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로 단정되어 있는 `북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분단 한국사의 획을 그어준 6·15 남북정상회담 후 급진전되고 있는 남북간의정치상황 때문이다. 북한 김용순 노동당 비서에 이어 인민무력부장도 `제주도관광'을 했다. 평양에서 열리는 노동당 창건 55돌 기념식 장에 북쪽이 제공한고려항공을 타고 간 남쪽 참관단이 자리를 함께 하고 돌아왔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새 천년을 맞아전개된 새로운 정치 상황이 이러한 이상,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못박고 있는국가보안법의 규범력과 규범현실상의 불일치를 이제는 인정하고 이를 수정하는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적용은 사법부에 의한 것이든행정부에 의한 것이든 이런 법 현실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이미 전개된 법 현실과 전혀 동떨어져 개정이 확실시되는 법을 계속적용하는 것은 최대한의 인권 보장과 예측가능성을 생명으로 하는 법치주의일반원리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여러 차례나 북한 방문 초청을 받고 있는백범서거반세기특별공연위원회 신창균 위원장을 조국통일범민족연합과 관계를맺어왔다는 이유만으로 방북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문제가 크다.

“우리는 뜨거운 민족애를 지니고 50여년 전 력사적인 남북련석회의(48년)의 그나날처럼 북남공동선언 실천에 이바지하시려는 신창균 선생의 뜻을 깊이헤아리면서 평양 방문을 정중히 초청합니다. ”

지난해에 이어 신창균 위원장에게 보내 온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초청장(8월30일) 내용의 일부이다. 그러나 백범서거반세기 남북통합공연 논의를위한 신 위원장의 방북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통일부의 `북한주민접촉승인'에따라 세세한 방북 준비를 모두 마쳤으나 관계기관(? )에서 신 위원장을 범민련남측본부에 대한 `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북한 방문 자체는 불허하도록 했기때문이다. 신 위원장의 방북에는 많은 시민·인권 단체에서 신망이 두터운 변정수전 헌법재판관(백범공연위원회후원회장)이 동행준비를 마쳤을 만큼 나름대로정부쪽을 고려한 준비가 있었다.

그러한 터에 이뤄진 정부쪽의 이번 조처는 명백한 위헌으로 취소돼야 마땅하다. 첫째, 최근 전개된 관 주도의 민족대화합 국면과 상반된 잣대를 민간(단체)에적용하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둘째 개인의 인권 제한에 있어서 필히 준수돼야 할헌법 제37조 제2항의 요건들, 곧목적(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공공복리)·형식(구체적 법률상근거)·방법(과잉제한금지)·내용(본질적침해금지)을 정면으로 위반한 속에서 인권제한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셋째, 이런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가 93살노인의 천부적 인권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이런 태도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한 현재 국가보안법(제1조 제2항)에도 반한다. 더욱이 부당한 인권 침해를 받고 있는 당사자가 3·1운동 참여, 임시정부 마카오연락책, 남북간 최초의 통일 모색인 48남북연석회의 대표 중 1인으로 평생을조국의 자주 독립과 통일만을 위해 헌신을 해 온 사람이라면, 그런 그가 93살고령이라면, 국제사회 앞에서는 물론 통일조국에 이르러서도 부끄럽기 그지없는일이 될 것이다. 더구나 영광스런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 재임 중에 생긴일이라면 말이다.

역사는 나날이 발전을 거듭해 가고 있고 남북간의 상호 위상 또한 변화하고있다. 그런 만큼 분단의 가장 큰 상징인 국가보안법. 그에 대한 구조조정은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그리고 `남북통합 백범추모공연'을 통해 정신(서)적통일운동을 시작해 보고자 방북초청을 받고 있는 신창균 선생의 방북 허용 또한이를수록 좋다. 백범이 유언했듯이 어떤 사상과 이념도 민족(사람) 보다 우선할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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