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은 고 김태환 충주지부장의 죽음을 계기로 6월과 7월에 걸쳐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전개했다. 촛불집회 등 대중투쟁과 지난 7월7일 1일 총파업을 예상보다 성과 있게 치러냈다. 이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고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위원회마저 나왔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번 투쟁은 ‘정부의 반노동자적 실체’를 드러낸 투쟁”이었다고 평가하고 “노동운동진영 연대의 중요성 또한 새삼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김대환 장관의 퇴진을 강조했다. 22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6~7월 투쟁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어려울 때 친구는 같은 노동자

- 한국노총은 싸웠다. 성과는 무엇인가.
“김대환 노동부장관과 정부 노동정책의 ‘반노동자적 실체’를 드러낸 투쟁이었다. 또 이를 통해 정부와 ‘협상과 대화 국면’을 ‘전면적인 투쟁’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김태환 충주지부장의 죽음은 한국노총이 촬영한 동영상에서도 나타났듯이 명백한 살인행위였다. 그러나 청와대, 정부, 정치권 누구 하나 관심 갖고 대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이 투쟁을 통해 모든 대화 국면은 끝장을 냈고 투쟁 국면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노동진영의 연대가 더욱 강화됐다. 모두가 외면할 때 그래도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줬던 것은 역시 같은 노동자 동지였던 민주노총이었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였다. 이 투쟁을 통해 서로 신뢰가 더 쌓였다. 커보였던 작은 차이들이 이제야 정말 ‘작은 차이’가 됐다. 노동진영의 연대, 어려울 때는 역시 같은 '노동들' 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 내부의 평가는 어떤가.
“한국노총에 있었던 ‘의로운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알려내고 확산시켜낸 게 큰 성과다. 한국노총에서는 과거에도 의로운 죽음들이 있었으나 이에 대한 의미들을 알려내지 못하고 적정한 보상이나 받고 끝내는 식이었다. 김태환 열사야말로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위해 싸우다가 살해당한 의로운 죽음’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의 표상’이다. 이 죽음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알려내기 위해 열사투쟁을 진행한 것이다. 물론 투쟁비용도 많이 들고 간부들의 고생도 많았다. 그러나 이같은 값비싼 대가를 치른 대신 김태환 열사의 정신을 노동계에 남겼다.

앞으로는 사회 차별을 해소하고 극복하는 부분들이 운동의 핵심 방향이 될 것이고 이 가운데 김태환 열사의 정신은 끊임없이 살아날 것이다. 또한 이번 열사투쟁은 그 어느 투쟁보다 가열찼다. 자기 발등에 떨어진 현안들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는 시대에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뜨거운 동지애를 보여줬다. 이런 것들이 바로 중앙과 현장, 산별과 지역이 단결하고 투쟁해서 만들어낸 성과라고 본다.”

- 김태환 장관 퇴진 등 구체적인 목표들이 있었다.
“이번 싸움은 중앙 차원과 충주지역 차원에서 각각의 목표를 가지고 진행됐다. 충주지역에서는 레미콘 조합원들의 임단협을 따냈고 유족 보상 문제도 충주시와 사용자들이 일정 부담하고 한국노총의 자체 모금을 통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중앙 차원에서 제기했던 김대환 노동부 장관 퇴진, 사건 진상규명,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 등의 문제는 하나도 진전된 게 없다. 이것은 앞으로 끝없는 투쟁을 통해 우리가 쟁취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은 대화국면을 접고 투쟁국면에 전면적으로 나선 것이다. 8월 한달 동안 지역조직을 추스르면서 9월과 10월에 걸쳐 대대적인 투쟁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서명운동을 통해 김대환 장관의 반노동적 행태, 노동자를 부정하고 있는 시각들에 대해 알려내고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낼 것이다.”

"큰 싸움으로 승부를 내는 수밖에 없어"

- 이후 투쟁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하반기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은 10월부터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때부터 불이 붙기 시작할 것이다. 그동안은 지역순회, 서명 작업 확산 등을 통해 꾸준하게 투쟁을 준비해나갈 것이다. 7월투쟁에서 양대노총 공동투쟁의 경험이 큰 싸움을 만들기 위한 행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어차피 이 상태대로라면 김대환 장관은 노사관계선진화 방안과 노사정 개편안 등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게 뻔하다. 그렇다면 큰 싸움으로 승부를 내는 수밖에 없다. 약 2개월에 걸쳐 그 큰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 공을 들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만은 않다. 김대환 장관 역시 “노동계와 대화는 없을 것”이라는 강수를 두며 “정치적 행위는 그만두라”고 비난을 하고 있다. 양대노총이 장관 퇴진을 공동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노동계에 도와줄 게 없다”라고 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정부지원금이 중단된 이후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하고 있다. 한국노총에서는 이를 ‘정부의 노동계 길들이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비리 문제, 특히 환수되는 ‘30억원’과는 무관하다는 게 한국노총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국고지원이 끊겼다는 것은 중앙연구원과 지역상담소 운영, 산업안전 분야에 대한 것”이라며 “이 사업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다면 한국노총도 이 사업들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부의 지원이 끊겼다.
“중앙연구원과 지역상담소 운영, 산업안전 관련 사업은 한국노총이 해 온 특징적인 일들이었다. 이 사업들은 국고지원을 받아 진행해 온 것들이다. 중앙연구원은 1월에 이미 운영금 지급이 중단됐고 지역상담소는 4월에, 산업안전본부에 대한 운영비는 6월에 각각 끊겼다. 한국노총 지역상담소는 전국에 걸쳐 17개가 있다. 이들은 조직 및 미조직된 노동자들에 대한 법률상담 및 지원을 해주는 한편 지역네트워크를 통해 취업정보를 공유하고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중차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연구원은 한국노총의 온건합리적 노동운동노선에 대한 이론 및 방법들을 연구하고 찾는 역할을 해 왔다. 산업안전본부는 각 사업장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진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가의 장비들도 많고 우수한 인력들이 의사들과 연계를 맺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들은 사실 정부가 해야 할 사업임에도 한국노총이 대신 해 왔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고지원은 당연한 것이고 지원이 없다면 한국노총에서도 이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 지원이 없다면 사업을 중단할 것이다. 중앙연구원, 지역상담소, 산업안전에 대한 활동이 노동부 장관과 정부에 의해 부정된다면 안 하면 된다.”

정부지원금이 '노동부 돈'이냐?

- 김대환 장관이 ‘돈 때문에 투쟁한다’고 비난을 했다.
“정부지원금이 중단될 당시, 그래도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한국노총 비리 문제는 이후 5월에 터진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김대환 장관이 ‘30억원 국고 환수’ 문제를 들고 나왔다. 문제가 있다면 돈을 환수해라! 비리 문제, 30억 문제는 이번 투쟁과 하등 상관이 없는 문제다. 김대환 장관이 언론사 논설위원들 모아놓고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변명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발버둥이 오히려 불쌍하다.

우리는 지원금 중단이 정부가 군사정권 시절에 했던 것처럼 돈으로 노총을 길들이려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공식적이었지만 노동부에서 나보고 노동부 장관에게 사정을 해보라는 이야기를 해 왔다. 내가 왜 노동부 장관에게 사정을 해야 하는가. 나는 그렇게는 안 할 것이다. 사업지원금은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세금이고 이미 국회에서 지원하라고 결정난 부분이다. 노동부 돈도 아닌 것을 갖고 집행을 안 하면서 길들이기를 하려고 하고 있다.”

- 국고 중단을 중단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노동부가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게 올해 초 한국노총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중앙연구원에 등록돼 있는 간부가 정책본부에서 일하는 등 2~3명 정도가 사무총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잘못한 것이지만 시민단체에서도 이런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시정하면 될 일이다.

노총이 투쟁에 나설 때 국고를 지원 안하는 것은 과거 군사정권하에서 노조 길들이기 수법이었다. 그런데 장관이 ‘노조가 가장 변하지 않는 조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수천억이 들더라도 사회적 대화기구 만들어야"

- 한국노총에 빚이 많다고 알고 있다.

“6월과 7월 투쟁을 진행하느라 빚이 많이 생겼다. 지역상담소 등은 한국노총 자체 예산만으로는 운영을 못한다. 하나하나 정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무총국의 일상사업과 투쟁사업은 자체 예산만으로도 충분히 운영 가능하다. 빚도 계획성 있게 갚아 나갈 것이다. 최근 한국노총은 외부회계감사 세 명을 위촉해 한국노총 예산 및 회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에 나섰다. 자체 예산으로 국고보조사업을 진행할 수 없지만 일상사업과 부채상환 계획에 따라 채무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정부와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상당히 적대적이고 대립적이다. 이 상황을 협력적·협조적 관계로 바꿔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와 사, 당사자들의 관계가 중요하다. 정부는 이 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한 모든 재정적·인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용자들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경총의 재정도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고라는 것은 기업과 노동자들이 낸 돈이다. 그렇다면 국고지원을 통해 협력적 노사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노사간의 관계를 중요시 하며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국노총이 내세웠던 것은 ‘사회적 대타협’, 곧 ‘사회적 합의주의’였다. 이는 그동안 ‘어용’이라고 불렸던 ‘정부 협조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또한 노동계가 이제 정부, 사용자와 동등한 위치에 서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회적 대화’는 이용득 위원장의 신념이기도 하다.

-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 왔다.
“사회적 대화가 잘 된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갈등구조가 아닌 안정돼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사회가 안정돼야 국가경제도 발전하고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 그래야 노와 사도 좋을 것이고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갈등구조 속에서는 발전은 올 수가 없고, 이 갈등 가운데 가장 큰 게 바로 노사갈등이다. 그래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노사관계의 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계뿐만 아니라 경총과도 많은 이야기를 해 왔다.”

- 어떻게 그것을 이뤄나갈 수 있다고 보는가.
“정부가 내놓은 노사정위원회 개편방안을 보면 오히려 이를 축소하는 안이다. 노사정위원회는 더욱 확대개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사협의회가 됐던 협회가 됐던 200~300명 규모의 노사 관계자들이 상시적으로 머물며 대화와 토론을 일상적으로 진행해 나가는 기구가 필요하다. 노사가 매일 같이 만나서 일하고 대화하고 토론을 한다면 협력적 노사관계가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다. 이것을 만드는 데 천억이 든다고 해도 해야 한다. 노사가 만나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노동정책을 만들어낸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이상적인 방법은 없다.

그러나 정부는 전혀 그렇게 할 의도가 없다. 정부는 이것을 추진하면 자신의 힘이 약해지고 권위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또 해봤자 안 된다는 판단만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김대환 장관이 초기 부임했을 때 획기적인 조치를 통해서라도 이 시기에 이런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노동부가 안 된다고만 하고 있다. 노동부의 힘이 약해진다는 것, 정말 관료적인 발상인데, 김 장관은 결국 그것을 넘어서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 술 더 떴다. 노사갈등에 의한 손실이 한해 수천억, 수조원이 되는데 천억을 들여서 해결할 수 있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

"김대환 장관, 대화에 훼방만 놔"

- 이것이 지금까지 생각해 온 ‘사회적 대화의 틀’인가.
“광의로 보면 노사정위원회의가 될 수도 있다. 노사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연구원들, 공익 인사들, 학자들이 다 들어와서 일상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비상근 회의체가 아니라 상설기구로 만들고 이들이 모두 상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곳에서 나온 의견들을 정부가 존중해서 정책적으로 제도화시켜 나가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은 노무현 대통령 공약이었고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있고 이용득이 있을 때, 주변 여건상 제일 좋을 때라고 판단했기에 지난 1년간 열정을 가지고 이를 추진해 온 것이다. 물론 지금 와서는 ‘이런 것들이 신기루였고 혼자만의 몽상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노사가 가까워지는 것 자체를 정부가 원하지 않는다. 특히 김대환 장관은 대화에 훼방만 놓는다. 김대환 장관이 있는 한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이용득 위원장은 김대환 장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나타내며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한편에서 이 위원장은 “노사관계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며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들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은 삼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김대환 장관만 없었더라면 비정규 협상은 훨씬 쉽게 풀렸을 것이고 사회적 대화 또한 활발하게 이뤄졌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사회적 대타협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 그에 걸맞은 사람을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용득 “통합노총 위원장보다는 노동운동가로서 그 길에 복무하는 게 꿈”

이 위원장의 당선 이후 지금까지 유지된 양대노총의 공조는 비정규 협상 막바지였던 지난 4월을 계기로 더 단단해졌다. 한국노총이 독자적으로 비정규 협상 타결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역설적으로 한국노총에 의해 해소됐기 때문.


이 위원장은 “비정규 법안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양대노총 공조와 사회적 대화 성공도 이에 못지않은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그 당시를 회고했다. 한국노총이 협상 타결을 선언하는 순간 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는 설명. 물론 이 위원장은 “6~7월 투쟁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연대가 가장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밝힌 대로 양대노총 공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노동절같은 각종 행사들과 임금인상요구안 등 정책적인 부분에서 공조도 가능하다는 것. 이 위원장은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 사회적 대통합 등도 ‘세상의 바꾸는 투쟁’에 하나일 수 있다”며 “작은 차이를 넘어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으로 이같은 것들을 이뤄나가기 위해 민주노총과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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