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김대중 대통령 일행을 시민들은 설렘과 흥분속에 환송했다.

13일 아침 분단 55년만에 처음 평양길에 오른 김대통령 일행을 태운 차량행열이 서울공항으로 향하는 연도에는 출근길 시민들이 걸음을 멈춘 채 손을 흔들며 회담의 성공을 기원했고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시민들은 TV를 통해 출발모습을 지켜봤다.

서울역,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등에서 열차와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도 김대통령 일행의 역사적인 평양행을 중계하는 대합실의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김대통령 일행은 이날 오전 8시15분께 청와대 비서실 직원들과 인근 효자동 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평양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고, 전송길에 나온 어린이들은 손에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 잘 다녀오세요"라고 인사했다.

김대통령은 효자동 사랑방에서 차에서 잠깐 내려 환송을 나온 주민및 어린이들과 악수를 했고 실향민인 김경회(77.평북 출신)씨는 김대통령에게 빛바랜 노부모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산가족들의 소망을 얘기하기도 했다.

김씨는 "47년에 부모와 동생들을 북에 두고 홀로 월남했다"며 "부디 이산가족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기원했고 김대통령은 김씨가 내민 사진을 손수 만져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는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서울시 지부 회원들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성공적 개최를 기원합니다" "북한 농촌재건은 새마을운동으로"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태극기를 흔들며 대통령 일행을 환송했다.

주부 한혜진(53.여.경기도 과천시 중앙동)씨는 "대통령이 평양을 향해 떠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차 오른다"며 "양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아무쪼록 대통령이 건강하게 예정된 일정을 잘 마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통천군이 고향인 실향민 노봉찬(73.여)씨는 "20대초반에 남으로 넘어온 이후 죽기전에 고향에 한번 가 볼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대통령이 평양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니 고향땅을 밟아보는 마지막 소원이 실현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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