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도 9월 정기국회 회기 전까지 비정규 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이 당 차원에서 비정규법안을 제출하면 국회에는 정부법안, 민주노동당(단병호 의원) 안, 배일도 의원 안에 이어 한나라당 안이 추가되게 돼, 법안 심의가 복잡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배일도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폭넓게 참여하게 될 당 노동특위의 첫 ‘작품’으로 비정규법안을 마련,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은 노동관련 문제들에 소극적이고 기득권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남아 있다”며 “이런 이미지를 깨고 노동문제와 고용안정,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당내에 노동특위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노동특위 위원장에 배 의원을 내정했으며, 특위는 7월 중에 공식 발족할 예정이다.

배 의원이 발의한 비정규법안을 살펴보면 한나라당이 발의할 법안의 내용을 엿볼 수 있다. 배 의원 법안의 핵심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서 파견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근로기간에 대해서는 노사 당사자 간의 자유계약제를 실시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근기법 8조를 삭제해 파견제를 폐지해도 직업안정법에 의해 노무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 근로기간에 대해서도 배 의원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시간이나 기간에 비례해서 임금과 복리후생을 똑같이 지급하면 차별이 없어진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또 현행 1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근기법 23조를 삭제해 노사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기간을 정하게 하되, 노동조건은 단협으로 정하면 문제가 없다는 게 배 의원의 주장이다.

배 의원은 6월 국회에서 비정규법이 처리되지 못한 주된 책임을 정부여당에게서 찾았다. 그는 “비정규법은 이해당사자의 요구가 거의 수렴되지 않아 국회에서 다루기에 버거운 법안이어서 국회가 단호하게 정부로 되돌려 보내든가 정부가 법안 제출을 스스로 철회했어야 했다”며 “그런데도 여당은 의욕만 앞서서 협상을 추진하다 이해당사자들의 차이만 보여주며 시간만 지체했고, 정부는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욕만 가득해 논쟁만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법안은 노사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불충분한 법”이라며 “법안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노동부가 정부안을 중심에 두고 노사를 불러 합의를 시도하려는 절차가 선행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노사정 협상에 대해서 배 의원은 “첫 단추를 잘못 꿰서 실패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노사정 협상은 처음부터 모임의 성격이 불분명했다”며 “환노위 차원의 협상이라는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노위 위원들의 의결을 거치거나 사전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이경재 위원장이 개인 자격으로 대표자회의 소집을 제안했고, 이목희 의원도 환노위라는 장을 활용해 개인 자격으로 협상을 주재해 실패를 자초했다”며 “그래서 협상 결과는 구속력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노위 위원 3~4명이 노사정 회의에 들어가서 반(半)축조심의를 했다면 벌써 환노위 대안이 마련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목희 의원이 최근 “비정규입법에는 더이상 앞장서지 않겠다”고 한 발언들에 대해 “이 의원이 노력했는데 호응을 안 해주니 섭섭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며 “정부나 노사가 입법을 요구하고 나서면 여당이 안 나설 수 있냐”고 말했다.

배 의원은 한나라당이 대안은 내놓지 않는 채 비판만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비정규법에 대해서 한나라당 당론도 없었고, 그래서 독자적인 법안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뒤 “앞으로는 노동특위를 중심으로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자기 의견을 낼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한나라당이 비정규법과 관련해 노사정 협상을 주도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신 그는 “정부가 확실한 자기 입장을 가지고 노사 의견을 청취하든 협상을 붙이든 해서 수정안을 내는 게 최선”이라며 “국회는 필요하다면 노사의 의견을 들은 후에 국회 주도로 처리하는 것이 순리이고 9월 정기국회에서 비정규법은 어떻게든 반드시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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