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발표되는 부실기업 판정결과에서 눈에 띄는 대기업의퇴출(청산)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이나 쌍용양회 등은 최종진통을 겪고 있지만 `조건부 회생'으로 기울어지고 있어 생각했던 만큼 `잔인한 11월'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은행권은 이번 판정에서 부실징후를 보이거나 워크아웃 추진중인 대부분 기업들에게 `조건부 회생'(3등급A)이라는 면죄부를 발급했다.

법정관리나 완전청산을 맞는 업체도 30개 안팎이란 게 금융감독원의설명이지만 대부분 법정관리 진행중인 업체들중에서 퇴출기업이 나올게 확실시 된다. 얼마전 최종부도를 맞은 동아건설도 역시 워크아웃진행중이어서 정상기업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웠다.


= 완전퇴출은 어려웠다 =

다시 말해 외형적으로 정상 운영되고 있는 기업의 완전퇴출은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도 "기업별로 여러가지 처리단계가있는데 갑작스럽게 청산절차로 들어가는 것은 경제적으로 타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업사정이 나쁘지만 회생가능하면 워크아웃을, 그보다 좀더 나빠지면 법정관리를 적용해 본 다음에 그래도 청산절차로 들어서는 게 순리라는 설명이다.

이번 부실기업 판정도 사실은 부실징후기업을 각사 사정에 맞는 등급으로 재분류하는 것이었는데 마치 모두 `시장에서 쫓아내는' 작업으로비춰진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퇴출명단에 `월척'이 걸리지 않은 것은 현재의 경제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지금 상황에서 현대건설 같은 기업을 퇴출시킨다면 우리 경제가 이 충격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채권단내의 이견 심해 =

은행들은 이번 판정작업에서 제대로 자신들의 소신을 피력하지 못했다. 은행들은 금감원 등 정부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작업진척이 더뎠기때문에 금감원 등이 일일이 작업일정을 체크해야 했다.

당초 은행별로 부실판정결과를 발표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은행단이일괄적으로 발표하기로 한 것도 은행권의 눈치보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부실기업 처리 방향을 놓고 은행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 적잖은 대립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해관계가 적은 경우에는 과감한 `퇴출'을 주장한 반면 그 반대의 경우에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살리고자 했던 흔적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관련, 일부 기업처리에 대해 자기은행의 입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평가는 시장몫 =

정부와 채권단의 이번 부실기업 퇴출판정에 대한 평가는 역시 시장에서 할 일이다. 특히 현대건설의 처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이번 작업을 평가하는 `상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에하나 시장에서 이번 판정작업을 외면한다면 3개월동안의 정부와 채권단의 노력은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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