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법공대위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그동안 정부여당이 주장해왔던 내용과는 달리 국민의 2/3가량은 인권위 권고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 비정규법안에 대해서는 26.3%만이 찬성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이번 여론조사 결과의 의미와 시사점을 기고를 통해 짚어봤다.<편집자주> 

 

지난해 말부터 한 해의 절반이 다간 지금까지 계속되는 유언비어가 하나 있다. 이렇게 오래 지속된 데는 유포 당사자가 권위와 권력을 함께 갖춘 세력이기 때문일 게다. 한편으로 이 유언비어에 대해 별반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먹고살기 바쁜데 흰소리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다수 국민들의 무덤덤함 탓도 있을 것이다. 짐작하다시피 헛소문을 낸 쪽은 정부여당이고, 그 내용은 정부 비정규법안이 비정규노동자를 보호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헛소문 낸 정부여당, 비정규‘보호’ 방안이라구?

헛소문의 정체가 오늘로 또 한 번 뚜렷하게 드러났다. 비정규공대위가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서 실시한 비정규법안 관련 전 국민 여론조사의 결과 발표로 정부안과 처리 절차에 대한 국민들의 명백한 반대는 확인되었다.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고 나서 발표한 노동부의 석연치 않은 설문조사 결과 이후, 정부안과 대척관계에 있는 인권위 권고안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담은 국민 여론조사 결과로 확인된 국민의 의사가 다시 한번 확실히 드러났다. 이번에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에 대한 지지와 정부여당의 일방적 처리에 대한 반대의사까지 추가되어 정부여당이 벌인 내용상의 ‘누락’과 일방적 ‘착각’까지 지적되어 있다.

정부법안에는 없는 기간제 사유제한에 대한 찬성은 66%에 이른다.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활용하자는 주장에는 31.2%만이 찬성했다. 국민들은 말한다. ‘계속 필요한 업무에는 정규직을’, ‘일시적인 업무에만 비정규직을’ 채용하라. 동일노동·동일임금에 대한 찬성률은 89%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10명 중 9명은 말한다. ‘하는 일이 같으면 임금도 같아야’ 한다.

또 파견제 허용업종 확대에 대한 찬성은 27.9%이다. 10명 중 7명은 현재 수준보다 줄이거나 유지하라고 한다. 또 파견 사용업체에 대한 교섭권에 대해서도 10명 중 8명 이상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반대의사는 불과 4.2%이며, 당장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68.4%이다. 우리 모두 잘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었다. 정부입법안이 허점투성이라는 걸 국민들은 명백히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권위 권고안과 특수고용직 노동권 보장 압도적 지지

종합적인 견해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사용제한은 하지 않되 차별은 줄여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입법 취지에 대해 26.3%만이 동의했다. 국민들은 정부의 보호방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결코 신뢰하지 않았다. 인권위의 견해처럼 ‘사용제한과 차별철폐’에 대해선 67.8%가 찬성했다. 아울러 열린우리당의 6월 강행 통과 주장에 대해 13.5%만이 찬성했으며, 노사합의 후 통과라는 노동계 주장에는 무려 81.8%가 찬성했다.

국민들의 의사는 명백해졌다. 정부 입법안은 비정규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아니다. 정부여당은 보호방안이라는 유언비어를 이제라도 그만둘 때이다. 우김질을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정부여당이 그럼에도 계속 우긴다면 그건 화낼 일이 아니라, 그저 슬픈 일일 뿐이다. 정부여당은 보호방안 어쩌구 하면서 같은 입으로 양극화 해소가 중요하다느니 떠드는 일이 국민들을 쓴웃음 짓게 만드는 블랙 코미디였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비정규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건 고사하고 헛말로 국민 모두를 허탈하게 만들지나 말 일이다.

이제 정부법안의 기초가 되었던 모든 논의나 자료는 용도폐기 되어야 한다. 비정규노동자에게 정부가 무슨 은덕이라도 베풀듯이 하는 ‘보호’라는 용어도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 비정규노동자의 ‘정당한 사회적 권리를 확인시켜주는 일’, 그 일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겸손한 자세로 따라야 한다. 눈물 어쩌고 하면서 상대를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면서 실제로는 헛손질하고, 헛소문만 내는 건 요새 말로 비정규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자 아마도 곧 자신도 죽이는 짓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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