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에서 잇달아 비리사건이 불거지자 민주노동당이 재빨리 ‘비리 연루 노조간부’들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는 등 불똥 차단에 나섰다.

홍승하 민노당 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노동계의 자성과 혁신을 촉구했다. 당은 논평에서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노동계 전체가 반성하고 자정과 혁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1월 기아차 채용비리 때와 비교하면 이번 논평은 강도가 세고 신속하다. 당시 민노당은 기아차 채용비리가 첫 보도된 1월19일에서 이틀이 지난 21일에서야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운을 뗐다. 민노당은 당시 김배곤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일부 노조간부의 부도덕함에 침소봉대는 금물”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논평의 칼끝이 노조 비리보다는 주로 검찰과 여론을 향한 셈이다.

당시 민노당 안에서는 “노조가 자성하고 자정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와 “검찰 수사가 노동계 죽이기 일환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것 같다”는 의혹의 눈초리가 교차했다. 김혜경 대표는 1월24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노동계의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대기업노동자 양보론의 연장으로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로 이어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경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응 양태가 사뭇 다르다. 홍 대변인이 발표한 이날 논평에서는 검찰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논평도 기아차 때처럼 내부회의를 거쳐 뒤늦게 정리한 입장을 담은 것이 아니라, 대변인실의 자체 판단을 통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려와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망각한 일부 노조 관계자들에 의해 민주노조 운동의 정신이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비리연루 노조간부’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전태일 열사의 정신이 스며있는 민주노조운동에서 이런 비리 사건이 발생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 “썩은 사과 한 개가 사과상자를 송두리째 썩게 만드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노조 스스로 썩은 사과를 골라내는 자정노력을 기해야 한다”는 등 줄곧 강한 기조를 유지했다.

홍 대변인은 11일 “검찰 수사가 노리는 배경 등에 대한 의혹은 기아차 때나 현재나 별로 다르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노조 관련 비리가 잇따르고 있는 지금은 당시처럼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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