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8:00] 아시아나항공 노사 교섭이 급진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17일, 노사는 오후 3시에 긴급하게 교섭을 갖고 그동안 교섭과정에서 쌓였던 불신과 불만을 풀어내고 적극적으로 교섭에 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김영근 위원장은 오후 7시 영종도 노조 집결지에서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교섭안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서로에게 서운했던 것, 응어리진 것을 푸는 과정이었다”며 “지금까지의 어떤 협상보다도 진솔하게 대화했기 때문에 내일부터는 전향적인 교섭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나항공 홍보실 관계자도 “오늘 협상에서 노사가 서로의 대응이나 태도에 대해 털어놓고 이야기했다”며 “감정적인 부분을 풀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교섭에 좋은 징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진전은 파업으로 인한 승객들의 불만과 영업상의 손실이 노사 모두에게 압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공익적인 항공운송사업이다 보니 승객이나 화물수송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노조도 빠른 타결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비행안전. 김 위원장은 “조속한 타결을 원하지만 비행안전을 달성하는 데는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며 “항공기가 앞으로 대중교통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에 이번 파업으로 비행안전의 초석을 닦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앞으로의 협상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노조는 이미 최종요구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여기서 큰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을 종합하면 역으로 노조가 비행시간, 휴무 등 비행안전과 직결된 핵심적 요구안과 정년연장 등을 따내는 것을 전제로 다른 부분은 일정 정도 양보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8시 현재 노조는 315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집결지에서 파업출정식을 갖고 있다.


<오후 5시 현재>
파업 후 노조원들 영종도 집결
노-사교섭도 병행, 진전 있는 듯

17일 낮 12시부터 파업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가 본격적인 집결투쟁에 들어갔다. 파업돌입 이후 조합원들은 긴급파업지침에 따라 비행을 거부한 채 오후 4시 1차 집결지인 김포공항 주차장에 모였다. 오후 3시부터는 사쪽의 요구에 따라 파업돌입 후 첫 노사협상이 진행됐다. 오후 4시까지 1시간 정도 진행된 협상에서는 단협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이학주 대변인은 “노사 협상의 걸림돌인 양쪽의 불만과 갈등의 원인을 털어놓고 일정정도 양쪽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좋은 분위기에서 끝나 앞으로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와 노조원들의 1차 집결지에는 언론사 기자들이 진을 치고 승객들의 반응과 조합원들의 파업에 임하는 모습을 취재했다.

조합원들이 장기투쟁에 대비해 배낭을 짊어지고 모여들자 오후 4시 이들을 실은 버스는 인천공항쪽으로 방향을 잡아 출발했다. 도착한 곳은 영종도의 한 연수원. 현재 이곳에는 250여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결의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손정호 조합원·선임기장
“비행안전 위해 꼭 승리하고 싶다”
 최종 집결지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만난 손 조합원은 비행경력 23년의 베테랑이다. 손 조합원은 “비행을 위해 매번 짐을 싸지만 오늘 파업을 위해 짐을 싸면서 아시아나 조종사들의 처지에 참담함을 느꼈다”며 “승객과 조종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파업이므로 꼭 승리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 비행기와 공항을 떠나 파업에 돌입하는데 감회는.
외국으로 비행 나가는 것과 달리 지금 참담하다. 적어도 앞으로 10일 정도는 집에 못 들어갈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꼭 승리하고 싶다.


- 가족들은 어떤 반응인가.
조종사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파업에 참가하는 것에 흔쾌히 동의했다.


- ‘귀족노조’의 배부른 파업이란 보도도 있고 국민들의 감정도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합리적이고 당연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 대한항공이 이미 3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귀족노조라 몰아붙이는 것은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언론에서 회사쪽 얘기만 듣고 쓰고 있다.


- 비행시간과 휴무가 중요한 쟁점인데 이것이 비행안전과 큰 관련이 있나.
가령 저녁에 출발하는 비행기에 오르면 밤새 비행을 한다. 도착하면 낮이라 제대로 쉴 수 없다. 그리고 또 밤에 비행을 해서 돌아온다. 이럴 때 오는 피로감은 졸음비행을 강요한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조종사의 충분한 휴식은 필수다. 따라서 비행시간 축소는 단협에서 끌고 당기고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손 조합원은 선임기장이자 다른 조종사들을 지도하는 교관이기도 하다. 손 조합원은 “나름대로 베테랑으로 인정받는, 되도록이면 파업까지는 가지 말기를 빌었던 내가 파업에 나섰다는 것은 거의 모든 조종사들이 조합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조종사를 꿈꾸는 다음세대를 위해서라도 안정운항의 기틀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