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연일 하락 행진을 할 때 “바닥 밑에 지하실 있고, 지하실 밑에 무덤 있다”는 괴담 증권시장에 나도는데, 최근 들어서 이와 비슷한 3층 구조가 노동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즉, 일반노동자 밑에 승진과 고용안정을 통한 빈곤탈출 희망의 빛이 조그만 지하실 창문으로 비칠 듯 말 듯 한 비정규직 있고, 그 밑에 이름은 자활노동이지만 실은 무덤과 같은 절망적 빈곤 상황 아래에서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자활노동자가 있다.

기초생활보장법이 과거 생활보호법과 다른 의의는 근로능력 유무와 상관없이 빈곤층의 생계를 국가가 권리로서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법에 ‘조건부 수급’ 조항이 들어감에 따라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층은 지정된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자활급여를 받고 있다.

자활급여는 노동의 대가로 받는 급여로서 자활사업 참가자는 당연히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아야 하는 노동자가 틀림없다. 그러나 자활사업은 노동부가 아니라 복지부에서 기초생활보장 예산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복지부는 노동법에 명시되어 있는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하여 자활노동자로 하여금 일 년에 한 달은 일을 중단하고 실업상태에 머물도록 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자활노동자 퇴직금 안 주려고 편법 동원

이제까지 자활노동자에게 산업연수생이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와 같이 노동3권을 보장해 주지 않은 채 자활사업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29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초법) 일부 개정 법률안(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는데, 개정안의 중요 골자 중의 하나는 자활노동자의 노동자성 부인이다.

즉, 개정안에는 “자활급여를 지급받는 수급자는 근로기준법 제14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로 보지 아니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근로기준법이 존재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기초법 안에 노동자성 여부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이 조항은 노동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것이다.

자활근로사업 참여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여부에 대한 한 시민단체의 질의에 대하여 노동부는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차상위 계층의 경우에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답하였다. 이러한 노동부의 답으로 보아 자활사업에 참가하는 차상위계층까지 싸잡아서 자활근로자 전원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개정안은 노동부와 협의를 거치는 절차가 생략된 채 발의 된 것이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입법예고 전에 열린우리당과의 당정협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8월3일 보건복지부의 게시판에 개정안이 입법예고 된 후에야 이 사실을 알았고, 서둘러서 개정안 평가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토론회에 나와서 발제하라는 요청을 거부하였다.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도 시원찮을 법안 발의 부서가 시민단체가 마련한 토론회에 나와서 입법취지를 설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자활노동자의 노동자성 부인해선 안 된다

현재 자활사업은 법에 자활근로자의 노동자성 인정여부에 대하여 명시된 바가 없으나 실제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 자활근로자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것도 아닌데 왜 복지부는 부처간, 당정간 협의나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채 서둘러서 개정안을 마련하여 여름 휴가철에 맞추어 입법예고 하는 깜짝쇼를 연출한 것일까?

어느 기업에서 자활노동자를 고용하여 간병사업을 크게 벌이겠다고 제의했다고 한다. 현재 복지예산으로 지급하는 자활급여를 기업에 떠넘기려고 기업의 입맛에 맞도록 기초법 개정안을 만든 것은 아닐까?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에서 실업빈곤층의 자활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 한국에서 기업이 자활노동자를 노동3권을 보장해 주지 않은 채 함부로 부릴 수 있도록 내주는 것으로 변질시키기 위하여 개정안에 ‘노동자성 부인’ 조항이 삽입되었다면 이는 도저히 좌시할 수 없다.

이 땅의 노동자 그 누구의 노동자성도 부인되어서는 안 된다.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기초법 개정안 저지 투쟁 동참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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