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재정안 수용했다고? 임금이 산별교섭의 전부가 아니다" 보건의료노조에서 산별교섭을 담당하고 있는 이주호 정책기획실장은 “중재재정안이 사용자쪽에 불이익을 준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곧바로 노조의 이익과 등치되는 것은 아니”라며 “일대 파란의 연속이었던 올 산별교섭의 마무리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중재재정 이후 산별파업을 종료했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산별교섭 역시 마무리된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파업이 종료되면 교섭도 마무리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문제다. 산별파업이 종료된 배경은 직권중재안이 유리해서라기보다 파업동력의 문제가 컸다. 지부파업과 산별파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던 상황에서 중재재정안 발효를 전후해 투쟁국면 전환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오비이락’으로 중재재정안이 노조쪽에 다소 유리하게 나온 것 뿐이다. 따라서 노조는 산별협약을 노사 자율교섭으로 타결하기 위해 사쪽에 교섭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 이번 중재재정안에 대해 노조의 정확한 입장이 궁금하다.
“이번 중재재정안이 사쪽의 불성실 교섭에 경종을 울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쪽에 불이익을 줬다 해서 그것이 곧바로 노조에 이익과 등치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중재안은 노사 자율타결을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산별적 원칙과 기준도 없이 차등적인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지난해 2005년부터 주5일제 전면실시라는 산별합의를 무시하고 토요외래진료를 일방적으로 허용했다. 특히 산별교섭의 미래를 여는 고용안정협약, 보건의료산업협약, 산별기본협약 등 3가지 협약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직권중재 제도는 노사자율교섭을 가로막는 ‘악’이자 산별교섭으로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로 부상했다."

- 하지만 사실상 중재재정안을 수용한 것으로 비춰진다.
"물론, 사쪽이 목숨걸고 있던 임금과 주5일제에 대해서는 이례적 안이 나왔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올 산별교섭이 임금과 주5일제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앞으로 임금격차를 해소하거나 산별적 임금협상을 만들어가려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중재안은 산별적 원칙과 기준과는 거리가 먼 공공과 민간이라는 차등적인 인상안을 제시했다.

올해 노조는 이미 임금과 관련해 산별교섭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지부별로 추가협상하는 방식을 방침으로 삼았다. 때문에 교섭과정에서 이런 방식으로 제안했고, 사쪽 역시 최종적으로 특성별 임금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현재 임금과 노동조건에 관한 협상은 중재안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지부별 교섭을 하고 있다. 때문에 노조가 중재재정안을 수용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 직권중재 타격으로 앞으로 산별교섭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데.
"사실 직권중재회부, 중재재정안, 노무사 위임, 서울대병원 탈퇴, 노동운동에 대한 도덕성 시비 등 돌출변수 때문에 올 산별교섭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의 시행착오들이 내년도 산별교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낙관한다. 지난 2년에 대해 노조가 산별적으로 올바로 평가하고 3년차 산별교섭을 새롭게 준비한다면 오히려 산별교섭이 더욱 급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보건의료노조는 임단협을 포함한 산별교섭을 진행하면서 여러 시행착오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빠르게 ‘현장과 함께 하는 산별교섭 틀’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올해 산별교섭 과정에서 본조의 지침을 끝까지 함께 했던 조합원들이 짭짤한 실익까지 챙겨 산별교섭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노조 내부에서는 “작년에 산별을 살리기 위해 현장이 희생했다면, 올해는 현장을 살리기 위해 산별이 희생했다”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가 산별 내 단일한 교섭구조를 만든 해라면, 올해는 보건의료협약처럼 사쪽이 교섭대상 아니라고 주장하는 내용까지 포함한 5대협약틀을 다뤘다는 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내년은 가장 산별적 요구로 가장 산별적 교섭과 산별적 투쟁을 시도하는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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