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비정규공대위의 국민여론조사 결과와 양대노총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요구한 게 6월 임시국회에서 정부발의 비정규법안의 강행처리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총장은 “비정규공대위가 '선수'를 쳐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국민여론이 이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양대노총이 지속적으로 대화요구를 하니 강행처리 하는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화전술은 4~6월 비정규법안 노사정 논의과정에서 민주노총이 일관되게 유지해 온 전술이었고, 이 때문에 비정규직에 대한 조합원들과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또 "투쟁동력이 떨어진 시기에 중요한 고비를 넘기는 데 필요한 전술이었다"는 게 이 총장의 설명.

이 총장은, 민주노총이 비정규법안 국회 강행처리 저지를 위해 4월부터 설정해 놓았던 이른바 ‘디데이 파업’ 전술을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가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바꿨던 것을 두고, “현장의 고민은 분명히 있었고 지도부는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며 “(파업을) 박고 가자고 하면 (파업을) 하기는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화전술, 앞으로도 유효

“지난해 11월26일과 올해 4월1일 경고 파업을 보면서 민주노총이 파업에 돌입하면 최소한 15만명은 자신이 있다는 점을 안고 교섭에 임했다. 하지만 보호입법 쟁취를 위해서는 금속 등 일부 산별의 파업에서 전체 산별이 참가하는 파업으로 가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전체 연맹이 참가하는 총파업이 확실했다면 다른 전술을 채택하고 실천했을 것이다.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고 앞으로 7, 8월 투쟁의 과제이다.”

그는 “동력이 부족해서 대화만 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교섭을 하다가 파상파업도 하고 두 시간 부분파업도 하고 전체 조합원이 참가하는 선전전을 생각했지만 힘들었다. 현실적으로 파업의 주동력이었고 민주노총 지침을 충실히 이행했던 금속연맹은 현장의 피로도가 굉장한 상황이었다. 그 정도의 파업투쟁으로는 우리 요구를 쟁취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이었다.”

이 총장은 “이를 감안한 게 대화전술”이었다며, “대화가 깨지면 조합원들의 분노를 촉발하고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화전술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론 4월 이후 대화만을 통해서는 기대할 게 없다는 걸 알았지만 대화전술은 앞으로도 유효하고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법안이 9월로 넘어가면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노사관계 로드맵까지 묶어서 대응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 됐다. 4월~6월에서도 나타났듯이, 제도개선과 법안저지는 노사정간 ‘힘의 관계’에서 결론날 것이기 때문이다.

“로드맵 여론 조성, 유리해”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 7~8월에 산별투쟁과 특수고용직 투쟁에 주력하면서 9월~10월까지 여세를 몰아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식어버린 파업 결의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8월 휴가가 끝나면 이수호 위원장이 방송차량에 올라 주요 사업장을 순회방문할 계획이다.

이석행 총장은 “위원장 순회방문을 통해 조합원들 덕분에 4~6월의 성과를 냈고 10~11월에 다시한번 힘있게 투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법안에 대한 여론전은 일단 노동계의 승리였다. 하지만 비정규법안과 함께 해결해야 할 노사관계 로드맵까지 노동계에 유리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마지막에는 노동계가 두 가지 문제를 맞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노사관계 로드맵도 노동계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부의 비정규법안도 처음에는 국민지지율이 70%였다. 우리가 교섭하고 내용을 알려내면서 이게 역전된 것이다. 로드맵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석행 총장은 “민주노총도 로드맵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조합원들은 사실 비정규법안보다 관심이 더 높다”며 “반대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안을 제시하면서 쟁점화 시키면 불리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정규법안과 로드맵) '맞바꾸기'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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