 하는데, 말도 안 됩니다. 회사쪽이 근태 불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규직 노동자 같으면 그렇게 쉽게 잘랐겠습니까.”

그리고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난 이런 말 할 자격 없습니다. 해고될까 두려워 비정규직노조 파업에 한번도 결합 못하고 본관 앞 비정규직노조 천막도 혹시나 눈에 띌까봐 가능하면 돌아서가는 변변찮은 놈인데….”

고 류기혁씨를 떠나 보낸 이날 공장에서 라인을 타던 대부분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살아서 힘들었던 것, 괴로웠던 것 모두 잊어버리고 편히 잠들어라.” 빗속을 뚫고 가는 영구차를 향해 한 노동자가 눈시울을 적시며 조용히 되뇌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고인을 마음껏 보살피지 못한 노동자 ‘동지’들도 빗속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열사고 뭐고 필요 다 없소. 비정규직이었던 나는 괴로웠소. 비정규직 철폐! 그대들 소원 꼭 이루어서 다시는 나 같은 사람 없게 하시오.” 고인의 답사가 아닐까. 고향 영덕 어느 강가에 유골로 뿌려졌을 고 류기혁! 며칠 태풍에 떠돌다가 동해 푸른 바다에서 내내 안녕하기를….



<2신> 고공농성단 악천후로 농성 끝내
고 류기혁 대책위 구성, 노동계 시각차로 난항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 송전탑을 점거하고 5일 오전 5시부터 농성에 들어갔던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4명이 6일 새벽 1시40분 태풍으로 인한 비바람에 지쳐 탈진한 상태로 농성을 접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날 4명의 농성 참가자들은 고공농성의 배경과 접은 이유 등에 대해 성명을 발표, “태풍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건강이 악화돼서 농성을 중단했으며 현대차 원하청 연대회의에서 지난달 12일 이후로 발생한 비정규직 조합원 해고와 관련 원직복직을 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혀 농성을 접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고 류기혁씨 죽음을 계기로 ‘류기혁 열사를 살려내라’, ‘불법파견 정규직화 실시하라’, ‘부당해고 부당징계 손배가압류 철회하라’, ‘성폭력, 집단구타, 납치감금, 감시사찰 책임자 윤여철을 처벌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진행된 농성은 이로써 하루만에 끝났다.

농성참가자들이 크레인에서 내려오자마자 연행에 대비한 듯 현대차노조가 지체 없이 노조차량으로 이들을 공장 내 산업보건센터(진료소)로 이동시켜 건강검진에 들어갔다. 건강에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 1시10분 119구조대가 출동, 안전매트를 설치하고 크레인을 이용해 이루어진 구조작전은 30분만에 끝났다. 태풍의 영향권 속에서 농성단이 탈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야말로 '구조'였다. 3명의 119대원들이 크레인 구조박스에 탑승, 고공농성장에 접근해 농성참가자들을 한꺼번에 실어내렸다.

농성참가자들이 고공농성을 풀기로 결정한 것은 5일 밤 12시께. 악천후로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상욱 현대차노조위원장이 원하청연대회의 의장 직권으로 농성을 풀 것을 요구하면서, 부분파업으로 발생한 해고자 17명의 복직을 원하청연대회의 차원에서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약속을 하고 난 후였다.

고공농성은 이렇게 끝났지만 악천후를 감안하더라도 하루만에 끝난 농성전술에 대한 비판과 농성 성과에 대한 평가 등이 앞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 류기혁씨 죽음에 대한 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 노동계가 사흘 동안 여러 단위의 논의를 벌였지만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해 고 류기혁씨 죽음을 둘러싼 노동계 내부의 만만찮은 시각차를 드러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이미 고 류기혁씨를 열사로 규정하고 열사투쟁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반면, 현대차 정규직노조는 열사라는 규정을 거부하고 있다.

5일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울산에 내려와 민주노총, 금속연맹, 금속연맹 울산본부, 현대차 정규직노조 대표자들을 모아 6일 새벽까지 대책위 구성을 논의했지만 현대차 정규직노조의 거부로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대책위 구성에 관한 해법은 일단 민주노총 중집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1신> 고 류기혁씨 장례식 6일 오전 가족장으로
“열사냐 아니냐” 노동계 내부 이견, 대책위 구성조차 난항



고 류기혁씨<사진> 장례식이 유족들의 뜻대로 6일 오전 가족장으로 진행된다. 시신이 안치돼 있는 울산 시티병원에서 오전 9시30분 발인제를 갖고 10시에 출상, 방어진에서 화장 후 고향인 영덕으로 향할 예정이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가 4일과 5일 유족들을 만나 장례 절차를 논의하면서 진상규명 후 노조장으로 치를 것을 설득했지만 유족들은 이를 거부하고 가족장을 고집했다. 유족들은 자살로 잠정결론 난 5일 부검결과에도 불구하고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주위 사람들에 대한 자살 방조 의혹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밤늦도록 유족과 장례 절차를 논의했던 현대차비정규직노조 김희선 상황실장은 “유족들은 장례를 치른 후 노조의 진상규명 활동에는 적극 협조하겠지만 노조 활동을 위해 고인을 앞세우지는 말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고 류기혁씨와 관련된 현대차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은 장례를 미루고 진행되던 기존 열사투쟁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6일 장례식을 치르고 고 류기혁씨 죽음의 원인이기도 했던 불법파견, 부당해고, 노조탄압 등에 대한 현장투쟁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희선 상황실장은 "고 류기혁씨 죽음은 노동탄압에 의한 타살이고 불법파견 철폐 투쟁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장례를 치르고 힘들더라도 이 싸움을 끝까지 끌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 류기혁씨 죽음에 대한 대응과 대책위 구성에 대해 노동계가 이틀 동안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해 고 류기혁씨의 죽음에 대한 만만찮은 노동계 내부의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이미 고 류기혁씨를 열사로 규정하고 열사투쟁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반면 현대차 정규직노조는 열사라는 규정을 거부하고 있다. 5일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과 민주노총 신승철 부위원장이 울산을 찾아 노동계와 간담회를 열고, 노동계 내부적으로도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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