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이 현대건설에 대해 ‘조건부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동안 논란을 거듭했던 쌍용양회와 성신양회도 은행권으로부터 회생판정을 받았다. 고합은 ‘회생’으로 결정하되 우량사업과 불량사업을분리해 우량사업을 매각하고 불량사업은 청산키로 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 측이 3일 오전까지 4000억원의 대체 자구안만 제출해 오면 일단 승인해 주고 3일 발표할 법정관리 대상기업 명단에서는빼기로 했다.

현대 측도 이와 관련, 정몽헌 회장이 1일 외환은행과의 유선접촉을 통해 2일 귀국해 채권단에 대체 자구안을 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채권단은 특히 현대건설 자구계획 승인 후에 주채권은행이 ‘준 은행관리체제’로 현대건설을 경영정상화를 시킨다는 ‘선(先)승인, 후(後) 책임관리’ 원칙 하에 궁극적으로는 현대의 지배구조 개선작업도 병행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2일 “현대건설에 대한 정부의 기본 방침은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보다는 살리자는 것”이라며 “현대 측이 성의없는 자구안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에 실천가능한 자구안을 내도록 계속 종용하고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대 측이 당초 밝힌 1조6000억원 규모의 연내자구계획 가운데 6000억원은 이미 달성됐고 6000억원은 실천가능한 만큼나머지 4000억원에 대한 대체 자구안을 요청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1조6000억원의 자구계획만 제대로 이행하면 연말에는 이자보상배율이 1이 돼 유동성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제대로 된 4000억원의 자구계획만 내면 현대문제는 모두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4000억원에는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3%와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의 계열사 지분 등 대주주 사재출연이 상당부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현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채권단은 그러나 현대가 제출할 자구책이 크게 미흡할 경우 일단 법정관리로 채권, 채무를 동결한 뒤 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권을 박탈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채권단은 287개 기업을 4등급으로 나눠 3일 오후 은행연합회에서 최종판정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으나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정된 기업(3등급 기업)이라도 추후 열리는 확대 채권자협의회에서지원불가 결정을 받으면 정리대상기업(4등급)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따라서 3일 부실기업판정 발표에서 정리대상기업으로 분류되지 않았더라도이후에 정리될 기업이 10여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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