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 발표 예정인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재계가 "보유세 강화만으로는 안된다"며 시장친화적 정책을 펼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적이라는 전제 아래 정책을 입안하고 있어 재계의 시각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자유기업원(원장 김정호)은 8일 '보유세 강화만으로는 안 된다'라는 보고서를 내고 "보유세 강화를 통한 부동산 안정 정책은 오히려 국민부담만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난 5월 정부 방침에 따라 2003년 0.12%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2008년 0.24%까지 올리게 되면 보유세 세수는 2003년 2조5천억원에서 2008년 6조4천억원까지 급증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2017년 1%까지 상승시킬 경우 보유세 실효세율은 현재보다 약 6.67배 증가한다는 것.

자유기업원은 "보유세 인상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일시적으로 막을 뿐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만 보장된다면 세금에 대한 부담쯤은 기꺼이 감수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세금 부담을 부동산 가격에 반영시켜 오히려 가격상승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 이에 자유기업원은 중대형 아파트 공급 증대, 거래를 억제하는 규제의 폐지 등 시장친화적 정책을 펼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그러나 '보유세 강화, 거래세 경감'을 뼈대로 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재계의 이러한 주장이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국민 부담'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전세 및 1가구 1주택인 대다수 서민들은 보유세 강화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기 때문. 미국 등 대다수 선진국들의 보유세 수준이 1% 안팎인 점도 재계의 논리를 반감시키는 요소다.

또한 정부는 보유세 강화가 오히려 수십년 동안 사업과 무관하게 부동산을 과다 보유하며 투기 열풍을 주도한 일부 재력가들의 매물을 시장에 쏟아내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에 맡기자는 재계의 시장친화적 정책 주문에도 정부는 다소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다.

지난 4일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시장과 관련, "현재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상식적인 시장이 아니다. 각자가 알아서 자기의 가격을 결정하는 이상한 구조"라는 입장을 보여 시장친화적인 대책만이 능사가 아님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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