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명. 지난 6월14일부터 17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에 방북대표단의 일원으로 공무원노조가 참석한 수다. 공무원노조 대표로 평양에 발을 디딘 주인공은 바로 명태용(40) 공무원노조 통일위원회 정책위원장<사진>. 평양을 다녀 왔다는 사실에 명태용 정책위원장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그의 심정이 이해가 됐다.

지난 15일, 민족가극 춘향전을 관람한 뒤 북쪽이 준비한 기념연회에 참석차 인민문화궁전으로 이동하던 중 명태용 정책위원장은 남쪽 관계자로부터 한 장의 초청장을 받았다. 초청장을 열어보니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기념연회장 내 마련된 수십개의 탁자 중 1번 자리에 배정을 받은 것. 1번 자리에는 북쪽 내각 각료, 북쪽 민화협 해외동포, 88세 최고령으로 방북한 박정숙 조국통일범민족연합 고문, 그리고 자신이었다.

의전을 중요시 여기는 북쪽 특성상 1번 탁자에 공무원노조를 배정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무작위’로 뽑았는지, 북쪽이 공무원노조에 대해 나름대로 배려를 했는지, 아직까지 그 속내를 잘 모르겠단다. 하지만 명 정책위원장은 은근슬쩍 ‘후자’쪽에 의미를 두는 듯 싶었다.

다음은 명태용 공무원노조 통일위원회 정책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통일대축전에 공무원노조가 참여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회가 새로울 텐데.
“이번 행사에는 부분별 상봉이 있었다. 조선직업총동맹(직총) 산하에는 7개 단체가 있다. 그 중 공무원 및 봉사일꾼동맹이 있다. 이는 한국의 공무원노조와 대응해서 협의할 수 있는 단체다. 전반적으로 청년, 농민, 여성, 교육 부분별 상봉이 예정돼 있었는데 대부분 사업에 대한 논의는 없었고 행사 위주로 흘러갔고, 다만 청년 부분만 즉석에서 토론을 진행했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15일 전선을 생산하는 3·26공장을 방문, 이곳에서 직총 염순길 위원장을 만났는데 상봉이라면 이게 상봉이다. 당초 기대했던 직총 관계자들은 만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쌍방간 독자적인 교류를 갖자는 의견을 북쪽 민화협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

- 공무원노조의 조합원으로서 이번 행사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다섯해 동안 계속된 행사라서 그런지 상호간의 믿음이 서로 두터웠고 호의적이었다. 북쪽은 특히 민간교류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남쪽 관계자들의 노고 또한 컸지만, 북쪽 노고 역시 컸다. 예를 들어 모든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양쪽 실무자들이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곤 했는데 이런 모습을 직접 내 두 눈으로 보면서 서로 간의 믿음을 발견했고 민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가졌다.”

- 공무원노조는 어떤 입장으로 평양을 다녀 왔나.
“공무원노조는 어떻게 보면 민간부분과 공공부분의 성격을 아우르고 있다. 그런 면에서 '공무원노조가 통일의 주도적 역할로 나서면 더 광범위해지고 힘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공무원 쌍방간의 독자적인 움직임을 추진하려 했다. 사실 통일사업에 공무원노조가 너무 늦지 않았나. 그래서 시대적 사명과 소명을 느끼고 올라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아쉬웠다. 하지만 북쪽 사람들이 ‘공무원노조에서 오셨습네까’라고 물어볼 때 기분이 묘했다. 공무원노조의 실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김영길 위원장이 구속된 소식도 알고 있었다. 통일운동에 공무원노조가 앞장서고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 공무원들끼리 남북교류가 현 시점에서 가능하다고 보는가.
“희망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남북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통일 사업을 위해 점진적, 이성적으로 공무원노조가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 같다.”

- ‘대동강어린이빵공장’ 건립 사업과 관련해 후원사업을 벌이는 등 공무원노조는 방북과 상관없이 여전히 통일사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후원사업은 공무원노조에서 실천적 통일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시작을 했기 때문에 통일사업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발전적인 모습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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