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퇴출을 하루 앞둔 재계 표정은 한마디로 초조·긴장 그 자체다. 삼성·LG·SK·롯데그룹 등 일부 그룹을 제외하고 퇴출에서 자유로운 입장에 놓인 대기업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동방사태 파문으로 퇴출기업 대상이 30개 정도에서 50개 내외로 늘어날 것으로 알려진 데다 이 가운데 30개 정도가 부실징후 기업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자 혹시 자신은 포함되지 않는지 정보채널을 총가동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퇴출대상 명단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는 기업들 중에서도 힘이나 배경이 든든하거나 지역정서로 일부 한계기업이 퇴출대상에서 빠져 나가면 혹시 자신이 유탄을 맞아 포함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생사갈림길에 서 있는 현대건설은 1일 저녁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고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는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일부 우량 그룹들은 2단계 퇴출기업 발표에 대한 시장의평가와 재계 판도 변화 가능성 등을 종합 점검하며 퇴출기업 발표 이후의 변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갈림길에 서 있는 대기업 표정=현대건설을 비롯해 고합, 진도, 갑을, 성신양회, 조양상선 등 부실징후 대기업 등의 표정은 비장하다. 이들은 2일 중 천당과 지옥이 갈린다고 보고 채권단의 75% 이상(채권액 기준) 찬성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 못하면 동아건설과같이 법정관리로 가거나 퇴출의 길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단 동의만 받으면 이들의 지원을 받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열린다고 보고 현실가능성을 떠나 내놓을 수 있는 자구책은 모두 내놓고막판 생존행 열차를 타기 위한 비장한 각오를 보이고 있다.

부실징후 ‘빅3’ 가운데 하나로 퇴출의 위기에 몰렸다가 외자유치 계열사 매각 등으로 극적으로 회생의 길로 접어든 쌍용양회도 일부 채권단이 회생에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채권단 동의 마지노선인 75% 동의를 얻기 위해 막판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현대는 긴장 그 자체다. 1일 밤 사장단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일부에서는 차라리 부도를 내자는 강경론까지 제기됐으나 대세는 2일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을 총 동원해 자구책을 내보자는 쪽이다. 현대는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이 이르면 2일 오후 귀국하면 최종결론을 내릴계획이다.

■우량 그룹과 재계 표정=삼성·LG· SK 등 일부 우량그룹들은 이번 퇴출기업 발표보다는 ‘그 이후’에 관심이 높다. 이번에 한계기업을 반드시 솎아내야 시장과 해외투자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보다 엄정하게 퇴출기업이 선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지 삼성만 최근 참여연대와 국정감사에서 삼성 문제가 집중 거론되면서 사회적으로 그룹 이미지가 악화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퇴출과 관련해서는 삼성상용차가 이번에 재무제표상으로는 회생가능성이 적은 것 아니냐며 은근히 퇴출대상에 상용차가 포함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기회에 골칫거리인 상용차를 정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전경련 등 재계는 회생가능성 있는 기업들의 퇴출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논리나 지역정서 상 살아남을 수 없는 대기업이 회생되면서 엉뚱한 기업이 도매금으로 퇴출명단에 들어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또 퇴출기업 발표로 야기될 자금난과 하청기업 연쇄 부도 등 파장을 최소화할 장치를 3일 퇴출기업 발표시 바로 작동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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