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로부터 101개 협력업체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현대차 울산공장. 여기에 전주, 아산공장까지 그 인원을 합치면 1만여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현대차는 불법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그뿐이다. 현대차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며 법정대응을 준비 중이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노조가 8개월이 넘게 농성을 하든 말든, 현대차는 법의 이름을 빌려 해고나 가압류 신청 등으로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상욱 현대차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이미 지난달 초 현대차비정규노조 대표자들은 <매일노동뉴스>와 간담회에서 불파투쟁에 공조키로 한 정규직노조와 의사 소통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 터였다. 이들 뿐 아니라 일각에서는 과연 현대차노조가 불파투쟁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까지 이야기한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중심에 서 있는 현대차노조와 이상욱 위원장은 과연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을지 궁금했다.

비정규노조 독자파업 아무 의미 없다

“제발 내부 사정도 모르면서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터뷰 초기부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던 이상욱 위원장<사진>은 “지난해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불법파견 철폐 및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불법파견 원·하청연대회의 구성을 결의하고 3월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이 투쟁의 당위성에 대한 교육과 선전전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현대차노조, 현대차 울산·전주·아산 비정규노조(지회)는 불법파견 원·하청연대회의를 구성, ‘공동결정, 공동투쟁, 공동책임’이라는 기조 아래 지난 5월 현대차에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요구했다. 6월에는 이른바 ‘부흥회’로 불리는 대대적인 비정규노동자 조직화에 나서 울산에서만 조합원을 2천여명으로 늘렸고, 아산과 전주를 포함하면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수는 3천여명에 달할 정도로 확대됐다.

이상욱 위원장은 “불법으로 사용한 파견노동자들에 대해 원청인 현대차가 8차에 걸쳐 진행된 특별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의 조직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정규직 조직화를 서둘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러한 조직력이 비정규노조의 힘으로 결집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정규노조의 독자파업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는 지난달 18일과 25일 울산공장의 현대차비정규직노조가 원·하청연대회의의 결정 없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파업에 대한 지적이다. 당시 비정규직노조가 진행한 파업에 대해 원청 관리자들은 폭력을 행사하며 파업을 막았고, 그 때문에 비정규직노조는 대체인력 저지는커녕 라인순회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서쌍용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원청 관리자들에 의해 경찰에 인계,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정규직노조 독자파업에 우려를 표명한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 라인에 정규직(관리자포함)이 대체인력으로 투입되는 것은 막겠다고 밝혔을 뿐 당시 발생한 원청 관리자들의 폭력에 대해서는 정규직노조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

“비정규직노조의 독자행보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표명했지만 결국 독자파업을 감행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에 대해서 정규직노조가 책임지고 사태 해결에 나서라는 것은 비정규직노조 뒤치다꺼리나 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며 관리자들의 폭력을 정규직노조가 방관, 방기하고 있다는 비정규직노조 주장에 대해 이상욱 위원장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상욱 위원장은 "비정규직노조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낼 힘이 되지 않는데 정규직노조와 함께 하지 않는 독자파업은 ‘무리’라는 생각"이라며, "지금은 원하청연대회의 내에서 공유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불법파견 정규직화’라는 결과물보다 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원·하청 노조의 연대를 모색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반된 정규직 조합원들의 정서를 다잡는 것, 그러기 위해서 정규직 노동자에게 이 투쟁에 대한 정당성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원하청연대회의의 공동행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현대차가 특별교섭을 요구하는 원하청연대회의의 요구조차 묵살하고 있다. 교섭석상에 나오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현대차를 교섭테이블에 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전제한 뒤, "비정규노조가 주장하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요구보다는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성사시켜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받아내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요구”라고 지적했다.

특별교섭을 올해 임단협이 마무리되기 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이상욱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임단협 승리와 불법파견 특별교섭 성사를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임단협 마무리 전 반드시 특별교섭을 성사하겠다는 의지표명이다.

“비정규직노조의 독자파업은 ‘공동결정, 공동투쟁, 공동책임’을 원칙으로 한 원하청연대회의에서도 결정되지 않은 채 임의로 진행한 것이다. 현재 실력(조직력)이 되지도 않은 비정규직노조가 계속 독자파업을 감행할 경우 임단투를 진행하고 있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정서는 이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독자파업으로 생산타격을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현재 비정규직노조는 정규직 조합원들과 어떻게 공동행보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이 위원장의 말이다.

특별교섭 성사로 원청 사용자성 획득해야

인터뷰 내내 원하청연대회의 공동결정을 강조했던 이상욱 위원장은 최근 정규직노조와 이견을 보이면서 비정규직노조가 일방적 행보를 취했던 것은 ‘공동결정, 공동투쟁, 공동책임’을 위반하는 태도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불법파견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구성됐던 원하청연대회의가 비정규직노조의 독자행보로 그 의미조차 훼손되고 있다는 것.

“이미 비정규노조들 중 일부는 원하청연대회의가 불필요하다는 회의적인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철폐,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기 위해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해야 한다. 비록 ‘엇박자’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같이 가야 하지 않겠나.”

요컨대 원하청연대회의 내에서 의견조율이 되지 않으면서 원하청노조의 불법파견 공조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1일, 9월초 공동투쟁계획을 논의하기로 한 연대회의에서조차도 비정규직노조의 독자파업에 대한 대중적 사과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연대회의 입장과 비정규직노조의 “사과를 표명할 만큼 잘못한 적 없다”는 입장이 대립하면서 9월초 공동투쟁계획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노조의 5공장 농성이 벌써 8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비정규직노조의 입장은 이해한다. 하지만 교섭석상에도 나오지 않는 현대차와 승부가 한판에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현재 임단투에서 현대차를 교섭석상에 최대한 나올 수 있도록 정규직노조와 공동행보를 진행하고 장기적인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비정규직노조는 선도적인 투쟁이 아니라 1,800여 비정규직 조합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대중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번에 해결되지 않으면 불법파견 투쟁이 끝이라는 인식은 불파투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말을 이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불법파견 투쟁을 지지하거나 동참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 못하다.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안전판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비정규직노조의 독자적인 행보는 정규직 조합원들과의 간극만 넓힐 뿐이다.”

4일 현재, 이상욱 위원장의 단식농성이 6일째다. 지난 2일 정규직 노사의 20차 임단협 교섭에서 회사가 임금 8만1천원 인상을 제시한 것에 대해 ‘아직 미흡하다’는 노조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올해 현대차노조 임단협이 막바지 교섭국면에 달했음을 시사한다. 회사 제시안에 더해 3자 제도개선합의에 따른 인상분까지 감안하면 가까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 합의한 8만7,500원과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욱 위원장이 꼭 성사시키겠다는 불법파견 특별교섭 여부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아니 이를 성사시키기 위한 원청노조와 비정규직노조의 공동파업, 공동행보조차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올해 현대차노조의 임단투 내 단 한 번의 공동투쟁 없이 불법파견 특별교섭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요구는, 다음을 기약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상욱 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현대차가 불법으로 사용한 1만여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위해서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는 지금 시기 무엇을 해야 하는가였다. 그러나 두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에서 확인한 것은 원하청연대회의가 구성원들 간 불협화음으로 어떤 공조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임단협을 마무리 짓기 전에 불법파견 교섭을 성사시키겠다”던 이상욱 위원장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하청연대회의 제자리 찾기’가 어느 때보다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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