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서울남부의 그린벨트까지 해제하며 판교개발을 하고 있지만 분양이 임박하면서 도리어 주변으로 집값 급등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에 당황한 정부는 박승 한은 총재를 내세워 지난 9일 “부동산 투기가 과열되면 한국은행법에 따라 금융회사의 대출한도를 제한하거나 주택 담보인정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며 부동산투기에 들어가는 은행돈을 묶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김대중정권이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자 호재를 만난 투기세력들이 은행돈을 대출해 주택잡기에 나서면서 부동산대책에는 약방에 감초격으로 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투기세력들은 자기돈 한 푼 안들이고 분양받거나 매입한 집을 그 자리에서 바로 전매하여 엄청난 불로소득을 건지게 되는 것이다. 은행은 이보다 안전한 대부처가 어디 있겠느냐는 식으로 거의 시가에 육박할 정도로 담보인정비율을 정해 대출을 해주었다.

눈뜨고 나면 뛰어오르는 집값은 서민들에게 끝없는 불안감과 함께 일확천금의 꿈을 꾸게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집을 살 수 없다는 불안감과 이번에 돈을 벌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는 꿈에 도취된 사람들에게 은행은 그야말로 신기루의 제공자였던 것이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게 될 경우, 자산계층의 담보대출 독점현상과 함께 부동산 투기에 종자돈 구실을 한다.

결국 주택담보대출을 자금줄로 한 투기의 극성-주택가격상승의 악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러한 현상은 얼마전 심상정 의원이 발표한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심 의원에 따르면, 주택구입비용을 대출한 주택 소유자의 비중은 89.6%에서 91.4%로 늘어났고 반면 무주택자의 비중은 10.4%에서 8.6%로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 박탈, 다주택 소유계층의 주택독점을 심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다주택소유계층이 채무상환이 불능으로 치닫을 경우 개인적인 투기실패로 귀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주택보유계층의 투자실패는 곧바로 경매로 연결되고 세입자들은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담보대출의 폐해는 부동산투기 확산과 세입자 피해급증을 초래하는 악순환 고리에 우리 사회를 고정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악순환 고리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세입자보호장치를 강화하면 된다. 실제로 금융권은 담보대출심사 시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권의 범위와 세입자 수를 조사해 담보가치를 추산하고 이에 따라 대출금액을 결정한다. 그러나 현재의 세입자 보호장치는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때문에 '묻지마' 주택담보대출이 횡행하게 된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소액보증금의 최우선변제제도를 두어 서민의 전세보증금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금을 이 법의 보호조항이 뒤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이 법이 적용되는 시점도 근저당 설정시점이기 때문에 근저당 설정시점에는 보호를 받았다 하더라도 재계약 시 인상되어 보호범위를 넘어서면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임차인은 전재산인 보증금을 날리게 된다.

이런 경우는 일반주택이든 공공임대주택이든 모두 해당되는 것이다. 최근 12만가구에 달하는 공공임대아파트가 부도가 나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서면서 우선매수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아니라 임대주택법을 개정해서 이를 도입하겠다는 것이어서 경매피해를 보고 있는 일반임대주택 세입자들의 상담전화가 민주노동당에 쇄도하고 있다.

부동산투기와 '묻지마' 담보대출 확대를 막는 해법은 단기적으로 금융정책에서 담보대출 비율을 조정하는 것들이 필요하고 제도적으로는 세입자 보호장치인 우선매수제를 적극 도입하는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부동산투기를 잡으려는 의도가 있다면 은행의 과잉대부로 인한 세입자들의 피해와 주택담보대출에 기한 부동산 투기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부동산투기를 분멸(焚滅)하는 길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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