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대회 분위기는 뜨거웠다. 임성규 전진 의장은 새로운 정치조직의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보다는 과거 정파의 한계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했다. 정치대회는 그로서도 생소한 것이었다.

- 정치대회라는 형식이 생소하다.
“87년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 나도 처음이다.”

- 기획 배경은.
“전진의 정치조직 성격을 분명히 하고자 할 뜻이 있었다. 정파 조직의 숱한 문제점들이 있다. 전진 역시 정파운동이지만 패권만을 목표로 하는 조직은 아니다. 철학적 태도를 분명히 하고, 타 정파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지양하며, 새로운 전형을 창출하려 했다. 비록 1박2일이지만 대회 한달 전부터 토론해 왔고, 대회는 집대성하는 자리다.”

- 일단 출발은 성공적인 것 같다.
“여기 모인 활동가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분들이다. 회의와 토론에 치여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에게 길고 지루한 토론과 발제를 더하는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한다. 또 아주 신선한 내용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기존 논의를 집대성한 수준이다. 하지만 노선의 통일성을 높이고, 앞으로 3년간의 활동 기조를 정하는 실천테제를 채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 정례화 구상도 있나.
“정례화 할 것이다. 이번 정치대회의 이름도 ‘2005정치대회’다. 2006년이 될지 2007년이 될지 모르지만 지속해나갈 것이다. 이번은 첫 대회인 만큼 회원과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모였지만, 다음에는 개방형 정치대회를 열고 싶다. 전진과 변혁운동 전체의 포럼으로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정파가 비난받는 가장 핵심적인 지점은, ‘내용 확장은 없으면서 자리 지킴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 비난은 최종적으로는 정파는 ‘선거조직’이라는 지적으로 귀결된다. 이 점에서 이번 정치대회는 의미심장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확인할수록 무원칙한 ‘합종연횡’이나 내부인사 ‘밀어주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어떤 이들은 전진 역시 ‘과거 정파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선입견이 있다. 노동운동 활동가들은 (의미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중앙파’라는 선입견이 있다. 당 출신 활동가들은 화요모임이나 진정추 출신으로 비쳐진다. 또 (당과 민주노총) 현 집행부에 반대하는 모임으로만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학습하고 토론하면서, 전체 변혁운동과 함께 연대해 대안사회를 마련하려 한다. 정파운동의 폐해를 인식하고 극복하는 밀알이 될 수 도 있고, 우리가 주체가 될 수도 있다.”

- 대회에서 ‘자민통’쪽을 ‘우파’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일단 ‘우파’가 변혁세력이 아니라고 전진이 조직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사용한 단어다. 변혁운동세력인지 아닌지 궁금해 하는 중이다. 그들은 용어를 달리 쓴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최소강령이다. 강령의 수준도 못하겠다면 변혁운동을 포기하자는 것이다. 통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몰계급적 통일운동을 우려하는 것이다. 강령에 입각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모욕하는 것이다.”

- 배타적인 경쟁관계를 지양하겠다는 것과 ‘우파’라는 딱지는 모순된다. 결국 누구와는 같이 갈 수 없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다수파와 헤게모니 경쟁은 피할 일이 아니다. 불가피하다. 경쟁을 하더라도 내용과 방향을 갖고 하겠다는 것이다. (그들과 우리는) 분명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있다.”

- 정파운동이 가장 욕을 먹는 지점이 선거 시기 이합집산이다.
“기본은 철학적 바탕과 지향이다. 선거 승리는 ‘기왕이면 다홍치마’의 관점으로 본다. 당이든 노동운동이든 헤게모니를 가지면 유리한 것이 많으니까. 하지만 한번의 선거에서 이기는 것보다 원칙을 가진 노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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