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형사처벌을 면하려 해외도피 한 지 5년7개월만에 한국에 들어올 계획이라고 하여 전국이 들끓고 있다. 이 와중에 과거 김우중 왕국의 '녹봉'을 받은 자들이 공과를 나누자며 사면설을 유포하고 있어 국민의 가슴을 지독히 쓰라리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우중은 사법권과 ‘거래’를 공공연히 시도하며 자신의 ‘체면’까지 세우려 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우리나라 재벌 가운데 가장 열악한 재무구조를 가진 그룹이었다. 김 전 회장은 정상적인 산업자본의 경영방식을 따랐다기보다는 '기업사냥꾼' 같은 행태를 보이던 기업인이었다. 역대정부가 부실기업 처리를 대우그룹으로 떠넘길 때마다 그는 터무니없는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했고, 이 돈을 종자돈으로 하여 하나하나 계열사를 불려 마침내는 재계 2위의 그룹으로 만들어나갔던 것이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은 외국 금융기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펀드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영국에 대우런던법인(BFC)을 설립하고 이를 거점으로 현지금융을 이용하다가, 자금이 부족하면 대우그룹의 수출대금을 국내로 반입하지 않고 대우의 현지공장들을 확장했다.

이 금액만 25조원(250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의 3배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다. 만일 이 외환이 당시 국내로 정상적으로 들어와 있었다면 그렇게 굴욕적으로 IMF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을 정도의 규모였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세계경영’의 실상이었다. 경영인은 확장을 꾀함과 동시에 안정적 성장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안정을 확장의 부속물 정도로 치부해버린 '돈키호테'의 분신이었다. 이러한 경영관을 가진 그는 그동안의 부실·불법 경영에도 불구하고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영업이익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불과 3년만에 4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분식회계를 꾀해 10조원대의 사기대출을 일으켰던 범죄자인 것이다.

그의 불법·부실경영의 여파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초에도 국내 채권단은 5억5000만 달러(대우차 지분 50% 포함)의 우즈베키스탄 대우법인 채무 가운데 4억4000만 달러를 탕감함으로써 다시금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세계경영이라는 '신기루'의 가장 큰 희생자는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이었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순환휴직제라는 극약처방까지 요구조건으로 내걸면서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였던 노동자들은 그마저 외면당하고 실직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공장의 가동중단에 가까운 조업상황에 지역경제는 완전마비되어 길거리는 황량한 살풍경을 연출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과 금속연맹, 대우자동차노조가 공동기획한 김우중체포결사대에 참가하여 프랑스로 그를 찾아나섰던 한 노동자는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전 대우경제연구소 소장)과 386운동권 출신 대우맨들이 사면설을 유포하고 있는 것에 분노를 금하지 못한다. 그 노동자는 “김우중 그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며 분노에 찬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렇듯 김우중은 어느 한 구석에서도 건전한 경영인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임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사실이 이럼에도 김우중의 '녹봉'을 받은 자들이 변호를 하고 나서는 이면에는 자신들의 경력이 김우중의 처벌로 흠집이 가지 않게 하려는 '검은 속내'가 숨어 있음을 부정하지 못할 것인다.

또한 참여정부의 경제인 사면조치에 따라 만개된 재계와의 화해무드에 고조되어, 김우중보다 훨씬 ‘죄질’이 가벼운 자신들은 당연히 사면받아야 한다는 경제범죄자들의 숨겨진 의도와 이 기회를 이용하여 이들에게 곡학아세하는 정치인들의 파렴치함을 국민들은 똑똑히 목도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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