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연맹 산하 (주)KCC아산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10일 서울 서초동 (주)KC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조합원을 상대로 ‘비대위’를 구성해 활동하게 하는 등 (주)KCC의 노조파괴공작 전모가 드러난 ‘회사 간부의 괴문서(수첩)’<사진>를 공개했다.

(주)KCC아산지회가 공개한 한 권짜리 검정색 수첩에는 총 25페이지 분량에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비조합원으로 ‘비대위’를 구성, 활동케 한 증거 △노조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한 ‘괴유인물’ 발행과 배포를 직접 지시한 증거 △공격적 직장폐쇄의 목적이 노조와해에 있었음을 확증하는 증거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노조와해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불성실교섭과 교섭해태를 자행한 증거 △조합원 탈퇴를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 △정당한 조합활동과 합법적 쟁의행위에 대한 불이익조치를 취한 증거 △구조조정시 그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증거 등도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 수첩은 한 조합원이 조합원 휴게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수첩에는 (주)KCC는 ‘비조합원 50% 이상을 확보하면 비대위를 구성하고, 2/3를 확보하면 지도부를 탄핵한다’는 계획이 굵은 글씨로 적혀 있다. 비대위를 구성한 목적에 대해서는 6월14일자로 △현안문제 회사와 협의 △조합 무력화라고 기록돼 있으며, ‘구조조정 →비대위와 충실한 협의 후 시행’이라고 명시돼 있어 (주)KCC는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만에 구성된 ‘비대위’를 사실상 구조조정을 위한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실제 회사는 지난달 29일 비대위와 ‘고용안정협얍과 임금인상을 합의’ 했는데, 현행 노동법은 노조 이외에 그 어떤 단체와도 교섭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불법부당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수첩에는 또 노조활동 방해를 목적으로 ‘괴유인물’을 발행, 배포한 사실도 적혀 있다. 수첩 첫 페이지에는 ‘집행부와 연맹, 조합원 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이슈를 개발, 지속적인 필요’라고 적혀 있고, 5월27일에는 ‘노조 집행부 주장의 허구성을 담은 홍보물(유인물) 내용 좋다’라는 회사쪽의 평가로 보이는 내용이 기록돼 있어 그동안 조합원 가정으로 배달된 30여종의 괴유인물 제작과 배포를 회사가 직접 지시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주)KCC는 이밖에 노조의 불법행위를 유도해 조합원을 해고하고 노조를 와해시키려 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직장폐쇄 직전인 6월27일자로 기록된 수첩의 내용에 따르면, ‘직장폐쇄의 명분 : 조합의 불법행위’, ‘직장폐쇄 목적 : 집행부의 불법행위를 유도→해고→와해’라고 명시돼 있어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업무 방해로 직장을 폐쇄했다’는 회사쪽의 주장은 거짓임이 밝혀졌다.

이밖에 ‘비대위’의 연장선으로 보이는 인터넷 다음 카페 ‘KCC아산사랑에 적극 가입’(5월30일), ‘아산사랑에 시리즈코너를 운영하자’(5월31일)이라는 문구도 기록돼 있어, 회사쪽 관계자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비조합원들로 하여금 가입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도 비쳐지고 있다.

(주)KCC아산지회 상급단체인 화섬연맹(위원장 배강욱)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주)KCC의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주)엔텍과 현대금속 노조파괴공작의 복사판으로 총자본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제 민주단체와 연계해 총력을 다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산공장 노조파괴공작 즉각 중단 및 책임자 처벌 △조합원에 대한 모든 고소고발, 부당한 징계와 해고, 직장폐쇄, 출입금지가처분신청 즉각 취하 △아산지회 인정 및 성실교섭 등을 회사쪽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수첩의 내용을 직접 기록한 (주)KCC 품질기술부 이아무개 차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총 3권의 수첩 가운데 1권을 분실한 것은 맞지만 (노조가 공개한) 수첩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이어 “나는 노무를 관리하는 담당자는 아니고 기술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며, “수첩에 기록된 내용은 아무렇지도 않은 내용이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보는데 노조가 가공하고 와전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직접 회의에 참석해서 기록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참석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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