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노동계는 투쟁을 위한, 경영계는 단기적 방어를 위한 노동교육을 주로 해 왔습니다. 노사를 아우르는 생산적, 상생적 교육이 절실한데, 여전히 교육은 컨센서스 형성과정이 아니라 갈등을 재생산하는 구조입니다. 이러다보니, 특히 기업별노조 체제에 익숙해 있는 현실에서 지금의 노동교육을 통해서는 ‘노동연대’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올해로 개원 16주년을 맞이한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 조준모(44) 원장. 조 원장은 현 노동교육의 실태를 이같이 분석하면서 “앞으로 노동연대를 구축함과 동시에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고 공익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노동교육을 펼쳐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동교육 분야로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책기관도 있고 여러 곳의 대학에 노사관계 등 노동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대학원들이 있다. 하지만 조 원장은 “몇일간의 단기코스나 현안중심 또는 이론중심 교육도 의미가 있지만 ‘생물체’와 같은 노사관계에서 전문가로 육성되기 위해선 현장·이슈별 교육과 이론 교육의 결합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사교서클’ 식의 네트워킹을 강조하는 방식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한 번에 학위도, 전문자격증도

올해 대학원 원장을 맡은 그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노동교육은 크게 두 가지다. 올 2학기부터 신설될 ‘노사조정학과(CPLA-MBA) 과정’과 ‘공공부문 노사관계 과정’.

‘노사조정학과 과정’은 쉽게 말해 학위도 따고 자격증도 따는 이른바 ‘1석2조’식 교육이다. 회사 인사노무담당자나 노조 활동가 등 노사관계 각 행위주체들은 물론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 대상자나 노사 전문가로 성장하려는 학생들을 상대로 노사관계 관련 기본 이론교육과 실무교육과 함께 전문자격사인 공인노무사 과정도 함께 할 수 있는 교과목을 개설했다.

이 학과를 졸업하면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물론, 공인노무사 시험준비도 할 수 있고, 더불어 고객 네트워크(market) 형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공공부문’ 단체교섭 기법교육, 6개월 과정 신설

조 원장은 또한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교섭형태, 교섭방식, 교섭내용 마련이 시급하다”며 “실제 병원이나 공기업 노사갈등은 해당 기관 사용자뿐 아니라 기획예산처 등이 맞물려 공전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노사관계에서는 여전히 민간기법이 투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고민한 결과가 ‘공공부문 노사관계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공공부문의 특성을 살린 합리적인 단체교섭 방법, 단체협약 체결방법 등 공공부문 노사관계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을 공급하게 되는데, 기간은 6개월이다. 조 원장은 이를 한 학기 학점으로 인정, 이 과정 이수자가 석사과정을 밟으려 할 때 남은 3학기만 이수해도 되도록 교육기간과 비용을 단축했다. 또한 이는 온라인(On-line) 강의 중심이어서 지역에 관계없이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조 원장은 “앞으로 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 등과 관련,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교육요청이 오면 별도의 맞춤형 프로그램도 개발, 적극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일, ‘노사관계 로드맵’ 토론회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은 오는 2일 개원 16주년 기념 토론회를 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대환 노동부장관이 직접 나와 노사관계 선진화 진입을 위한 노동정책 방향을 발제하고, 이어 한국노총 유재섭 수석부위원장, 경총 김영배 부회장, 이목희 국회의원 등이 토론한다.

또한 이철수 이화여대 교수와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각각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의 쟁점과 전망, 사내하도급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한다.

조 원장은 “노사관계 로드맵에 있는 수많은 과제들 가운데 특히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전임자 임금 문제는 그 시행일인 2007년을 불과 코앞에 두고 있는데도 아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 못하며, 또한 현장에선 원-하청 간 이해관계가 부딪히면서 노사갈등이 불거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 전개에 숨통이 틔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슈중심 노동교육과 이론중심 노동교육의 결합을 ‘퓨전(fusion)식 노동교육’이라고 이름지었는데, 이번 토론회 역시 ‘거시적 방향성과 미시적 쟁점을 결합시킨 퓨전식 토론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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