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사유제한 제도만 도입하면 제한의 폭은 얼마든지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 6월 국회에서 환노위 회의장 점거를 주도한 단병호 의원은 “애초부터 심의를 거부하고 계획적으로 막은 것은 아니다”며 “여당이 정부안을 중심으로 심의하겠다고 의결하자, 충분한 심의도 하지 않은 채 법안을 졸속· 강행처리할 것으로 판단해 막게 된 것”이라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당이 노사정 협상을 거쳤다는 ‘핑계’를 삼아 정부법안에다가 노사 의견들을 대충 끼워 넣은 채 법안을 강행처리하려 들어, 어쩔 수 없이 막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단 의원은 “법안의 쟁점부터 논의하자는 내 주장을 여당은 ‘심의하지 말자’는 것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라며 “정부법안은 제한적인데 반해 민주노동당 안은 특수고용직 문제도 포함하는 등 포괄적이어서 여당 주장대로 법 체계부터 정하고 심의하게 되면 비정규직 권리보장에 대한 중요한 내용들이 처음부터 배제되리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기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법 심의 자체를 봉쇄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서 단 의원은 “사용 사유제한이 배제되고 불분명한 차별금지조항들이 포함된 법을 입법하게 되면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등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이 처리하려 든 법안은 비정규직 보호에 불충분한 ‘차선’ 정도가 아니라 보호를 가장해서 비정규직 고용을 일반화시킬 수 있는 ‘큰 구멍’을 뚫어 놓은 ‘악법’이라는 게 단 의원의 시각이다.

‘비정규직 철폐’ 등 비현실적인 원칙론만 내세운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비정규직을 폐지하든 차별을 축소하든 그런 것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며 “법안의 핵심은 비정규직의 숫자를 축소하고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고, 6월 국회에서도 법안이 그런 방향성을 갖춰 하루빨리 심의하고 입법화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9월 국회 심의에서도 이 기준에 따라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그는 “노동계와 민주노동당은 5가지의 사유제한을 제시했지만 사용 사유제한 제도를 도입한다면 제한의 폭은 얼마든지 열어놓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정이 7~8월 중에 집중적인 논의를 해서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폐지’의 방향성을 갖춘 논의 결과를 국회에 보내면 유연성을 가지고 심의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9월 국회에서 다시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물리력을 동원해 법안 심의를 막을 가능성에 대해서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합의 불가론’에 대해서도 그는 “머리를 맞대면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4월 한 달 동안의 협상으로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7~8월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논의하면 갈등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수준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사정 협상을 주도했던 이목희 의원이 “더이상 입법을 주도하지 않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 그는 “노력했는데도 잘 안 됐으니 마음이 상해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며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여당의 그간 주장이 진정성을 담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결과는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여당이 앞장서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화를 기피하는 사용자단체에 대해서도 그는 “합법적인 파업을 하는데도 파업을 중단하고 대화를 하자고 하던 사용자들이 정작 노동계가 대화를 하자는데 기피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단 의원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이미 피해갈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올해 안에 제대로 된 법을 만들도록 모두가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이 대화를 주선할 의향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집권여당이 아니라서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노동위 차원에서 주선하는 노사정 대화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그는 “집권여당이 대화를 주도하면 민주노동당도 실질적인 대화가 되도록 여건을 조성하며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책임지고 노사정 대화를 주선하고 재개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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