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채권단의 압박을 받고 있는 현대건설은 2일 서산농장 매각 등 4000억~5000억원선의 추가 자구계획안 마련에 착수했다. 한달째 장기 외유 중이던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도 2일 오후 급거 귀국, 공항에서 곧바로 계동 본사로 와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김충식 현대상선 사장·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 등 측근 경영인들과 심야까지 대책을 협의했다.

또 정상영 KCC 회장과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등 일가 원로 그룹도 지난 1일 시내 모처에서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현재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2.69%) 매각·정몽헌 회장의 사재 출자 등을 통해 최대 5000억원선의 추가 자구계획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주식은 현대자동차와 현대건설·현대중공업·현대상선 등 4개사에 총 955억원선. MH도 현대전자·현대상선 등 상장사에서 974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룹 지배력을 감안, 매각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


자구안의 핵심은 서산농장 매각. 그러나 가격을 놓고 정부와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서산농장(3122만평)을 공시지가(3600억원) 이상에 팔기를 원하고 있다. ‘연말까지 만기대출금 8292억원을 마련하려면 서산농장 매각을 통해 3600억원 이상을 조달해야 한다’는 주장.

그러나 농림부 등 정부 견해는 딴판이다. 정부는 지난해 동아건설의 김포매립지를 매입할 때 공시지가의 66%를 적용, 서산농장에도 동일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 정부안대로 매매가 성사되면 자구 규모는 총 4000억원 남짓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측은 그러나 2일 오후부터 그간의 버팀수에서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보였다. 정부나 채권단의 법정관리 압박에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동시에 채권은행단을 만족시킬 타협점을 도출하는데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여론이 현대를 질타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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