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문제에 대해선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워낙 첨예한 문제니까요. 꼭 인터뷰를 해야 하나요? 대의원 대회 끝나고 결과에 대해 취재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살얼음을 딛고 있는 사람처럼 조심스럽다. 평상시 사람 좋은 웃음에 경상도 사투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박경화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사진>. 임시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조합원 분위기를 듣고 싶다는 기자의 취재 요청에 거듭 망설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20일 교육부-교원단체-학부모단체가 참석하는 ‘학교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별협의회’가 구성되고, 그 나흘 뒤 △부적격 교원 대책 마련 △교원평가제도 개선 △교원 법정정원 확보 △교원 근무여건 개선 등을 골자로 한 1차 공동합의문이 발표된 후 전교조가 내부적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교조는 ‘협상 국면을 활용해 교원평가를 저지시키자’는 의견과 ‘현 집행부는 투쟁 대신 교섭에 집착하고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 이러한 가운데 오는 14일에는 ‘협의체 참석, 승인할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임시 대의원대회가 예정돼 있어, 교원평가와 이를 둘러싼 현 집행부의 투쟁방식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올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몇 지부 분회장들을 중심으로 ‘협의체 참여를 부결시키자’는 집단성명이 전교조 각 지부 게시판에 게재되는가 하면, 전교조 기관지인 주간 <교육희망>이 전국 조합원 400여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특별협의회 참여 찬성’이라는 견해가 86%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찬반 양론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붙고 있어, 14일 대대에서 ‘무엇이 어떻게’ 결론 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경화 수석부위원장은 “집행부의 의견에 반대하는 대의원이 계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14일 열리는 대의원대회는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열었다.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교육부 교원평가안 폐지’라는 전교조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결의를 다지는 자리가 될 걸로 믿는다”는 박 수석부위원장의 말.

- 이번 대의원대회의 의미는 뭔가.

“지난해 교원평가 시행 계획이 발표된 이후 교육부, 학부모, 교사들이 ‘교원평가’에 대해 각기 다르게 이해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을 주장해 왔다. 심지어 전교조 내부에도 교원평가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 14일 대대는 교사들에게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는 교육부의 교원평가안을 폐지시키기 위한 전교조의 투쟁 목표를 재확인 하고, 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자리가 될 것이다.”

- 24일 특별협의회 1차 합의문이 발표된 직후, 부적격 교사 대책이 나왔다.

"언론의 ‘부적격 대책이 나왔다’는 보도는 오보다. 현재 협의회에서는 실무자간 협의체 운영에 따른 세세한 사항들-가령 전원 참석시 회의를 개최한다거나, 전원합의로 결정한다는 등-을 논의하고 있다. 부적격 교원 대책은 협의회 참석 주체들의 합의로만 가능한데, 아직 전교조가 협의회 활동을 승인받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전국 대의원들간 의견이 분분하다.

“현 집행부의 기조는 ‘대안을 내 놓는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전교조를 만든다’, ‘시민학부모단체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교육부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교육부가 이를 받아들여 대화국면이 조성된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대의원들이 보여준 투쟁의 의지가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 대의원들의 염려와, 25만명에 이르는 교원평가 반대서명 등이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협의체 구성이 가능했다. 나눠진 듯 보이지만, 사실 목표는 같다.”

- 대대에서 협의체 참여가 부결될 경우 어떻게 할 건가.

“당연히 대의원들의 의견을 받아안을 것이다. 부결될 경우, 전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교원평가제 폐지를 위한 연가투쟁 등을 펼칠 것이다.”

- 대의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기말이라 바쁘겠지만, 지역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대회에 가능한 많이 참석해 달라. 꼭 참석해 이후 교원평가 투쟁에 대한 결의를 모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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