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 및 노사관계 주무부처인 노동부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노동부 공무원들이 12일 '직장협의회'를 '노조'로 전환시키기 위한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려고 하자, 노동부가 관련자 엄중문책과 함께 사실상 투표를 무력화 시키는 내용이 담긴 ‘대응지침’을 각 지방노동관서에 보낸 것이다.

이 대응지침은 ‘악덕사업주’ 뺨칠 정도다. 투표소 봉쇄, 투표에 참가하지 않도록 설득하기, 투표 참가자 및 선동자 채증, 관련자 엄중문책은 물론 경찰 협조 요청까지 지시하고 있다. 결국 노동부 뜻대로 투표는 시작조차 못했다. 6급 이하 공무원들은 지금까지 ‘한솥밥’을 먹은 자신들을 ‘범죄자’ 취급한 간부들에게 불신을 뛰어넘어 격분하고 있는 상태다.

노동부가 이처럼 강경 대응에 나선 이유는 공무원노조법 시행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노조전환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근로감독관 노조 가입도 첨예한 쟁점이지만 이는 노조 전환 이후의 문제인 만큼, 노동부가 투표 방해 이유로 근로감독관을 거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어쨌든 노동부는 ‘법과 원칙’을 말하는 노사관계 주무부처이자, 공무원노조법 입법발의자로 ‘불법노조’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법과 원칙’을 들러리 세운 ‘관료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공무원노조법은 지난해 통과됐고 내년 1월부터 시행이다. 법이 통과됐다는 것은 공무원노조 설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로, 이미 전국에 250여개 노조가 만들어졌고 환경부, 농림부, 산자부 등 6개 행정부처도 노조 명함을 걸고 있다. 노동부가 직접 만든 주5일제도 노동자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법 시행시기보다 조기 도입한 사업장에 지원금까지 주고 있다. 그런데 하위직 공무원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공무원노조를 6개월 먼저 설립하겠다는 것이 투표 자체를 막고 경찰 시설보호까지 요청할 일인가.

이것이 노동부가 말하던 ‘변화와 혁신’이고 ‘대화와 타협’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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