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 몰린 심정이다. ” “평생 몸바쳐 일했는데 왜 샐러리맨만 피해를 보느냐. ”

3일 퇴출대상 기업명단이 발표되자 해당기업 직원들은 물론, 다른 직장인들 대부분도 극도의 불안감과 불만을 토로하며 언제라도 현실화할 수 있는실직위기에 긴장하는 모습들이었다.

“이제 더 이상 회사가 나와 가족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며 유학이나 창업준비를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직장인도 급증하고 있다.

대한통운 A(42)과장은 “17년간 택배업계의 대표주자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는데 퇴출대상으로 거론되면서 모든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다”며 “먹고 살길을 찾기 위해 아내에게 조그만 점포라도 알아보라고 말했다”고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건설 김모(34)대리는 “건설수주 세계 1~2위를 다투는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은 이미 잃어버린지 오래”라며 “발 빠른 동료들은 벌써 하나둘씩 직장을 옮기고 영어나 컴퓨터 공부를 하는 사람도 많은데 아무것도모른채 묵묵히 일만 해온 내자신이 한심하다”고 애꿎은 담배연기만 내뿜었다.

실직 불안감은 재벌기업과 금융업계로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빛은행의 한 중견직원은 “은행을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돈벌이에 혈안인데 왜 모든 책임은 힘없는 우리만 져야 하느냐”며 “십수년간 꿋꿋이 일해왔지만 이제 이 나이에 어디가서 무슨 일을 할 지 막막하다”고 한탄했다.

LG정보통신에 다니는 이모(28)씨는 “최근 몇 년간 이미 4번이나 직장을옮겼다”며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항상 불안해 장래에 대비, 동료들과 어학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직장인은 퇴출 및 실직공포에 만성적인 불안증세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H은행 에 다니는 이모(30)씨는 “은행합병설로 명퇴와 퇴출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만성적인 울화증세와 불면증, 악몽에 시달린다”며 “다른직장으로 옮길 자신도 없어 허탈한 심정으로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불안해 했다.

벤처업체 직원들도 `줄도산'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벤처기업에 다니는이모(28)씨는 “최근 벤처 부도가 속출하면서 언제 내 차례가 닥쳐올 지불안해 견딜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학과 이직, 창업, 부업 등을 통해 실업의 탈출구를 모색하는직장인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S은행의 박모(40)차장은 “금융권 구조조정에 불안감을 느끼고 타금융기관이나 벤처업체 일자리를 알아보는 동료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고 D무역 관계자는 “한달전부터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 함께 돈을 모아 소규모 무역업을 시작하는 직원들도 생겨났다”고 전했다.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고려대의 경우 올10월경영대학원 특차지원에서 직장인 등 지원자가 30%나 늘었다.

L증권 이모(28)씨는 “미래에 대배, 최근 대학원 시험을 친 데 이어 금융관련 자격증 2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고 금융업체에 다니는 김모(33)씨는 “언제 회사가 잘못될지, 실업을 당할지 몰라 영어공부를 하면서 유학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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