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질문을 주로 준비했다. 하나는 이른바 ‘연정론’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차기 민주노동당 지도체제에 대한 구상을 듣기 위해서다.

사실 이 두 가지 문제는 연결된 문제다. 아니, 연결돼야 마땅한 주제들이다. ‘연정론’이 정계개편, 개헌 등 향후 한국정치의 구조개편 논의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어디에 서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하는 게 지도체제의 개편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은, 어떤 이는 ‘진보진영에게 주어진 천년만의 기회’라고 말할 만큼 중요한 시기였지만, 민주노동당은 내부의 문제 즉, 정파갈등의 심화, 원내와 원외의 이원화, 부족한 협상력과 위치잡기로 말미암아 100점에선 한참 부족한 성적표를 거뒀다. 2006년(지방선거), 2007년(대선), 2008년(총선) 대회전의 시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의 행보를 가늠할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역시 지도체제 개편의 문제다. 가장 공세적인 대응은 내부 '누수'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 이 두 가지 주제는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기자의 능력 부족일 수도 있지만, '내부정치'와 대국민 정치 혹은 대정당정치의 의제가 통합되지 않은 민주노동당의 현 상황을 핑곗거리로 삼고 싶다.

김 사무총장은 “언론에는 처음 알리는 것”이라며 “차기 당직선거를 1월 초에 치를 예정”이라는 뜻을 밝혔다. 또한 하반기 정부여당과 개혁과제 공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인터뷰는 중앙당 사무총장실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대통령의 ‘연정’ 발언이 공개된 첫날에는 ‘어불성설’이라며 강하게 부정을 했다. 하지만 하반기 개혁과제와 관련해선 ‘공조’를 검토하겠다는 게 민주노동당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연정론이 정계개편, 개헌론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만큼 민주노동당 입장에선 마냥 ‘불가’만 외치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처음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제안도 아니고, 언론플레이 하듯 말을 던진 청와대의 태도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진지한 제안이라면 정치를 하는 정당 입장에서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국민적 관심사를 피해갈 필요가 없다.

도리어 민주노동당이 역제안을 많이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연정에 대해선 말할 꺼리가 별로 없겠지만, 개혁과제와 진보적 의제에 대해선 많은 제안을 해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나 사립학교법, 경찰 개혁, 군 개혁, 사법제도 개혁 등과 관련해선 진지하게 함께 풀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연정 불가 입장이 맞다. 우리는 그럴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사실 지금 대통령이 말하는 식의 연정은 사실상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세력의 ‘해체’를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선 여전히 일고의 가치도 없다.”

- 지난해 하반기 이른바 ‘개혁공조’ 직후에 이어진 국가보안법 논란 와중에 민주노동당은 적지 않은 내홍을 겪었다. 올해 하반기 ‘공조’ 역시 그런 의미에서 위험한 지점이 있는 것 아닌가.

“건강한 우려도 있겠지만, 지난해 국가보안법 싸움의 와중에선 왜곡도 있었다. 지도부에 대한 정치공세와 정체성에 대한 우려가 함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개혁과제에 대한 공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너무 편협한 생각이다. 우린 한발 물러서서 옳은 말만 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열린우리당이 인정하고 받으면서 서로 ‘윈윈게임’이 가능할 것이다.”

- 개혁과제 공조가 자칫 민주노동당 ‘독자노선’의 희석을 불러올 수 있는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데.

“우려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10석의 3당인 민주노동당의 안을 여과 없이 통과시키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수록 개혁의 내용이 더 개혁적일 수 있다. 선명함만을 주장하면 한 발짝 물러서는 순간 우리는 정국의 흐름에서 배제된다. 정치는 없고, 구호만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고심해야 할 문제다. 우리가 무게 중심을 잡고, 원칙을 소중히 해야겠지만 유연하고 탄력적인 태도를 버려선 안 된다.”

- 민주노동당이 제기하는 핵심적인 사안들에선 사실상 공조자체가 불가능하다. 개혁과제는 공조하면서 사실상 정부여당 안에 힘을 실어주고, 민주노동당 주요 의제는 구호로만 머물며 정치적 이슈로 끌어올리지 못한 게 지난 1년의 모습이었다는 생각도 드는데.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문제, 쌀 개방의 문제, 군축과 한반도 평화의 문제는 한국사회 변혁과제와 맞물려 있는 사안들이다. 신자유주의 철폐, 한미 군사동맹 탈피는 미국이 말하는 ‘깡패국가’가 되겠다는 주장 아니냐. 이 문제들이 국회로 들어오게 되면, 법안과 비준안의 문제로 가게 되는데, 보수정당과 우리 입장 사이엔 큰 강이 흐른다. 현존하는 가치, 질서, 체제, 제도, 이데올로기를 바꾸는 문제인데, 이를 관철해 가는 것은 대중투쟁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에 게으름이 있었다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이 근본주의에 빠져선 안 될 것이다. 개혁과제에 있어선 보수정당 내부에서도, 수구를 통해 유지하겠다는 쪽과 개혁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쪽이 있다. 개혁하자는 쪽과 연대해 제도를 바꿔나가는 문제를 당리당략의 문제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즈음에서 인터뷰는 지도체제 개편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이야기의 초입에 지난 1년 동안의 최고위원회 운영에 대한 김 사무총장의 소회들을 들었다. 김 사무총장은 “총선을 거치면서 민주노동당은 당직자도 3배, 예산도 3배로 늘었다”면서 “커진 당을 관리하고 조절하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가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교훈도 얻었다”면서 “부정적인 평가만큼이나 새로운 지도력에 대한 밑천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초점은 개편 방향인 만큼 ‘향후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민주노동당은 지도체제 개편과 관련 ‘당직제도 개선위원회’를 만들어, 6월 말 첫 모임을 가진 바 있다.

- 당직제도 개선위원회가 첫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말들이 오고 갔는가.

“첫 모임에서는 의제를 무엇으로 할지 정도만 이야기 했다. 우선 일단 지도부선거의 시기 문제는 의제에서 뺐다. 공식적이진 않지만 현 지도부 내에선 1월 초 당직선거 실시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12월에는 각종 법안과 예산안 통과를 두고 국회가 한창일 땐데, 우리는 선거한다고 전국순회 하고 있으면 안 될 것이다. 12월 국회가 끝나면, 바로 선거공고를 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하면 적당할 것이다. 그럼 새 지도부가 사업 계획을 짜고, 예산안 만들어서 2월 말 당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 핵심은 당직공직 겸직금지 규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문제인데.

“최고위원 정수의 문제, 당직공직 겸직허용 문제 등 다룰 의제들이 적지 않다. 당직공직 겸직금지의 정신을 지켜갈지, 대중정당에 걸맞게 풀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만약 푼다고 해도, 대표만 풀지, 당 3역만 풀지, 전면적으로 풀지에 대해선 논의해야 할 문제다. 최고위원 정수를 줄인다면 이전의 상무집행위원회 기능을 되살리고, 최고위원은 정치적 판단에 집중하는 형태로 가자는 것이 될 것이다. 또한 각 시도당 위원장들이 어떻게 당의 결정구조에 들어오게 할지도 고민이다.

지금은 확대간부회의에서 그것을 담당하고 있는데, 부족하다. 과거 전국집행위원회의 기능을 어떻게 가져올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가야 할 것이다. 또한 현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방향을 열어두고 논의할 것이다. 오는 15일 2차 모임에서는 1박2일의 끝장 토론을 할 것이다. 개선위원회에 합리적이고 책임있는 분들이 모인 만큼 충분히 논의해 단일한 안건을 만들 것이다.”

- 얼핏 듣기에는 과거 상집, 전집 기능을 되살리면서 과거 제도로의 회귀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 같다. 결국 지난 1년 동안 운영한 최고위원회 제도가 실패였음을 자인하는 꼴이 되는 것 아닌가.

“사람의 문제냐, 제도의 문제냐 이걸 따져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 1기 지도부가 대부분 국회로 갔고, 우리가 아니라 누가 지도부를 구성했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왔을 것이다. 오류를 시정하고, 문제를 바로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평가대로 진행해야 할 일이다. 지금 개선위원회가 논의하는 것이 과거로의 회기를 뜻하지 않는다. 현행보다 좋은 제도를 지난 경험에서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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