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들어 노동계는 양극단을 달리고 있다. 지난 4월 내내 노동계는 비정규법안을 둘러싼 노사정 협상으로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사회적 약자의 대변자로서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5월 들어서는 연일 터지는 비리, 부정사건으로 노동조합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노동계의 구조와 관행 등이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기아차노조의 노동자 채용비리로 시작된 노동계의 이권개입 및 인사청탁, 뇌물수수 등 부정·비리가 항운노조 간부의 뇌물수수, 현대차 채용비리, 택시노련 복지기금 리베이트, 한국노총 복지센터 공사 관련 뇌물수수 등으로 이어지면서 끝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현직 노조간부들이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대국민 사과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열어 내부혁신과 자정을 결의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과거에도 간간이 개별기업노조의 비리관련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집중적으로 대규모로 노동계 비리가 파헤쳐지고 언론에 보도되어 국민의 관심사를 끈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동안 노동운동에 적대적 보도태도를 보여 오던 보수언론들은 노동계 비리보도에 그치지 않고 앞 다투어 기획연재물을 실어 노동계의 역사와 관행, 내부사정 등을 낱낱이 해부하고 난도질하여 노동조합 죽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금의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춘투를 앞둔 노동계 길들이기 설, 비정규법안 합의실패에 따른 보복성 수사설, 사법개혁추진위의 검찰개혁방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양설 등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해석에 앞서 자본주의에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대변하고 그러기에 더더욱 도덕성을 무기로 하는 노동운동이 이처럼 부정과 비리에 물들어 있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국민적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이러한 노동계의 비리로 인하여 노동운동이 그동안 우리사회 민주화에 기여하고 노동자의 권익보호에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명백한 사실을 폄하하거나 평가절하 하는 근거로 오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조합의 임금효과 등을 들지 않더라도 노동조합은 명백히 노동자의 무권리상태를 개선하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며 노동자의 기본인권은 물론 생존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장치이다.

그러기에 헌법에서 노동3권을 기본권적 권리로 인정하고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계가 검찰과 언론으로부터 집중타격을 받아 힘이 빠져있다고 해서 여론을 등에 업고 노동계 통제장치를 만든다거나 외부로부터 노동계를 개편하려고 시도한다면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칠 것이며 이는 자본과 권력이 군사독재시절의 노동탄압 유혹에 빠져드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노동계는 일련의 사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외부로부터 주어진 충격을 내부의 혁신과 자정을 통한 체질개선과 신뢰회복의 계기로 승화·발전시켜야 한다. 과거의 암울했던 노동탄압을 단결과 연대로 극복하고 역사의 주체로 섰듯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자기회복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잔혹했던 군사독재시절 노동계의 모든 투쟁이 생존권 확보와 사회민주화를 위한 투쟁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던 과거의 영광스런 시절은 이제 잊어야 한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고 정규직과의 격차가 확대되며 기업별노조의 협소한 울타리에 안주하는 소권력화된 현재의 노동운동에 대한 치열한 반성과 껍질을 깨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밝다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스스로 혁신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노동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부도덕한 노조간부는 설 땅이 없도록 해야 하며 조합원의 참여를 극대화하는 민주적 절차와 제도를 확보해야 한다. 양극화 해소를 통한 사회통합을 운동의 목표로 설정하고 전역량을 투여하여 노동운동의 위상을 세우고 자기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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