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작 무렵부터 끝날 때까지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아침부터 (기자들의) 전화 받느라 혼줄이 났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있던 4일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론’이 언론에 공개된 날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연정까지 고려했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어불성설’이라며 초기 진화에 나섰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성동격서식 생뚱정치”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초기 진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심 의원의 말처럼 (현재 상황에서) “연정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 국회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손잡고, 개혁사안을 처리해나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 6월말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의 부결과 정부조직법 통과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의 손을 잡아주었다. 언론의 표현처럼 '빅딜'이 있었다기보다는 민주노동당이 곤궁한 처지에 빠진 개혁 성향의 여당을 도와주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직후 한동안 조용하던 민주노동당 대변인실의 전화통에 불이 나기 시작했고, 원내전략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심상정 수석부대표의 전화기는 초를 다투며 비명을 질러댔다. ‘추문과 비리 문제만 아니면 언론에 한 줄이라도 더 나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정치권의 통설에 따르자면 민주노동당은 성과가 적지 않다.
 

하지만 ‘독자노선의 희석’을 우려하는 당내 불안함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심 의원은 “개혁 사안에 대해선 정부여당과 공조해나갈 것”임을 밝히며, “하반기 정치 지형은 민주노동당에게 유리하게 펼쳐져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과 인터뷰는 약 두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인터뷰는 다른 기획기사 준비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아래 실린 문답은 한 호흡으로 진행된 게 아니라, 하반기 국회 공조에 대한 부분만 뽑아서 일문일답으로 구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 일단 최근 들어 어느 때보다 언론의 관심이 높아졌다. 해임건의안 반대 표결과 정부조직법 통과 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공조한 후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론’까지 등장했다. 민주노동당 입장에선 유리한 국면이라고 생각하는가.

“민주노동당의 이름과 우리의 내용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주체적인 힘으로 만든 조건은 아니다. 아직 우리의 독립변수로 움직이고 있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4·30 재보선의 표값의 차이, 열린우리당의 참패 이후 만들어진 정국의 종속변수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열심히 하기만 한다면 과거보다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공간을 알토란처럼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여론은 민주노동당뿐 아니라 노동계 전체를 본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모두 잘해야 여론이 좋아질 것이다.”

- 어떤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정세로 볼 때, 부동산 문제와 군개혁 문제의 주도권을 가질 조건이 마련됐다. 정교한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사립학교법은 가장 근접한 공조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준비 안 된 사람에게 너무 일찍 기회가 주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잘 준비해야 한다. 작년 1년과 달리, 우리의 정책과 내용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당내 일각에선 민주노동당의 독자노선 희석을 우려하고 있다. 개혁사안에 대한 정부여당과 공조로 민주노동당 고유의 위치를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독자노선의 문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의 정책 조정을 통한 공조와 연정은 우려할 만하다. 우리 정책을 바꿔서 공조를 한다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중심으로 한 열린우리당의 접근은 얼마든 할 수 있다고 본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과 조정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접근할 수 있는 안을 가져올 수 있는 분야가 얼마나 될지를 전망해 볼 때, 비정규직 문제, 쌀 국정조사 문제는 공조 가능성이 100% 없는 것이다. 노동 문제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공조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가능한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말했던 개혁 과제의 문제다. 또한 부동산 문제의 경우는 청와대가 얼마만큼의 의지를 가졌는냐에 따라 공조의 폭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 지난해 열린우리당과의 ‘개혁공조’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더구나 민주노동당의 의제를 부각시키기보다 보수정당의 의제에 집중하게 된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노동당의 정책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정부여당의 환경이 바뀐 것이다. 지난해 정부여당은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 있었다. 의결 정족수 기준으로 한 주도권을 확립하는 공조 필요성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오만하게 한나라당과의 상생을 통해 주도권을 가져가려 했던 것이다.

올해 여당은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에게 여론 주도권을 빼앗겨 버린 상황이다. 정부여당 내부에는 굉장한 위기의식이 있다. 구조적 측면에서 과반을 확보하자는 필요가 생겼다. 그런 점 때문에 작년처럼 아예 민주노동당을 접고 가진 않을 것이다. 전에 유시민 의원이 말하지 않았나. ‘민주노동당과의 협상은 비용이 많이 든다’고. 그 이야기는 한나라당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말 아니냐? 그 큰 기조가 변하지 않겠지만 자신들이 약속한 개혁의제의 범주 내에선 이런 위기의식이 영향을 줄 상황 변화가 생긴 것이다.

작년에는 여당이 전혀 정책공조의 의지가 없었다.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사실 야당공조였다. 지난해 있었던 ‘개혁공조’는 비판이 있었다. 정책적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은 여당에게 말려든 느낌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못했다. 민주노동당의 개혁 정책의 내용을 구체화 하고, 열린우리당의 개혁 의지를 끌어내는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더불어 권력에 대한 비판이라는 야당 고유의 기능은 야당공조를 통해 해나갈 것이다. 그라운드를 넓게 써야 한다. 이 정치력의 바탕으로 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우리 고유 어젠다의 정당성을 높이는 전략을 써야 한다."

- 당 내부에선 열린우리당과 공조, 한나라당 공조 모두 반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지난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 할 때 보면, ‘열린우리당과 왜 공조하냐? 비정규직 갖고 각을 세워야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비정규직 문제로, 신자유주의로 각을 세우자는 사업계획안에 나는 반대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두고 노무현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투쟁을 열심히 하면 각은 자연히 세워지는 것이다.

이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두고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고’ 식의 사고는 그만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비정규직 투쟁을 적극적으로 하면 각이 자연스럽게 세워진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설득력과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도 (여당, 야당과 함께하는) 양축의 공조는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에 반대했던 게 아직 당내 논란으로 남아 있다. 원내 전략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제기도 있는데.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에 반대한 것은 고도의 정치적인 선택이었다. ‘왜 사퇴를 촉구했는데, 해임에 반대했느냐? 사태 다음은 해임으로 갔어야 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것은 단순한 덧셈 뺄셈일 뿐이다. 이번 상황은 덧셈 뺄셈 상황이 아니라 고등수학 차원에서 종합해냈어야 할 상황이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