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협상을 거부하고 대체 용역 차량을 고용해 회사를 운영하던 회사 쪽이 결국 김태환 충주지부장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고인의 뜻을 이룰 때까지 끝까지 투쟁해서 꼭 승리하겠다.”

김태환 충주지부장이 사조 레미콘 회사 쪽이 고용한 대체 용역 차량에 치여 죽어간 14일. 이날 밤늦게 고인이 모셔져 있는 충주의료원 앞마당에서 충주 레미콘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동환 대흥레미콘노조 위원장과 신승환 하림레미콘노조 위원장, 김종권 사조레미콘노조 위원장 등 3개사 노조위원장들을 만났다. <사진>


이들은 한 목소리로 노조조차 인정하지 않고 임단협 체결을 거부하고 있는 회사 쪽이 결국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 대흥노조 위원장은 먼저 “지난 8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일주일째 충주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해 왔지만 회사 쪽 뿐만 아니라 시청의 그 누구도 우리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누군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였다면 이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레미콘 3개사가 파업에 돌입했지만 회사쪽은 임단협 체결은 물론 노조조차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거듭 표출해 왔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또한 충주시에 문제 해결을 촉구해 봤지만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충주시청 앞 집회에서도 이들에게 돌아온 건 전경들의 곤봉뿐이었다.

김 사조노조 위원장 또한 “우리가 회사쪽에 임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것은 기본적인 인간다운 삶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라며 “이런 요구들을 무시한 것이 결국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사건 당시 이들은 사조 레미콘 회사 앞에서 용역 차량 운전수들에게 차량을 운행하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들은 이것을 ‘용차홍보’라고 표현했으며 이들이 전달한 ‘협조문’에는 “충주지역노조 레미콘 연대는 이대로 가다가는 레미콘 노동자의 삶이 미래가 없음을 인식하고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뭉쳐서 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중략)…제발 도와주십시오. 용차 여러분이 도와주시면 승리합니다…(중략)…파업기간 동안만 용차를 운행하지 말 것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애틋한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신 하림노조 위원장은 “이번 파업은 사실 모든 레미콘 노동자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다”라며 “용역 차량을 운행하는 운전자들에게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해 용차를 운행하지 말 것을 호소하기 위해 선전물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가 고용한 용역 차량 운전사들은 결국 이들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운행을 강행하다가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이들은 이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현장에 있었던 경찰들이 ‘팔짱만 낀 채 수수방관’ 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심지어 레미콘 차량이 김 지부장을 치고 달아나는 와중에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고 이들은 전했다. 신 하림노조 위원장은 “사람이 깔린 이후에도 차량이 멈추지 않고 그대로 돌진한 후 약 2~3km를 더 도망쳤다”며 “경찰은 ‘왜 저 차량을 잡지 않느냐’고 조합원들이 거세게 항의한 이후에야 경찰차를 몰고 뒤를 쫓아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이같은 상황이 조합원 모두에게 목격된 만큼 경찰에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강도 높게 이들을 비난키도 했다.

또한 이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도 없고 임단협을 체결할 수도 없는, 이에 따라 인간적인 대접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현실에 대한 울분을 토로했다. 김 대흥노조 위원장은 “노동자도 아니고 노동조합을 만들 수도 없고 임단협도 체결할 수 없는 게 바로 우리의 처지”라고 토로하며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을 보장받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김 사조노조 위원장도 “이번 사건을 발발하게 만든 사조 회사 사장은 정말 악덕 사업주며 이 같은 사람이 사장이라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원래 사조 참치 회사에 주식을 갖고 있던 사조 레미콘 대표이사는 회사 주변의 빈 땅과 하림 레미콘 회사 주변의 밭과 야산을 사들였고 이를 통해 돈을 벌려고 하고 있다”고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사실상 레미콘 회사를 운영하기보다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버는 사람”이라고 기업가로서의 자격조차 없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또한 “그가 키우고 있는 진돗개 8마리한테는 고급 참치를 주면서도 노동자들에겐 이런 것들을 제공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사조 노동자들은 이 개새끼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어 “개새끼보다는 나은 대접을 받고 싶다는 게 작은 소망”라는 말까지 남겼다.

신 하림노조 위원장도 “고인의 뜻을 받들어 끝까지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라며 “그리고 꼭, 꼭 승리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세명의 위원장과의 합동 인터뷰는 분노와 침통함, 울분이 뒤섞인 체로 1시간여 진행됐다. 이들은 “끝까지 싸워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다짐을 끝으로 남겼다. 그것만이 이들의 투쟁을 함께 하다 돌아가신 고 김태환 지부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보답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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